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옛 생각을 할 때면 슬퍼지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별로 주위 사람들이 웃지도 않는 경우에 나 혼자만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두울 때 찾아오는 낯선 두려움, 군중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때의 외로움, 불쌍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리면서도 어쩌지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을 때 벌겋게 달아오르는 뺨. 그런 일들은 왜 그런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간질 발작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발작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친구였는데, 저 아이는 왜 발작을 하는 걸까 궁금해 한 적이 있었다. 『뇌를 움직이는 마음 마음을 움직이는 뇌』를 읽으면서 돌연 나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내 기억 어디쯤에 저장되어 있을까. 디스켓에 들어 있는 어떤 자료처럼 나름의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내 머리는 몇 기가나 될까. 기억 위에 기억이 덮어쓰기를 하면 이전의 기억은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게 만드는 책이다.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어릴 때 가슴속에 있다고 믿었던 마음은 어느덧 뇌라는 장소에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지식, 감정, 의지 등의 정신적인 활동이나 그 바탕을 뜻한다.
우리의 뇌는 공상과학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컴퓨터에 연결해서 그 속에 있는 여러 가지 기억을 꺼낼 수 있거나 화면으로 재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뇌가 하는 것이므로 뇌사상태에 빠진 경우 뇌를 이식한다고 하지만 사실을 뇌에 몸을 이식하는 것이라 한다. 이렇듯 이 책에는 뇌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자면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소뇌, 뇌실, 뇌궁, 시상, 송과샘 등의 여러 전문 용어들이 동원된다. 물론 모두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대개 어떠한 방식으로 기억이 저장되고 저장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인지에 대한 이해정도면 족하다. 그러기에 책은 일반 사람들이 읽고 알 수 있도록 편안한 서술도 충분히 많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뇌의 특정 부위와 함께 기억의 방법을 이야기할 때 전전두엽이나 해마 등의 전문 용어가 나오게 되면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머리 속에서 뇌의 특정 부위에 괜한 신경이 쓰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도 과연 어려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가슴 뭉클해지는 마음이란 것이 도대체 뇌에 존재하는 것인지 가슴에 존재하는 것인지 알 수 없더라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내 마음이 왜 이럴까, 왜 나는 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까 등의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의문들은 주로 정서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나는 그 사람이 미치도록 좋은지, 왜 나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지, 왜 나는 갑자기 까닭도 없이 슬퍼지는지 등의 생각들이 결국은 내 마음이 왜 이럴까라는 의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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