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폴 오스터의 경험담과 주변인으로 부터 알게된 기묘한 이야기에 대한 산문집입니다. 폴 오스터 책의 (애독자 혹은 다독자라면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는 '우연' 과 '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실제 폴 오스터 주변에서 벌어지는 우연같고 운명적인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실제 자신의 소설에서도 적용되고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폴오스터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것들을 더 사랑 할 수 있을것입니다. //폴오스터를 처음 접하신 분들보다 많은 작품을 읽으신분들께 권합니다. |
|
이래서 '열린책들'에서 나오는 책이 좋다. 2004년에 이렇게 통통튀는 책을 만들었다. "빨간 공책"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모든 페이지에 빨간 줄이 쳐져있고 정갈한 손글씨로 되어있다. 요즘 유행하는 특이한 폰트가 아니라 진짜 손으로 한 자 한 자 쓴듯한 글씨가. 훈훈하다.
폴 오스터가 책 전체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우연의 무서움'이라고 하겠다. 우리 삶 자체가 '사실주의+신비주의'적임을 절감한다. 신경써서 찾아본다면 우리도 누구나 이런 경험을 찾아낼 수 있을테니 말이다. 폴 오스터는 이런 신기한 경험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빨간 공책에 꼬박꼬박 기록해두었던 것일까? 우리는 원인을 보고 결과를 예측하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신기한 우연들을 통해 보여준다.
|
|
폴오스터의 작품을 두번째로 읽어 본다. 유투브에서 '김영하의 책읽는 팟캐스트'를 듣고 이 책을 사보게 되었다. 특이한 구성으로 빨간줄에 손글씨체로 출간된 책이다.
폴오스터가 사는 세상은 많은 우연들이 겹치고 또 그 우연들을 번잡하게 그리지 않고 조용조용히 들려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1972년에 작가의 절친이 법률적으로 골치 아픈 문제에 말려들었다. 오스터가 그녀 집에 머물때에 사복형사가 법정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주었다. 소개받은 변호사를 찾아 시내로 갔는데 법률회사는 [아규 앤드 피브스 Argue and Phibbs]였다....
1973년 오스터는 프랑스 남부 어느 농가의 관리인 자리를 제의 받았다. 주인은 파리에 사는 미국인 부부로 50달러의 생활비와 자동차 기름값 두마리의 개 사룟값을 대주는 조건이었다. 번역을 해서 생활비를 댈려 했지만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몇주나 걸리는 등....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마침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 사진가인 제임스 슈거가 나타나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주었다. [슈거는 미국 속어로 돈을 뜻하고 슈거대디는 원조 연애를 즐기는 돈 많고 어수룩한 아저씨라는 뜻]
폴 오스터 인생에서 여러가지 우연들이 나타나고, 그의 여러 친구들의 우연히 일어난 일들을 유머 감각으로 풀어낸 책이다.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우연이 겹치는 사건들...
그래도 재미있다. |
|
내가 그를 만난 것은 지난해의 어느 전시회장에서 였다. 그날, 흠모하는 열린책들 출판사의 부스는 화려했다. 국제도서전 첫 방문이었고 나는 백수라는 신분도 잊은채 달아올라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해인 올해는 책에 눈길도 주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지만 당연히 실패다. 이지적이고 이국적인 외모의 사진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열린책들 부스에서 단연 인기가 높은 그의 책은 한켠에 섬을 쌓고 있었고 두툼한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미리 구입하고자 결심했던 도스토예프스끼의 빨간전집만 몇권 집어들고 온 기억이 난다. 서운함을 감출길이 없었는데 마침 부스 귀퉁이에 엽서와 스탬프가 놓여있었다. 개미로 유명한 베르베르를 비롯한 열린책들의 작가를 대표하는 소설과 이미지를 엽서에 찍어서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는데 나는 유독 폴 오스터의 이미지 캐릭터가 파여진 도장이 마음에 들어서 말라붙은 잉크를 고집스럽게 도장에 쳐발라가며 몇장이고 찍어서 가지고 왔다. 그렇지. 그의 프로필 사진만 보아도 여성독자라면 마음이 설렐만하지 않은가. (아니면 할수없고.) 좋아하는 배우의 사진을 본 것처럼 그의 얼굴을 묘사한 그림이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외모와 문체가 닮은 얼마 안되는 작가랄까.) 그래서 그 후 그의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그것이 바로 '달의 궁전'이다. 지난번 <왜 쓰는가> 서평에서의 표현을 반복하자면, '달의 궁전'은 그가 쓰고 내가 산 첫번째 책이고 '왜 쓰는가?'는 그가 쓰고 내가 읽은 첫번째 책이다. 조금만 두꺼운 책에도 놀랄 정도의 새가슴인 나. 그래서 미안하지만 달의 궁전은 조용히 장식용 책이라는 사명을 다하고 있다. '왜 쓰는가'와 마찬가지로 오늘 읽은 '빨간공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의 일상과 경험에서 비롯된 에피소드와 생각들이 적힌 책이다. '빨간공책'은 폴 오스터의 글쓰기에 영감을 줄만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인듯 하다. 그가 아는 친구와 지인에게 얻은 믿기 힘든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비롯한 에피소드들은 그 흔한 액자식 소설처럼 "이건 내 친구가 겪은 일인데" 혹은 "이 이야기는 내가 열두살 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를 사칭한 사기극을 보는 듯 놀랍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폴 오스터의 책이라고는 읽었다고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얇은 이 두 권의 책 뿐이지만 나는 이것으로 그를 전부 알았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 반했다. 담담한듯 하면서도 마음을 후비고 들어오는 어린아이같고, 냉소적인듯, 관심없는 듯 하면서도 자상한 그의 문체에 반해버린 것이다. 이런 것을 영미 소설의 원형이라고 하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본작가들의 문체와 유럽작가들의 문체, 한국 작가들의 문체에 대해서는 조금씩 파악하고 있지만 미국 작가에 대해서는 금붕어도 웃고 갈 정도로 무식하니까. 문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작가의 심리 상태, 그의 무의식, 그가 살아온 배경은 기본이고 폴 오스터로 치면 그가 지낸 뉴욕이라는 도시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문체는 '장소'와도 연결된 것 같다. 그곳의 공기, 도시의 음침한 정도, 소음들, 음식냄새 등등... 이를테면 하루키하면 그가 쓴 소설의 문장 몇개를 떠올리는 것 보다는 재즈나 고양이, 위스키, 마라톤 등을 연상하는 것이 수월하듯 말이다. 헬렌 한프의 <채링 크로스 84번지>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행자들은 늘 자기가 무얼 보아야 하는지를 미리 정하고 오기 때문에 진정 여행지를 느끼고 갈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에 헬렌은 그동안 읽은 책 속에 나오는 장면들을 확인하려고 영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되돌아온 대답은 '그럼 거기에 있어요' 였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강 그런 내용 이었다. 그가 말했듯 내가 상상하는 폴 오스터 속의 뉴욕을 보려면 영원히 이곳에서 그의 책 속의 뉴욕만 구경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또 한명의 사랑하는 작가를 맞이하는 기쁨. 나는 애정을 듬뿍 담아 폴 오스터를 '2007년 나의 작가'로 임명한다. 누군가 '폴 오스터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게 여자건 남자건 나는 분명 질투를 할게 뻔하다. '빨간공책'에서 가장 좋았던 내용은 42~43쪽에 있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도서관에 앉아 읽은 책이어서 발췌하지 못했다. 연필과 연습장이 있었음에도, 옮겨 적어오려고 연습장 두장을 뜯어서 옆에 두기까지 했으면서도 적지 않았던 것은 나의 게으름 탓이다. 언제라도 누군가가 이 서평을 읽고 "당신이 좋아하는 그 문단들이 바로 이것이에요"라면서 42~43쪽의 내용을 발췌하여 선물로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서평을 마친다. |
| 드라마에 대해 늘 불평한다. 다 알고보니 누구누구더라, 누구의 오빠가 알고보니 내 오빠더라 뭐 이런.. 그런 뻔한 전개를 ''뻔하다''고 느끼는 건, 그 사람이 아직은 젊다는 걸지 모른다. 젊고 어리고, 아직 살아갈 인생이 더 많은.. 그런데 좀 살다보면... ''진짜?''를 연발하게 되는 일들이 무척 많아진다. 전혀 모르던 남이, 알고보니 내 친구의 사촌이고 그 유명한 스타가 듣고보니 내 친구 작은 엄마의 조카라는 하등 나와 상관없어보이는 인연의 고리.. 폴 오스터의 <빨간공책>은 그런 ''진짜?''를 연발하게 되는 현실 속 우연의 필연 고리를 담은 책이다. 뭐 작가가 실화라고 하니, 손해볼 거 없으니 믿어보는데.. 근데 진짜 살다보면 폴이 느낄 만한 일들, 정말 신기한 일들이 많다. 그래서... 이젠 뻔한 설정의 인물끼리 알고보니 관계가 있더라 등의 소설이나 드라마를 봐도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다만 ''마저...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근데 그 얘긴 진짜 웃기다. 알고보니, 내 남편이 배다른 내 동생이라는... ㄲㄲㄲㄲ 그리고.... 폴의 어머니가 사겼다는 사랑에 빠졌다는, 그 조종사는 어쩌면 <어린 왕자>의 작가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뻘 상상 ㄲㄲㄲ 편하다... 폴 오스터의 책에 압박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그 서문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난 이 책을 읽고 <빵굽는 타자기>를 샀다. ㄲㄲㄲㄲ 그리고 읽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여느 일반적인 서체가 아니라 손글씨체여서 신선했다. 뭐 별로라는 사람도 있지만 |
| "현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다" 폴 오스터만의 '우연의 미학'은 정말 대단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어떻게 그가 뉴욕3부작 같은 책을 쓸수 있었는지..그 이미지의 스케치가 어떻게 나왔는지 한 5%정도 이해할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빨간공책>에서는 마법과 같은 우연이 펼쳐지고, 소설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그는 그냥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처럼 보인다.. 어떻게 그의 어머니가 생떽쥐베리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하하...이런 우연..이런 인연...나같은 범인들도 쉽게 만들어내는 작은 행복들 말이다), 그의 딸이 부른 노래의 제목이 먼 나라 친구가 보내준 책속에 생뚱맞은 메모로 끼어있었겠는가.. <뉴욕3부작>이라는 수학문제를 어떻게 풀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가..연필로 또박또박, 문제를 풀어갈 얼개를 그려놓은 모범생의 공책을 훔쳐본 기분이다.. <빨간공책> 재밌다. |
| 학생들의 수업준비를 위해 신문스크랩을 하다가 우연히 폴 오스터의 빨간공책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폴 오스터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다. (물론 내게만 국한된 사실이다) 기사의 내용은 작가와 작품을 비중있게 다루어 호평을 해 놓았다. '언제 한 번 만나봐야지' 그러고 말았다. '언제 한 번~ '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얼마나 기약없는 약속인가. '언제 한 번 밥이나 먹지', '언제 한 번 차나 마시지.', '언제 한 번 그 일을 해봐야지.', '언제 한 번~'....... '언제 한 번~ '은 문자 그대로 '언제 한 번~'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언제 한 번~' 이 현실화 될 비율은 너무도 미미해서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옳다. 보통의 경우 지면에서 언뜻 스쳐 지나치면 그 기억이 하루를 가지 못한다. 수용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내 기억의 저장고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가차없이 delete key 를 눌러 버린다. 폴 오스터와 그의 빨간 공책은 자칫 그렇게 삭제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그 하루가 지나기 전, 아니 하루가 이미 지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 날,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그 책, 빨간공책이 눈에 '확' 꽂혔다. 그것도 원래의 하얀 표지가 벗겨진 알몸 그대로의 빨간 색으로. 잊혀진 줄 알았던 폴 오스터가 낼름 붉은 혀를 내물고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만났다. 오스터와 나는.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은 내게 우연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우연한 현실이 빨간공책에 그대로 들어앉아 있다. '설마~', '그런 일이 있기나 하려구','그 말을 나더라 믿으란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실일거야.','그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어머,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그렇게 고개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이다. 이야기라고 해야 빨간 공책, 우연한 사건 보고, 스윙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 란 소제목의 짧은 이야기 세 편이지만 세 편의 이야기가 던져주는 여운은 깊고 길다.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것도 순전히 내 경우에 한한 것이므로 딴지 걸 생각은 마시기를) 책을 다시 꽂아 놓으면서 그냥 집에 들고 와 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면 '도둑'? ) 신청해야 할 도서목록에 빨간공책을 빨간색으로 적어놓고야 안심이 되었다. 열린 책이라는 출판사가 주는 내용에 대한 믿음도 그렇고 책의 제본이며 크기, 편집상태가 썩 마음에 드는 좋은 책이다. 한동안 폴 오스터 덕에 기분좋게 지낼 수 있겠다. |
|
살면서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적재적소에 건넨 손길은 당장의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는 못했어도 어느 정도 므흣한 기분이 들게 한다. 차비가 없는 이들에게 돈을 건네고, 길 잃은 아이들을 경찰서에 데려다 주고, 다친 이를 병원으로 옮기고, 아픈 이를 위해 약을 사주고. 우리는 우연과 도움의 손길로 짜여진 인적 네트워크 속에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폴 오스터의 [빨간공책]을 읽으면 우리가 삶의 여정에서 주고 받은 여러 우연의 손길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빨간공책]은 줄무늬 노트에 쓰여진 세 편의 에세이집이다. 책제목과 동일한 중편 <빨간공책>은 작가가 보고 들은 수많은 기적과 우연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쫄쫄 굶고 있던 작가 커플에게 풍성한 만찬을 제공한 내셔널 그래픽 전속사진사 슈거 씨의 이야기. 놓쳐버렸던 10센트짜리 동전을 다른 엉뚱한 곳에서 줍게 되는 이야기. 세 번이나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세르비아 게릴라 대원의 이야기. 가난과 예술적 좌절, 그리고 전처와의 다툼 등으로 암울한 나날을 보내던 한 무명화가가 첫사랑과 기적적으로 재회하고 결혼하게 된 해피엔딩 이야기. 간절히 원하던 책을 공짜로 얻게 된 이야기. 타이페이에서 중국어를 배웠던 작가의 처제를 매개로 하여 알게 된 어느 절친의 이야기. 자신을 사칭하는 편지를 받게 된 작가의 이야기. 성적으로 문란한 어머니를 둔 한 프랑스 시인이 자기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 그 친구와만 있으면 일어나는 타이어 펑크로 예고된 깨어진 우정 이야기. 우여곡절로 인해 자기 이복동생과 결혼하게 된 체코 여자의 기막힌 이야기. 작가가 절체절명의 순간 한 사람의 목숨을 구했지만 막상 당사자는 아무 기억도 하지 못한 이야기. 저자의 첫번째 소설에 영감을 준 잘못 걸린 전화 이야기.
다른 두 편 <우연한 사건보고>와 <스윙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도 <붉은 공책>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이다. 이들 에세이 제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 두 단편도 여전히 [붉은 공책]이라는 단일한 제목의 이야기로 보아도 상관없다. 고양이의 수술비를 걱정한 이가 수술비를 우연히 마련하게 된 이야기. 원작자의 실제 어머니와 어머니 배역의 영화배우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이야기. 친구와 동일한 호텔방에 투숙한 작가의 이야기. 프랑스 시인이자 앙리 마티스 권위자인 지인과 얽힌 작가의 이야기. 소설보다 더 기이한 현실의 '우연의 미학'을 보여주는 짧은 스케치들이 연속해서 풍경화처럼 등장한다. 폴 오스터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너무나 환상적이라서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
|
어쩌지? 이 작가에 대한 감을 못 잡겠다. 이 책을 먼저 읽는게 아니었는데, 괜히 후회되네. 급하게 후딱 읽을 책을 찾다가 계속 눈에 들어오던 녀석을 겟~하고 읽었는데, 이거참 이 에세이 참 특이할세. 진짜 있었던 일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분명 있었던 일이라고 해서 믿긴하는데 폴 오스터의 삶이 좀 특이하게 보며서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 짤막 짤막 한 글인데, 읽으면서 기함을 토한다. 보통 사람의 경우 한두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뭐 이리 많이 겪었더뇨 폴 오스터는.. 물론, 남들이 겪은 걸 들어서 소설의 토대로 쓰려고 한 것도 있다지만, 특이하긴 특이해. 보통 사람의 글은 아닌 거 같음. 문제는 폴 오스터의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봤어야 뭔가 감이 와서 이 작가의 작품을 모을지 말지 결정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런 에세이를 읽고 나니 아직 감을 못 잡겠다. 그의 글이 어떤 스타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이 책은 글씨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마치 누군가 연필로 쓴 것 같은거. 심지어 나는 내 친구랑 필체가 비슷해서 응? 했네. ㅋㅋ 잘 못 보면 내 친구가 쓴 건 줄 알겠다. 이런 비슷한 글씨체를 쓰는 친구가 있는데.....
암튼, 폴 오스터의 글에 대한 감을 잡기엔 뭔가 아쉬운 책. 일상의 잡다한 이야기부터 신기하게 겪은 이야기까지.... 그의 매력을 조금은 엿볼 수 있지만 정확히 뭐다. 라는 느낌이 안 들어서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어보고 그의 작품에 빠질지 말지 고민을 좀 해야할 듯. 물론, 그러기엔 이미 그의 책을 질러 놓은 게 꽤 있다는 건 안 비밀. ㅋㅋ 후다닥 읽을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 근데, 왜 빨간공책이지?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 뭐 그런 느낌, 의미를 닮고 있는건가? |
|
대학교 문학회 졸업생들을 위해 86학번 선배가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에 간혹 들어가곤 한다. 78학번부터 04학번까지 모여 있기는 하지만, 주로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에게 안부를 전하거나 안부를 전해 듣는 그곳에서 읽은 게시물의 내용은 이렇다. “몇일 전 이런 일이 있었지 큰 놈 중학교 졸업식이라 첨 학교에 갔었어 요즘은 교실에서 졸업식을 하더군 교실마다 대형 멀티비젼을 보고 말이야 3학년이 14개 반이나 되더군 졸업식이 너무 길어 지길래 담배나 필까 하고 자리를 옮기는데 어떤 아줌마가 '형~' 하는거야 누군지 알아 바로 ○○○ 아니겠어 '아니 어쩐 일이야' '응 우리애 졸업식이야 3학년 2반' '그래 나도 3학년 2반인데' '어쩜 미치겠다 형~' 알고 보니 두 놈이 단짝 이더라구 랩도 같이하구 말이야 더 살다보면 또 어떤 일이 있을 런지 모두들 새 해 뜻한 일 이루시길....” 81학번쯤 되는 형이 83학번쯤 되는 누나를 우연히 아들의 졸업식에서 만났다고 한다. 아마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이십여 년이 지난 다음에(그 사이 몇 차례 만났을 수는 있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였을 확률이 높은데, 그것도 두 사람이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두었고 또 그 아들들이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만남이었을 것이다. 머리털이 희롱을 당하는 것처럼 반가운 우연이 아닐 수 없었을 터... 아, 그러고 보니 문학반 선배 중에 이런 이도 있다고 한다. 문학반에 적을 두고는 있되 그다지 활동을 하지는 않았던 선배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이 선배가 어느 해인가(아마도 80년대 초중반쯤이었을까) 느닷없이 치악산으로의 엠티에 동행을 하겠다고 나섰다. 다들 이 선배의 엠티 동행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건이 터졌다. 다들 술이 거나하게 취할 무렵 비가 억수로 퍼붓는 와중에 그 선배가 화장실을 가겠다며 방을 나섰다가 그만 진흙탕 속의 독사를 밟아 물려버린 것이다. 비는 오고 새벽은 깊어가고 선배의 발은 부풀어 오르고, 다급해진 사람들은 주인집 아저씨를 깨워 화물 트럭에 형을 싣고 원주 시내의 병원 응급실로 달렸다. 이렇게 해서 그 선배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더 이상의 불상사 없이 엠티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물론 그 후로 그 선배는 예전처럼 문학반에는 그다지 출입을 즐겨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바 선배는 그 엠티에서 뱀에 물려 실려 갔던, 병원 응급실의 간호사와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폴 오스터의 책 『빨간 공책』은 폴 오스터가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기술된 우연의 보고서이다. “우연은 현실의 일부다. 우리는 늘 우연의 힘에 의해 형성되고 있으며, 전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 인생에서는 엄청날 만큼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이 책을 번역한 김석희에 의하면 폴 오스터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폴 오스터의 소설들에서 보여지는 독특한 설정들의 많은 부분은 분명한 현실이되, 소설 속의 상황보다 더욱 우연적인 실제 상황의 채록에 빚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