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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셔먼의 '피아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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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이기적(利己的)인 악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첼로(또는 바이올린, 플룻, 비올라 등..) 소나타는 피아노 반주에 첼로(또는 바이올린, 플룻, 비올라 등..)가 메인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지만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홀로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인 듯 하다. 코다이의 독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라는 곡이 대표적이지만 첼로를 비롯해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들’이 홀로 연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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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이기적(利己的)인 악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첼로(또는 바이올린, 플룻, 비올라 등..) 소나타는 피아노 반주에 첼로(또는 바이올린, 플룻, 비올라 등..)가 메인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지만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홀로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인 듯 하다. 코다이의 독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라는 곡이 대표적이지만 첼로를 비롯해 ‘피아노가 아닌 다른 악기들’이 홀로 연주하면 굳이 독주라는 말을 붙이는데 비해 피아노는 그냥 피아노 소나타 또는 피아노 곡이라 부른다.  

 

그런데 단음이 아닌 화음이라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에 피아노를 배려의 정신을 길러주는 악기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상반되는 두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피아노가 배려의 악기라는 말을 지지하고 싶다. 피아노가 홀로 연주하는 것은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자족적인 악기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런 경우는 슈만의 곡을 가리켜 ‘직접 연주함으로써 뜻밖의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말한 롤랑 바르트를 대했을 때처럼 답답한 마음이 든다.(Roland Barthes refers to Schumann’s piano music as “intimate (which does not mean gentle) or, again, private, even individual, refractory to a professional approach, since to play Schumann implies a technical innocence that very few artists can attain.”)  

 

이런 시점에서 러셀 셔먼(Russell Sherman: 1930 ~ )의 ‘피아노 이야기’를 선택한 것은 피아노가 이기적인 악기냐 아니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서우석 교수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듣는 음악과 하는 음악은 신체적 경험과 사유의 균형을 찾음으로써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음악과 현상’ 148 페이지) 굳이 서우석 교수의 해명이 아니라 해도 악기 특히 피아노를 연주하지 못하면 음악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피아노 이야기’가 지닌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러셀 셔먼은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교육가이다. 그의 ‘피아노 이야기’를 고른 것은 피아노를 연주하지도, 악보를 읽지도 못하지만 피아노 연주곡을 즐겨 듣는다는 어느 시인의 서평을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그 시인의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이다. 아도르노는 “모든 음악, 특히 기악의 상상력은 목소리이다. 음악을 상상한다는 것은 항상 음악을 속으로 노래한다는 의미이다. 음악의 상상은 성대로 느끼는 신체적 감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말을 했다. 음악의 문외한인 나에게 최선은 피아노의 음색과 고저, 장단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파노라마를 몸으로 느끼는 것이 아닐지?  

 

플룻 소리 안에 피아노 소리가 들어 앉아 있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서는 설명될 수 없는 두 악기의 이중주를 음악적 공간에서 체험한다(‘음악과 현상’ 189 페이지)는 말을 색다르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대하며 ‘피아노 이야기’를 읽었다. 셔먼은 피아노 연주는 몸 전체의 유기적인 움직임이라 말한다. 그리고 피아노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라 말했다.  

 

평자들은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곡들을 우주적이라 말한다. 외적 통제자 없이 스스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고, 4악장, 5악장, 6악장, 7악장 등 형식면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며 순환성을 추구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이 인격의 성숙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조수철 지음 ‘음악, 인간을 연주하다’ 190 ~ 191 페이지) 셔먼이 말한 우주와 조수철 교수가 말한 우주의 뉘앙스는 다르다. 그럼에도 조화와 균형이 우주의 특성이라는 점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http://anuloma01.egloos.com/10824076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document/45412658

http://www.texter.co.kr/04_review/review2_board_view.php?no=11548&page=1&id=texter&book_no=8925&parent=&nadomd=&page2=1&category=&category2=&cate=0

m******1 2011.12.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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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철학자, 피아노를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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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셔먼은 아내인 변화경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의 인연이나 또 백혜선씨를 비롯한 숱한 한국인 연주자를 길러내는 등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입니다.책은 크게 게임, 가르침, 상관관계, 악보, 코다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설정해놓고 피아노에 대한 셔먼의 생각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건반 위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음악가의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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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셔먼은 아내인 변화경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와의 인연이나 또 백혜선씨를 비롯한 숱한 한국인 연주자를 길러내는 등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입니다.


책은 크게 게임, 가르침, 상관관계, 악보, 코다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설정해놓고 피아노에 대한 셔먼의 생각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건반 위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음악가의 깊은 성찰이 묻어나는 문장들은 음악이면서 동시에 시 같아요. 그렇지만 음악교육가인 그는 어떠한 문장에서도 젊은 피아니스트들, 혹은 피아니스트 지망생들을 위한 교육적 메시지를 잊지 않습니다.


"나는 음표는 몰라도 쉼표는 다른 피아니스트들보다 더 잘 연주한다"고 한 아르투르 슈나벨의 말은 오직 침묵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잠재의식의 합창을 뜻한 것이다. (중략) 아무리 아름답게 만들어진 소리라도 그 자체는 하나의 탈선일 뿐이다.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을 미화하는 아름다운 소리는 결국 자아도취적인 공허일 뿐이다. 여러 가지 소리가 있을 뿐이다. 딸기나 조개처럼 주워 모아야 하는, 딸기와 조개의 화학적 성질과 교배 습성을 면밀하게 조사한 다음 꿰맞춰야 하는 소리들이 있을 뿐이다. ('게임' 중에서)


오래전 일이다. 어느 날 나의 선생님은 아파트 창 밖으로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쓰레기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있던 선생님의 친구가 아마 쓰레기차 운전사가 선생님처럼 훌륭한 음악가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며 사회적인 보상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선생님은 이렇게 대꾸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그래도 피아노를 치겠네." ('가르침' 중에서)


감정과 지성의 교차점에는 상상력이 있다. 감정은 꿈, 희미하거나 상상적인 풍경, 들뜬 상태나 불안 등 여러 가지 명백한 실체 또는 원인에서 비롯된 갖가지 불분명한 체험과 일반화된 느낌에 감정적 부하를 부여한다. 한편 지성은 그 분석을 토대로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고, 범주와 순서와 강도를 정한다. 상상력은 각각의 이미지에 대한 관찰과 체험을 결정화하여, 그것들에 독특한 이름과 감정적 색깔, 그리고 그것들을 이해하고 묘사하고 독창적으로 만드는 표현 방식을 부여한다. ('상관관계' 중에서)


선과 음악적인 것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사견들 중에서 가장 무해하면서도 해로울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러움'의 개념이다. (중략) 만일 '자연스러움'이 자연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음악 연주는 전혀 색다른 것이 될 것이다. 혼란스러운 것과 위협적인 것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에서 표현된 것처럼 관능적이고 변덕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자연스러운 것에서 좋은 점이 있다면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아한 조화에 의해 육체적 및 음악적 마찰이 부드러운 흐름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악보' 중에서)


건서 슐러가 나를 위해 작곡한 피아노 곡의 한 왼손 악절에 대해 "바순 같은 소리가 나게 할까요, 호른 같은 소리가 나게 할까요?" 하고 묻자, 그는 "피아노 같은 소리가 나야죠"라고 대답했다. ('코다' 중에서)


한국어판의 추천사를 쓴 백혜선씨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피아노 이야기>는 선생님의 연주와 같이 설득력이 있고 매혹적이어서 새로운 혹은 잊어버렸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에 대한 도전 의식을 자극시켜준다. 이 책에 나오는 피아노를 각자의 삶에 대치시킬 때 삶의 새로운 지혜와 생명력이 솟아남을 느낄 것이다. 피아니스트나 음악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한 예술가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 느낌들을 통해 감추어진 영혼이 눈을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 예술가가 새로이 뜨게 해준 맑은 눈으로 오늘도 일상의 틈새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세밀하게 채워가야겠습니다.


i******e 2015.02.2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