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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를 부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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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제목은 너무 익숙한 제목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나오기도 10년전부터 그 제목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저 제목을 자신의 닉네임이라든지 홈페이지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었다. 단지, 나에게 있어서 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정도 뿐이었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 익숙한 제목을 보았고, 그런 친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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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제목은 너무 익숙한 제목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나오기도 10년전부터 그 제목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저 제목을 자신의 닉네임이라든지 홈페이지의 제목으로 쓰기도 했었다. 단지, 나에게 있어서 바람의 열두방향이라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정도 뿐이었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을 때 익숙한 제목을 보았고, 그런 친근한 때문인지 쉽게 손에 들게 되었다. 하지만, 친근함이 꼭 좋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지 얼마 안되어서 책을 구매했지만, 겨우 오늘에서야 읽었다. 그리고 행복감에 빠져 들었다. 바람의 열두방향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단지 이 책이 단편소설집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단편 하나를 읽고 있으면, 머리속 저편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을 느낀다. 르귄이라는 작가는 터무니없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분명히 내 눈은 책에 있는 활자를 따라 천천히 흘러가고 있지만, 어느새 넓은 벌판에 서서 르귄이 해주는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것은 르귄의 이야기도 아니고, 내 이야기도 아니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인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이야기속에서 간만에 숙면을 이룰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자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지만,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꿈을 꾸는 것인지 모를 때에는 차라리 아예 꿈에 빠져서 즐겁게 즐기는 게 낫기도 한 것 같다. 오늘 밤도 나는 어딘가의 벌판에서 누군가가 해주는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꿈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책에는 단지 17개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언제나, 이야기에는 끝이 있고, 그것이 아쉽기만 하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전설의 한 모퉁이 또는 비극적 인 신화의 한자락 속에서 헤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로캐넌
e****6 2004.11.23.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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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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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MARGIN-TOP:2px; MARGIN-BOTTOM:2px} 르귄의 단편집이다. 책 제목과 같은 작품은 없다.   "광속 우주선이 다리를 놓은 시간의 틈을 어두운 광기가 잠식하고, 그 어둠 속에서 불확실과 불균형이 잡초처럼 자라난다"   '셈레이의 목걸이'에 나온 이 문장은 SF 혹은 판타지의 전형적인 모티브중 하나인 '시간'의 파라독스를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립 반 윙클' 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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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귄의 단편집이다. 책 제목과 같은 작품은 없다.

 

"광속 우주선이 다리를 놓은 시간의 틈을 어두운 광기가 잠식하고, 그 어둠 속에서 불확실과 불균형이 잡초처럼 자라난다"

 

'셈레이의 목걸이'에 나온 이 문장은 SF 혹은 판타지의 전형적인 모티브중 하나인 '시간'의 파라독스를 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립 반 윙클' 식의 이야기이고, '겨울의 왕'은 '헴릿'이나 '오이디푸스' 이야기의 전복이었다. 어쨌든 이를 관통하는 시간이라는 화두... 다른 두 작품에서도 얼핏 언급되는데, SF적 세상을 사고하는데 가장 중요한 양념이 아닐까 싶다. ... 단 르귄은 이 양념을 그 이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헤인인 이야기들과 엮일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진실을 볼 수 있다면, 이성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시야'라는 작품에 삽입된 이 문장을 보고서 감탄을 했다. 이성의 존재이유는 무엇일지? 정말로 진실/진리가 우리에게 있다고 할 때 말이다. 있는 진리를 인식하기 위한 도구인지? 단지, 어쩌다 생긴 본능의 하나인지? '땅바다 이야기(어스시를 역자 최용준은 이렇게 칭했다)'의 모티브를 담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나, '명인들' 같은 작품 등에 담겨있는 힘의 근원이 이런게 아닐까 싶다. 감성적이고, 페미니스트 적이고, 또한 종족중심적이지 않은 문체 말이다.

YES마니아 : 골드 e****s 2007.09.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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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12방향- 그 기로에 서서...
"바람의 12방향- 그 기로에 서서..." 내용보기
본격적인 단편집은 이것으로 3번째. 조금 작으면서도 두툼한 책 사양자체도 너무 맘에 든다. 그 스타트로 '셈레이의 목걸이'는 조금은 식상한 결론이지만 이 단편으로 탄생한 장편 '로캐넌의 세계'를 읽고 싶어졌다. 분명 흥미진진한 미래세계가 가득할 듯?! '겨울의 왕'은 가장 맘에 든 단편으로 시간차공격을 맞은 듯하다. '아홉생명' 역시 '겨울의 왕'과 같은 '헤인시리즈'로 클론
"바람의 12방향- 그 기로에 서서..." 내용보기
본격적인 단편집은 이것으로 3번째. 조금 작으면서도 두툼한 책 사양자체도 너무 맘에 든다. 그 스타트로 '셈레이의 목걸이'는 조금은 식상한 결론이지만 이 단편으로 탄생한 장편 '로캐넌의 세계'를 읽고 싶어졌다. 분명 흥미진진한 미래세계가 가득할 듯?! '겨울의 왕'은 가장 맘에 든 단편으로 시간차공격을 맞은 듯하다. '아홉생명' 역시 '겨울의 왕'과 같은 '헤인시리즈'로 클론이 10명일 경우에 생겨날 수 있는 의문점을 재치있게 그린 부분이 너무 웃겼다. 게다가 해피엔드이지 않은가!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과 '혁명전날'은 색이 다른 쌍둥이 글과 같은 느낌으로 '빼앗긴 자들'의 번외편이라 반가웠다. 다수의 행복과 소수의 아니 단 한사람의 불행이 같은 값이 될 수 있을까?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공의 의무 사이의 괴리는 몇 %나 자생적인거라고 볼 수 있을까?   12방향에서 불어와 마음을 뒤흔드는 단편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포근한... 르귄의 상상력에 매혹되어 버렸다.
s****n 2005.12.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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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소재를 읽을수 있어 좋아요.
"여러소재를 읽을수 있어 좋아요." 내용보기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소설이예요. 물론 단편에다가, 어슐러 르귄의 작품이라는것도 빼놓을수 없는 선택사항이었구요. 샘레이의 목걸이 우주안에는 여러종족들이 있고, 한 행성안에도 여러종족들이 생활합니다. 한 행성에 같이 산다하여도, 서로가 유대적이지만은 않으며, 오히려 적대관계인 경우가 더 많은것 같네요. 이번 에피소드는 SF적인 소재를 신화로 표현
"여러소재를 읽을수 있어 좋아요." 내용보기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소설이예요. 물론 단편에다가, 어슐러 르귄의 작품이라는것도 빼놓을수 없는 선택사항이었구요. 샘레이의 목걸이 우주안에는 여러종족들이 있고, 한 행성안에도 여러종족들이 생활합니다. 한 행성에 같이 산다하여도, 서로가 유대적이지만은 않으며, 오히려 적대관계인 경우가 더 많은것 같네요. 이번 에피소드는 SF적인 소재를 신화로 표현한것 같아요. 무척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진정한 삶과 사랑을 허영심(?)에 송두리째 건 여인. 그래서 그녀는 행복했을까요? (그런데 여기의 진흙인은 왠지 '찰리와 쵸코렛공장'의 움파룸파족이 생각이 나더군요...) 파리의 4월 고독으로 인해 모이게된 과거인, 미래인, 외계인.... 고독은 정말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것인지.... 어찌보면 유치할법할도한(시간의 붕괴가 이리도 허망하게 된다는것 자체가..) 소재를 귀엽게 풀어낸것 같습니다. 명인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서 수의 신비와 비슷한 소재를 느꼈습니다. 물론, 르귄이 먼저겠지만... 비슷한 소재를 만나서인지 그리 신선한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역시나 수는 인간에게 있어 신비한 존재였나봅니다. 어둠상자 이 책의 표지를 일러스트를 장식한 소재이기도하지요. 하지만 전 다 읽고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묻고 싶더군요.... 솔직히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읽는다면 이해가 갈까요? 해제의 주문 제가 판타지류를 좋아하는것 같아요. 마법사가 나오는^^;; 짧은 단편이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이름의 법칙 '헤제의 주문'과 마찬가지로 귀여운 판타지를 읽는 느낌이였어요. 만화 '리니지'같은 느낌이랄까? 덕분에 이 단편들이 소재가 된 '땅바다'이야기라는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겨울의 왕 이번 단편에서 가장 마음에 든 단편집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어둠의 왼손'을 읽어서기도 하지만, 아르가벤왕의 현명함에 무척 감탄을 했거든요. 그리고 이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 르귄 역시 무척 감탄스럽습니다. 멋진 여행 정말 멋진 여행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아홉 생명 마니아를 위한 SF 걸작에서 읽어봤던 단편이지만, 다시 읽어보니 새롭더군요. 특히나 10명의 클론 중 한명만이 살아서 나머지 클론의 죽음을 재생하는 장면은 좀 충격적이었어요. 물건들 어쩜 종말은 외부에서 오는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되는 것 같습니다. 종말론에 의해 스스로 멸종해 가는 사람들... 머리로의 여행 역시나 이해하기 힘든 단편이었어요. 어쩌면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단편이기도 하고요.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겨울의 왕'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었습니다. 읽은 후에도 계속 머리와 가슴속에 남아있던 작품이기도 하구요. 여러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오즈딘의 고통을 대원들이 자신들의 느끼게 되면서 그를 이해하기 보다는 더 무서워하고 증오하는 감정들은 인간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다른 종족이겠지만 결국 하나일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즈딘은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행복했을지... 더이상 다른 대원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았으니 그랬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땅속의 별들 역시나 제가 별셋을 준 작품은 난해한 경우가 많은것 같네요. 이번 단편도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시야 신을 보고 듣는다는것은 행복한 일일까요? 아님 불행한 일일까요? 길의 방향 그냥 지나쳤던 소재를 이렇게 해석할수 있다는 것이 무척 좋았습니다. 차장밖의 풍경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든 이야기예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한사람의 희생양으로 전체가 행복할수 있다면? 그 행복이 혐오스러워 떠나는 사람들... 과연 나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일까? 남는 사람들일까? 그리고 사람들은 모른다. 그 희생양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혁명 전날 혁명을 일구어낸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지만, 이젠 늙고 병든 몸인 당신... 그래도 혁명을 이루어 낼수 있을까?
b*****e 2005.1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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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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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점에 갔을 때, 살 계획에 없었던 책이다. 그러나 표지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다. 책 판형 역시 내가 좋아하는 판형이었다. 한 마디로 난 이 책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책 자체가 이렇게 마음에 든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작가는 SF와 판타지에서 가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난 이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사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읽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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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서점에 갔을 때, 살 계획에 없었던 책이다. 그러나 표지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다. 책 판형 역시 내가 좋아하는 판형이었다. 한 마디로 난 이 책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책 자체가 이렇게 마음에 든 경우는 흔치 않다. 이 작가는 SF와 판타지에서 가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난 이 작가의 책을 세 권이나 사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읽지 않고 있었다. 하나는 세계 3대 팬터지 중 하나라는 "어스시의 마법사"이고 하나는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SF장르인 "빼앗긴 자들"이었는데, 난 어느것도 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바람의 열두 방향 만큼은 달랐다. 책이 마음에 들자마자 우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충분히 만족했다. 물론 지루한 단편,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단편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굉장한 단편, 재미있는 단편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각 단편 앞에 작가의 말이 써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샘레이의 목걸이, 파리의 4월, 겨울의 왕,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시야 등등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름의 법칙이나 해제의 주문 같은 판타지도 짧고 단순하긴 했지만, 분위기나 묘사, 세계관 등이 참 좋았다. 어서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고 싶어질 정도로. 아무튼 책이 참 예뻐서 샀지만, 내용도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인상깊은구절]
손실 기록 : 생물학자 하펙스, 공포로 인해 죽음. 그리고 감지인 오즈딘, 식민지 개척자로 정착함. - 378page
r******u 2004.12.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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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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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을 때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언급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의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고 특별해보여서 나는 이 소설을 어디로 가면 읽을 수 있는지 찾게 되었고,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바람의 열두 방향>이다.   사실 나는 SF문학이나 영화 등에 별로 관심이 많은 편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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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을 때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언급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의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고

특별해보여서 나는 이 소설을 어디로 가면 읽을 수 있는지 찾게 되었고,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것이

바로 <바람의 열두 방향>이다.

 

사실 나는 SF문학이나 영화 등에 별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다. 아니,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공상과학과 같은 것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SF는 외계인이 나오는 징그러운 것들 혹은 우주와 관련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에 대한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결핍된 나에게 이 책은

너무나도 즐거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엄청나게 획기적이고 대단한 상상력 대장!

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 굉장히 새로운 생각과 접근이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재밌게 읽었고 후에도 생각을 하게 된 단편을 말하자면 바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오멜라스라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다.

모든 조건들이 다 완벽하기 때문에 슬픈사람도 아픈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는 단 하나의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한 아이의 희생이다. 빛도 볼 수 없는 곳에 갇혀서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불행을 견뎌야만 하는 한 아이. 이 아이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 중 혹자는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 그 희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오멜라스를 떠나게 된다.

 

이 단편을 읽고 난 후에 난 깊은 생각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과연 어느쪽일까?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한 사람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그 희생을 견디지 못하고 오멜라스를 떠날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행동할 것인가. 참으로 힘든 결정이다.

 

어떻게 보면 그 아이 하나의 불행보다 모두의 행복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희생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것이 과연 모두의 행복일까. 내가 만약 그 아이의 처지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나는 그 아이의 희생을 견디지 못하고 오멜라스를 떠날까?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행복을 쉽게 놓을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그 아이를 그 곳에서 해방시켜 주는 노력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럴 용기가 없으니까.

 

이 단편 소설을 현재 우리 시대에도 충분히 적용시켜 볼만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까.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이고, 정의일까. 과연 정의라는 것이 있기는 한걸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c******9 2013.01.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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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고 매혹적인 르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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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베스트셀러였던 모 시인의 시집 제목이 바람의 열두 방향을 쫓아가는 동안 내내 입 속을 떠돈다. 그만큼 이 안에는 우주에서 고요히 홀로 부유하는 행성처럼 고독하고 단절된 존재들에 대한 르귄의 천착의 모음집이다. 복제 인간의 설정을 빌어, 결국은 고립된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의 숙명을 말한 "아홉 생명", 거대하고 위험한 미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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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베스트셀러였던 모 시인의 시집 제목이 바람의 열두 방향을 쫓아가는 동안 내내 입 속을 떠돈다. 그만큼 이 안에는 우주에서 고요히 홀로 부유하는 행성처럼 고독하고 단절된 존재들에 대한 르귄의 천착의 모음집이다. 복제 인간의 설정을 빌어, 결국은 고립된 존재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의 숙명을 말한 "아홉 생명", 거대하고 위험한 미지의 숲과 같은 인간 감정과 타자와의 상호 작용에 대한 섬찟한 맹점을 그린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이 두 편에 담긴 고독의 소묘가 가장 절절히 와닿는다. SF라기 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단편들도 적잖은데 그 중에서 중세로의 시간 여행을 재미있게 담은 "파리의 4월"과 거의 호러스런 이야기를 능청스런 유머와 동화적인 서술로 재치있게 풀어내는 "이름의 법칙"은 내 취향과도 딱 맞아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읽었다. 많은 분들이 르귄 단편의 백미라고 손꼽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좋기는 했지만 친절한 설명투의 문체가 장광설적이라 좀 재미없게 읽혔다. 제각각 완성도도 다르고 단편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은, 그래서 제대로 펼쳐내기도 전에 댕강 끝이 나버린 듯한 허무함도 간간이 맛봐야 하지만, 바람의 열두 방향이 빚어내는 고요한 SF의 세계는 아름답다. 그 이름만큼이나,,,,,,
l*****1 2005.07.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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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폭력성 : 어슐러 K 르귄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소통의 폭력성 : 어슐러 K 르귄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내용보기
타자와의 소통: 어슐러 K 르귄의 단편소설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바람의 열두 방향 중 - 이 단편은 어슐러 K 르귄의 초기 단편을 모은 SF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려 있다. 흔히 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이라고 하면 무협지와 유사한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내용의 소설들이 많다고 하나, 르귄의 경우는 다만 과학소설의
"소통의 폭력성 : 어슐러 K 르귄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내용보기

타자와의 소통: 어슐러 K 르귄의 단편소설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
- 바람의 열두 방향 중 -



이 단편은 어슐러 K 르귄의 초기 단편을 모은 SF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려 있다. 흔히 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이라고 하면 무협지와 유사한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러한 내용의 소설들이 많다고 하나, 르귄의 경우는 다만 과학소설의 양식을 빌릴 뿐 보다 심리학적 주제에 천착하고 있어 소위 hard SF와 다소 구분된다. 예를 들어, 그녀의 소설에서 광속여행을 통한 시공간의 일그러짐은 주체의 불안, 자아의 혼란을 시사하며, 외계 행성 문명과의 만남은 타자와의 접촉에 수반하는 공포 혹은 역으로 외부로의 도피(자아로부터)와 같은 심리적 사건들을 유발하는 장치이다.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는 약 1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는 타인과의 접촉, 소통으로 인한 공포와 상처를 다루며 두 가지 흥미로운 소재를 선보이고 있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소재를 맘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이야말로 SF와 판타지 장르문학의 재미이다.) 하나는 타인의 감정을, 당사자조차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까지도 그대로 느끼는 매우 과도한 공감능력으로 고통 받는 ‘감지인’이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알 수 없는) 감정’이라는 걸 알지 못하므로, 그에게는 ‘남’이라는 게 없다. 타인의 폭력적인 감정의 바다에 익사하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를 닫거나 혹은 받은 감정 그대로를 되돌려주기 때문에, 그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괴팍하며, 폭력적이고도 외롭다. 또 하나의 소재는 동물이 전혀 없이 독립영양계의 식물로만 이루어진, 그러면서 하나의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외계 생태계이다. 풀뿌리, 나무뿌리들이 뇌의 신경세포처럼 시냅스를 이루면서, 행성을 덮고 있는 식물군 전체가 하나의 개체로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또한 우주 공간에서 혼자 또렷이 존재하여 왔으므로 ‘남’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만나자, 첫 반응은 충격과 공포, 공황이었다. 워낙에 크고 강력한 감정인지라 감지인과 더불어 먼 우주공간을 날아온 ‘보통’ 사람들조차 이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미칠듯 한 공포에 질려 앉은 채로 숨이 멎어버린다. 바야흐로 행성을 뒤덮은 공포의 감정에 전염된 이들 남녀의 운명은... 아아 (쿨럭)


소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여기 제시한 르귄의 단편은 소통이 불러오는 공포와 폭력을 또한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부처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하였듯, 외로움은 말의 한계, 소통의 한계를 일찌감치 깨달은 수도자가 스스로 택하는 방편이기도 하고, 또한 수줍은 마음의 가리개이기도 하다. 상처받기 두려운 사람이 위악의 껍질 뒤로 숨어버린다면, 어떻게 그를 불러낼 것인가? 굳이 불러내야만 하겠는가?


이 경우의 답은 당위보다는 방법에 있다. 슬픈 일이지만 모든 소통은 그 어떤 가치와 이름으로 포장하더라도 항상 폭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서로 생각이 다르고 말이 틀려 싸운다. 그 후로도 합의를 이루는 과정 또한 합의되지 않는 언어들을 숨기고 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은 미처 다 주장하지 못하고 남긴, 숨겨버린 언어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대저 소통을 빙자하여 함부로 사랑을 말하면서 남의 마음에 무례히 손을 대려는 자에게 예의와 부끄러움을 알게 하소서. 무릇 대화를 하기 전에 듣기를 먼저 준비하고, 토론을 하기 전에 미리 필요한 공부를 챙겨 해 두고, 타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무익하게 끌어대어 쓰지 않는 조심스러움을 갖추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대화의 예절을 반복 강조해야만 하는 무료함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모든 만남은 또한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긴다. 팔만 사천 연기 하나 하나가 각기 인연이며 또한 싸움이다. 외부와 끊임없이 접촉하는 인간의 마음은 피흘리는 전쟁터이다. 그리하여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의 손으로 상처 입는 것을 내가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만남은 늘 무겁다. 그러니 타인이 혹 나를 사랑하고 싶다 하여도 나에게는 내 공간을 지킬 권리, 사랑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 않겠는가. 나를 소비하고 싶다면 동시에 나에게 소비되어도 좋다는 자세를 갖추어야 상호 신뢰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 내가 그대를 소비하고 싶지 않고 그대에게 소비되고 싶지도 않다면, 그러면 우리는 이제 남이다. 잠시 서로의 표면을 스친 것일 뿐이다. 이것이 위악이다. 이것이 쿨(cool)이다. 얼음장 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진실로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오지 않으려면 차라리 나를 홀로 내버려두라. 이 오만함조차도 그냥 내버려두라. 이를 ‘소통의 한계’라 부르지 말자. 차라리 ‘소통의 폭력성’이라 부르자.


르귄은 이를 잘 안다. 동양에서 온 일본인 ‘조정관’ 여인은 이 상처받은 짐승, 오만한 패배자 ‘감지인’에게 다가가 증오가 아닌 사랑의 관계를 알려주려 애쓴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반사적인 증오가 여인의 마음 속에 떠오르는데, 감지인은 이를 즉각 느껴 실제로 얻어맞은 듯 비틀거리며 여인을 떠나간다. 그럼에도 그는 잊지 않았다. 결국 감지인이 이 공포, 증오의 광기가 몰아치는 외계 행성의 숲속 어딘가로 녹아들듯 사라져간 후, 우주는 평화를 되찾는다. 조정관은 성공하였다. 그러나 늘 그럴 수는 없을 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함께 있고 싶어?”
‘에반게리온’ 중 여리고 외로운 소년 이카리 신지의 환상 속에서 아름다운 소녀들이 말을 걸어온다. 위악 뒤에 숨어 있는 외로운 자의 모습은, 어찌 보면 햇볕 아래 즐겁게 어울려 노는 친구들을, 그늘에 숨어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소년과도 같다. 그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놀자고 청할 것인가? 아니다. 나라면 차라리 그의 외로움을 지켜줄 것이다. 이것은 가시덤불 칭칭 감겨 피 흘리는 내 손을 차마 숨기고 싶은 내 나름의 예의이다.

r********s 2008.07.16. 신고 공감 0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르귄여사를 처음 접한다면 이책을..
"르귄여사를 처음 접한다면 이책을.." 내용보기
그리폰북스라는 알아보면 정말 생뚱맞은 회사에서 출판된 이책은 원래 초판이 75년작이고, 어슐러 아줌마는 지금 여든살정도 되는 할머니이다. 정말 황당한건 이런책이 어떻게 이제사(!) 출판된냐는 것이다. 오마이..갓.. 어슐러 할머니라 불러야 할 이분은 EarthSea 시리즈(우리나라에는 땅바다로 알려졌지만 그 단어 너무 어색하지 않냐? =_=)로 유명하신 판타지계의 대모셨던것..
"르귄여사를 처음 접한다면 이책을.." 내용보기
그리폰북스라는 알아보면 정말 생뚱맞은 회사에서 출판된 이책은 원래 초판이 75년작이고, 어슐러 아줌마는 지금 여든살정도 되는 할머니이다. 정말 황당한건 이런책이 어떻게 이제사(!) 출판된냐는 것이다. 오마이..갓.. 어슐러 할머니라 불러야 할 이분은 EarthSea 시리즈(우리나라에는 땅바다로 알려졌지만 그 단어 너무 어색하지 않냐? =_=)로 유명하신 판타지계의 대모셨던것.. 나는 이때까지 판타지, SF둘다 좋아하긴했지만 두개를 합쳐서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책에선 SF뿐아니라 판타지의 세게에 대해서도 다룬작품이 많았다. 책에서는 판타지와 SF쪽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면 이분이 될것이라고 극찬을 마다하지 않을정도 였다. (노벨문학상작품들은 별로 재미없지 않나? =_=) 각설하고.. 이책은 르귄여사의 초창기 작품들을 모아놓은 단편 소설집이다. 표지가 무척 성의 없어보였지만, 요새 보는 열린책사보다는 훨씬 가독성이 훌륭하다. (열린책사보다 나쁠곳이 어디있겠냐만..) 내가 읽고 머리속이 멍해지는 느낌을 받은것은 <셈레이의 목걸이>, <아홉 생명>등이다. 아마도 이 두가지 작품은 몇년동안 내머리속에 맴돌아 갈것같다. 이 두작품에 대해서는 뒤에가서 또 얘기해보기로 하고..그외에 인상깊었던 작품들은, <겨울의 왕>, <제국보다 광대하고 더욱 느리게>,<땅속의 별들>, <시야>, <어둠상자>등이다. <겨울의 왕>과 같은 경우,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어색해서 몇번을 읽어본 작품이다. 마치 이영도님의 <오버 더 호라이즌>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이름의 법칙> 이야기도 좋았던 작품.. <셈레이의 목걸이>는 아마도 내가 아이 엄마라서 더욱 내 뇌리에 밖힌듯하다. 누군가 얼마전에 물어본 "넌 남편과 아이중 누구를 택할거니?"를 다시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셈레이의 욕심은 허영이었을까 아니었을까..셈레이가 자신의 딸을 처다보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아홉생명>에 대해서는 읽어본 사람들 모두 비슷한 느낌이 들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남게된 종족, 가족원을 모두 잃은 사람..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다면, 좀더 몰입감에 들어갈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초창기 작품이라 그런지 다듬어지지 않은 스토리의 신선함이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요새 나왔었던 몇가지 영화나 SF스토리의 뼈대도 많이 보여지고..(뭐 이세상에 새로운것이 어디있겠는가...) 단편이라 그런지 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같아서 읽는 내내 행복했던 책이었다.이런 진흙속 진주같은 책이 출판되서 읽었다는 것자체에 너무나 기분이 좋은 책이었다.
s****u 2005.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마치, 스타워즈에 나올법한..
"마치, 스타워즈에 나올법한.." 내용보기
꽤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던 단편집이다. 그도 그럴것이, 르귄의 초기 단편 17편이 묶여 나온 책인지라 단편 하나 하나를 따로 떼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탓이다. 쭈욱 한꺼번에 읽어버리면 앞에 읽었던 단편이 머리속에서 뭍혀버리는지라 띄엄 띄엄 읽었더니 오랫동안 여운을 즐길 수 있어 책읽기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샘레이, 파리의 페니위더, 명인 가닐, 리카르
"마치, 스타워즈에 나올법한.." 내용보기
꽤 오랫동안 붙잡고 읽었던 단편집이다. 그도 그럴것이, 르귄의 초기 단편 17편이 묶여 나온 책인지라 단편 하나 하나를 따로 떼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탓이다. 쭈욱 한꺼번에 읽어버리면 앞에 읽었던 단편이 머리속에서 뭍혀버리는지라 띄엄 띄엄 읽었더니 오랫동안 여운을 즐길 수 있어 책읽기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샘레이, 파리의 페니위더, 명인 가닐, 리카르드의 상자, 검은용 예바우드, 위대한 왕 아르가벤, 여행자 루이스, 열번째 생명 카프, 리프의 배, 잃어버린 사내, 홀로 존재할 나무, 별을 보는 궤나르, 신을 보는 휴즈, 죽음과 떡갈나무, 행복한 도시 오멜라스, 라이아의 단독파업... 가지각색의 얘기와 주인공들은 마치 영화 스타워즈에 나올법한 어느 소행성의 작은 사건들과 같았다고 할까. 다른 혹성, 다른 환경, 다른 가치관의 외계 생명체들의- 그러나 지구의 삶과 같은 사건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샘레이의 목걸이'였다. 가장 앞에 실을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해야할지, 가장 먼저 읽었으니 기억에 남는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작가의 말처럼 가장 로맨틱한 탓이 클듯하다. 그녀의 하룻밤의 모험은 작은 허영 때문에 불러왔다고 탓하기엔 너무 큰 댓가를 치뤘음이니, 환타지가 아니라면 맛보기 힘든 설정이리라. 환타지 소설을 매우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단편집은 더더욱이 좋아한다. 환타지 소설의 매력이 '상상력'에 있다면, 그걸 다양하게 극대화 해줄 수 있는 것으로는 단편집이 단연 좋지 않을까. 문학계에서 환타지가 푸대접 받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문체의 수려함만큼이나 화려한 상상력도 중요할 터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어슐러 르귄님 같은 분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어떤 사건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이 단편집은 SF소설에 보다 가까울지 모르겠지만, 결국 의미하는 바에서는 통털어 환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성향은 전혀 틀리지만, 비슷한 이유로 좋아하고 재미를 느낀 것으로 이영도님의 '오버 더 호라이즌'과 시미즈 레이코님의 걸작 단편선을 꼽겠다. 아마도,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틀림없이 이 책에서도 그 빼어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o 2005.01.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