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필버그의 장대한 전쟁영화
이미 개봉된지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또한 대표적인 ''대작 전쟁영화'' 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1998년도 오스카상을 휩쓸기까지 한 이 영화의 실체와 메시지는 무엇인지, 이 장을 통해 알아 보기로 하자.
2. 애국주의의 표상이라 할 만한 영화의 줄거리
1944년 영미 연합군은 장대한 규모의 상륙작전을 통해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나서, 결국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키게 된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축선을 따라 동쪽으로 진군하던 미군 병력 가운데, 라이언 집안의 형제 4명이 병사로 소속되어 있었다.
4명 가운데 3명이 전사하고 공수부대원이었던 막내마저 소식이 두절되자, 미군은 그를 구하기 위해 밀러 대위를 대장으로 하는 특공조를 투입하게 된다.
조원 몇명의 희생 끝에 그들은 라이언 일병을 찾아내지만, 라이언 일병은 자기에게는 독일군으로부터 다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임무가 남아 있다며 후송을 거부하고, 밀러 대위의 특공조는 라이언 일병과 함께 교량 사수 작전에 참가하게 된다.
미군들은 선전하지만 압도적인 독일군의 물량공세 앞에 서서히 밀리게 되고, 하나둘씩 전사해 간다. 중상을 입은 밀러 대위가 바로 앞에 나타난 독일군 전차를 향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권총을 발사하는 순간, 전장 상공에 연합군의 전폭기가 나타나며 전세는 역전된다. 공군의 지원하에 연합군의 대규모 지상군 부대가 돌입하면서 교량을 탈환하려던 독일군 부대는 섬멸되고, 임무를 완수한 밀러 대위는 부상이 악화되어 전사하게 된다.
종전후 50년쯤 지나 밀러 일행의 묘소를 참배한 라이언 일병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한 채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3. 휴머니즘이라는 겉포장, 내용물은 편협한 애국주의
이 영화는 겉으로 휴머니즘을 표방하고 있다. 적진 깊숙히 떨어진 공수부대 병사를 구하기 위해 특공조가 출동한다는 내용이나, 밀러 대위가 희생 끝에 전사한다는 내용이 겉보기에는 전쟁 휴머니즘을 내세우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실제 내용은 진정한 휴머니즘이라기보다는, 휴머니즘으로 포장한 애국주의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영화는 기존의 헐리웃 전쟁영화에 비해 상당히 사실적인 전투묘사를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전쟁의 참혹상이나 반인간성 같은 것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30분에 걸친 상륙작전 장면도 단지 하나의 구경거리에 불과할 뿐, 그러한 장면이 어떠한 메시지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성조기의 이미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에 의존하고 있다. 전쟁의 참혹상이라든가 인간의 다면적인 본질은 외면과 무시로 일관한 채, 전쟁을 통해 체제 유지와 애국주의 설파라는 기능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3. 십자군 연합군, 삼류 깡패 독일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임무중 밀러 특공조가 붙잡은 독일군과 관련된 부분이다. 기관총 사수였던 독일군은 밀러 일행에게 붙잡히자, 자기는 미키 마우스를 좋아한다는둥, 찰리 채플린의 팬이라는둥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기는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다 미군들이 총부리를 들이대자 ''히틀러 개새끼'' 라는 말을 늘어놓으며 목숨을 구걸한다.
미군들의 ''자비'' 에 의해 풀려난 그는, 교량 공격에 참가해서 미군들을 사살한다. 그러다 미군의 증원으로 독일군이 궤주하자, 또다시 목숨을 구걸하다 마침내는 미군의 손에 사살당하고 만다.
반면 미군들은 하나같이 애국심과 신념에 넘치는 십자군 전사처럼 묘사되어 있다. 밀러 대위야 말할 것도 없고, 기도문을 외는 저격수라든가 어린아이를 구하려다 전사하는 위생병의 모습 등, 독일군과 미군은 거의 극단적인 이분법적 시각으로 묘사되어 있다.-특공조원 가운데 통역병만이 여기서 한참 벗어난 인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것은 어떤 사실적인 묘사라기보다는 일종의 코믹성과 재미를 가미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미국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은 정의롭고 신념에 가득차 있으며, 그에 반하는 세력은 무조건 부정적으로 몰아붙이는 국수주의적, 흑백논리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과 미군을 똑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씬 레드라인="">이나 독일군과 소련군을 똑같이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 그리고 있는 <철십자훈장> 과 같은 영화들과 비교하면, 이 영화가 얼마나 수준낮은 애국주의에 물들은 것인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4. 스필버그라는 감독의 한계, 오스카의 한계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역시나 스필버그 감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스카라는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가지는 영화제의 한계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스필버그라는 감독은 낙관적인 세계관과 특수효과로 막대한 유명세와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긴 하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궁극적으로는 체제와 현실에 순응하라는 메시지, ''차카게 살자'' 라는 식의 가르침을 설파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오스카 역시 훌륭한 영화를 발굴하고 수상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의를 가지고 있으나, 현실과 체제라는 명제에서는 항상 순응과 타협이라는 자세를 취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영화는 휴머니즘 대작이 아닌, 애국주의의 선전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미군에게 사로잡힌 후 "나는 미키마우스 팬이다.", "히틀러 개새끼!" 따위의 말을 늘어놓으며 목숨을 구걸하는 독일군 기관총수의 모습-헐리우드의 편협하고 삐딱한 화법의 전형을 보여주는 캐릭터철십자훈장>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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