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밤, 한 남자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숲을 헤치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그가 내뱉는 날숨은 차갑다. 산장의 살인 사건, 여자의 죽음, 죽기 전 여자의 마지막 한 마디. "무서워.. 거..미.. 미안해..' 그 곳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영화는 시작부터 끔찍하고 극단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모든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돼서 어디로 향하는가.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용서할 것인가. 어린 시절의 지독하고 슬픈 기억의 상처는 절대로 아물 수가 없는 것일까. 거미숲의 그 아름답고도 음산한, 몽환적인 공간과 마구 뒤틀려 버리고 깨져버린 기억의 조각들. 내면 속에 감춰진 잔혹한 진실, 시공간의 틀을 완벽하게 뒤집어버리는 반전. 영화는 음산하고 잔혹하지만, 그럴수록 자꾸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지독하게(!) 매혹적이다. 그 날밤,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의 기로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남자, 강민. 그는 14일동안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살인사건의 진실을 말한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가. 진실과 환상의 경계는 과연 명확할 만큼 절대적인 것인가. 진실과 환상의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강민. 뒤죽박죽 얽혀버린 그의 기억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힌다. 지워져 버린 기억을 되살리고-하지만 처음부터 지워져 버린 기억 따윈 없었다- 그 잃어버린 퍼즐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고통스런 작업을 그는 집요하게 벌여나간다. 진실을 찾고 싶어하는 그. 하지만 결국 그가 마주서게 되는 진실은 무엇일까.. 아, 이 모든게 악몽이었으면.. 일어나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말끔히 사라져버리는 악몽이었으면. 기억이라는 것, 그것은 한 인간의 존재를 증명한다.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는 것. 그러나, 기억을 잃어버린 인간은 누군가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삶의 진실, 나아가 생의 의미 모두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문득 문득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기억, 나는 누구를 기억하는가, 누가 나를 기억해주는가…. '난 지금 어디쯤 있을까. 혹시 거미숲 한가운데?....누구든.. 날.. 기억해줘요.. 제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면은 그저 황량할 뿐.. 미로, 기억의 연쇄, 뫼비우스 띠보다 질긴 그 지독한 무간지옥의 세계 거미숲.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영혼들이 갇힌 곳 거미숲. 결국, 모든 걸 매듭짓지 않는(!) 결말은 관객에게 더욱 강렬하고도 아쉬운 여운을 남긴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의 끝은 처절한 고통과 지독한 외로움만을 남길 것이기에. 그것 자체가 너무나 잔인한 것임을 알기에… 감독이 남긴 여백은 관객에게 더 큰 파장의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한 인간의 파괴된 내면을 무뚝뚝한(!) 연민의 시각으로 그려내는 영화. 이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렇다. 어쩌면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기억하지 않는 것, 망각 그 자체가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 덧붙임.. 1) 매혹적인 섹스신과 거칠고 광기어린 살인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구성은 나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씬을 불쾌하게 여길 이도 있을 것이다. 난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하나를 말하라고 한다면 바로, 섹스신이라고 말할 것이다. 감독의 섬세함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 바로 영화 곳곳에 배치된 섹스신이기 때문이다. 단 몇 초, 몇 분의 섹스신 하나로도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인물의 심리와 상황 모두를 집약적으로 말하는 감독의 설정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 멋지다..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 감우성이라는 배우, 이제 완전 물이 올랐음을 느낀다. 그 한없이 어두운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배어있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내면을 완벽하게 연기했다고 말한다면, 과잉 칭찬일까. 하지만, 그의 섬세한 연기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3) 거미숲 DVD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면 바로 영화 속에서 삭제 되었던 장면들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영화 곳곳의 충격적인 삭제 장면들은 거미숲을 보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
| 이 영화에 대해 뭐라 얘기를 해야할지... 많은 분들이 찬사를 하는 이 영화에 대해 제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아주 잘 만들어진 럭셔리 떡볶이 같다는 느낌이다. 최고 레벨의 고춧가루와 세상에서 제일 고급품인 소금, 전 우주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쌀떡 등등... 갖은 고급재료를 다 써서 만들었다 하더라도 그건 떡볶일 뿐이다... 거미숲이 그렇다... 보는내내 나름대로는 고급스런 진행과 구성으로 무언가를 기대하도록 만들었지만 결국 식탁에 올라온것은 떡볶이 였단 말씀... 14일만에 깨어났다고 하지만 그럼 그동안 그가 겪은 것은 모두 환청이라는 건가? 사실...1/3정도 본 시점에서 대략 끝은 짐작을 했다. 그렇지만...그게 다가 아니기를 기대했는데... 아무튼 이 영화는 심리 스릴러 장르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외의 사람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알 포인트가 호러, 스릴러 양면에서 모두 낫다는 느낌. 연기 : ★★★☆ 재미 : ★★★ |
| 제목 : 거미 숲Spider Forest 감독 : 송일곤 출연 : 감우성, 서정, 강경헌, 장현성, 조성하 등 등급 : 18세 관람가 작성 : 2005. 08. 30. 전역 후의 휴학 연장을 위해 대략 2년 만에 대학교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교수님을 찾아가 보았지만, 자리에 안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늦어도 좋으니 저녁에 뵙기로 하고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음날 자대로 복귀해야하고 학교가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의 외각지대라는 등 그리 여유를 가지기 귀찮은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3시간의 공백. 마침 학교 도서관의 멀티미디어실에서 영화를 시청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한편의 영화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예전에 극장에서 '알 포인트R-Point'와의 선택을 저울질했었던 영화 '거미 숲'. 하핫. 그럼 그때부터 쭉 보고 싶었던 공포영화를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밤의 숲. 곧게 키가 큰 나무들이 인상적인 어두운 숲 속에서 한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한 남자가 숲 속에서 눈을 뜹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숲 속의 집에 들어서게 되는 그는 피 튀긴 살육의 현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실의 남자시체를 피해 방안으로 들어선 그는 죽어 가는 애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그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는 여자. 그리고 살인자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발견하게되는 그는 마침 주위에 떨어져 있던 낫 하나 주워들고 그 뒤를 추적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둔기에 맞고 쓰러지게되는…… 것에서부터 숲 속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이어지는군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14일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그는 형사 친구에게 사건을 하나둘씩 이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서 그에게 다가오는데……. 클라인의 병처럼 입구가 곳 출구이며, 출구가 곳 입구라는 이론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 폐쇄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그림자와의 좇고 좇기는 추적. 두개의 연속성을 지닌 선택을 위해 같은 시간 속에서 끝없이 돌고 도는 공포의 이야기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번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생각보다 혼란스러운 작품 같다는 기분이 드는군요? 기억. 흘러가는 시간 속의 자신의 인생을 증명한다는 것. 하지만 그 기억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신용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때론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반갑게 인사를 건네올 때마다 죄송스러운 한편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잊고있었던 끔찍한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를 때의 그 숨막히는 가슴의 압박이란…… 아아. 생각하기도 싫어집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은 이의 영혼이 머문다는 '거미 숲'.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때까지 이런저런 공포영화를 봤었지만 서정성을 지닌 공포영화는 처음 접해본 것 같았습니다. 물론 피도 실감나게 튀기고 18세 딱지가 붙을 만한 장면 또한 등장하고있지만, 후훗. 글쎄요. 근사한 느낌이 드는 공포를 즐기시는 분에게는 귀신의 전설을 지닌 숲의 이야기 '거미 숲'을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그럼 4박 5일의 훈련과 연이은 3박 4일의 외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쉬어버린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를 다시 집어들어 봅니다. Ps. '알 포인트'에서의 주연이었던 배우 감우성 씨의 또 다른 느낌의 공포영화라서인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기도 했지만, 처참히 망가진 모습과 이어지는 그의 벗은 모습이라…… 아아 성별이 여자인 친구와 영화 '취화선醉畵仙'에서의 리얼 춘화도를 봤을 때의 기분이 나서 깜짝 놀라버렸다고 만 말씀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