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첼 카슨을 알 게 된 것은 그녀가 쓴 <침묵의 봄="">을 통해서였다. 환경운동의 출발을 알렸다고 하는 이 책은 그야말로 슈퍼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그다지 감동적이지 못했다.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뿔싸, 그런데 그 이유가 번역의 잘못이었다니. 하마터면 레이첼 카슨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넘어갈 뻔 했잖아. 다행히도 이후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왔으며, 그녀가 쓴 다른 책도 잇따라 번역되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감동 그 자체였다. 바다세계를 그렇게 정확하면서도 낭만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니. 이 책은 그녀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저자 또한 레이첼 카슨을 닮았는지 꼼꼼하기 그지 없다. 뭐 하나 허투루 넘기는 점이 없다. 심지어 도로시와의 애틋한 동성애(?)적인 사연까지.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당장 이 책을 권한다. 우리는 그녀에게 빚을 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를>침묵의> |
|
카슨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와 <침묵의 봄="">을 읽고 나서 그녀의 신비로운 듯한 이미지에 궁금증을 이길 수 없어 이 평전을 읽었다.
여기에는 생물학자로서 그녀가 지녔던 자연사상과 평생 동안 작가적 소양을 쌓아올리며 이룩했던 문학적 역량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들이 잘 서술되어 있다. 역자도 지적했듯이 그야말로 ''가늘고 섬세한 실로 직조된 옷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과히 평전문학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말하고 싶다.
잘 알다시피 카슨은 과학이라는 내용을 시의 언어로 대중들에게 새롭게 안겨준 미국의 작가였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우리나라처럼 그녀의 삶도 20세기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힘겹고 어려운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것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내용은 크게, 성장기의 어머니의 영향력 - 공황기와 전쟁기를 헤쳐나가는 분투 - 작가 세계의 형성과 마지막 승리 등으로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녀의 진취적이고 강인한 성품은 다분히 어머니의 영향이어서, 위대한 사상과 문학은 혼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교훈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카슨이란 인물에게는 마리아라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분명 여성들로 이루어진 세계의 흐름을 미세하게 소개해주었다는 장점도 있어 보인다.
또 한가지, 카슨이 작가로서 성장해가는 과정과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자기 세계를 구성해가는 모습을 서술한 부분들에서는 무엇보다도 작가와 저작권 대리인, 그리고 출판사 편집인 등의 관계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추적되면서 당시 미국 출판문화의 현주소를 실감나게 소개해준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으로 보였다. 하나의 작품이 작가에 의해 쓰여질 때 얼마나 큰 고통스런 작업이 수반되는지, 또 내용이 얼마나 치밀하게 조사되고 연구되는지, 출판되기 전까지 어떤 검증단계들을 거치는지, 그 출판이 어떻게 영향력으로 자리잡아가는지 하는 점들이 우리의 출판문화에 견주어서도 많은 점들을 생각하게 해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평전에서 감동적인 대목은 바로 <침묵의 봄="">을 완성해갈 때부터 불거진 카슨의 불행, 바로 암투병과 생의 마감에 대한 서술이었다. 가장 큰 성취감의 행복과 개인의 불행이 동시에 겹쳐지면서, 또 그런 사실들을 가감없이 받아들이면서 카슨은 또렷한 의식으로 제 삶을 마쳤다는 것이다.
내용면에서 아쉽게 느껴진 점이라면, 필자가 시선을 좀더 다차원적으로 옮겨다니며 서술하는 내용들을 배치했으면 하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당시 미국사회와 문화에 대한 시대별 개괄이라든지 미국 자연주의 사상가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같은 것들이 너무 없었다.
번역 출판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다. 이 책은 그냥 무난한 단순 번역으로, 역주가 더 있었으면 하는 대목도 있었다. 편집에 대해서는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독자로서 그래도 아쉬웠던 점을 꼭 지적해주고 싶다. 우선 PCW, FWS, AAAS, ARS 등과 같은 원어약어가 무수히 많이 노출되는데도 약어표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색인작업을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다. 참고문헌이야 너무 많은 분량이란 이유로 뺐다고 해도, 우리가 미국사람도 아닌데 그 수없이 나오는 지명들에 익숙할 수가 없다. 미국 동부지역의 지도 한두 장 쯤 넣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았다.
멋진 양장제본에 귀한 사진자료들까지 담은, 800쪽에 가까운 책을 내준 출판사에 우선 고마운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이런 지적들이 자꾸 반복되어 고쳐지기를 마음에서 적어본다. 완벽한 색인과 오탈자 없는 책은 끝내 고쳐져야 할 고질 아닌가?! [인상깊은구절] ○. 저는 풍요로운 삶을 살았고, 극소수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충분한 보상과 만족을 얻었습니다. 지금 당장 생이 끝난다 해도 하고 싶었던 일들 대부분을 이루었다고 자평할 수 있습니다.(692쪽의 인용문에서) ○. 옥스포드[출판사 이름]의 굼뜬 일 진행에 낙심하게 된 데는 출판 시장 상황이 걱정스럽다는 것 말고 한 가지가 더 작용했다. 그녀는 미국의 한국전 참전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자연히 자신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외국에서의 전쟁이 책 판매뿐 아니라 책 출간 자체에 영향을 미칠까봐 마음을 졸였던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가 냉전의 희생물로 영영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미국의 외교가 애버릴 해리맨이 ''고약한 작은 전쟁''이라고 명명한 한국전이 시작되었다. 7월에 한국에 도착한 UN군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카슨이(...) 편지를 쓴 것은 미국이 이끄는 군대가 중국 국경에 집결해 전쟁이 바야흐로 확대 일로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한국전의 확대는 FWS에서의 카슨의 지위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료들 상당수는 다시 군역에 불려 갈까봐 안절부절못했다. 내무부에서는 연일 인력 교체와 업무 재할당 이야기가 나왔다.(304-5쪽)우리를>침묵의>침묵의>우리를> |
|
대개의 평전은 인물에 대한 환상이나 이상 뭐 그런 것들이 개입되기 마련인데 린다 리어의 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카슨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고 서술자 자신의 개인적 판단을 상당히 자제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물론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사실들이 장황하게 나열되어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쓰여진 글이다.이제서야 카슨을 제대로 알게된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