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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한승원은 그동안 창작했던 작품들이 적지 않기에 현대문학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경험한 그의 삶은 현대사의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팔순(87살)을 넘긴 나이에도 작품을 창작하고 에세이를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창작한 소설 작품들이 적지 않기에, 작가론으로 한승원을 다루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고 하겠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를 찾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삶을 토로하는 내용을 ‘원체험’이라 규정하고, 소설가로서 "한승원의 원체험은 그의 문학적 원천을 이루며 전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 저자의 연구 작업 결과물이다.
작가로서 한승원의 삶과 작품 세계를 규명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여러 차례에 걸쳐 직접 작가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했음을 밝히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진한 부분은 별도로 전화나 전자우편(이메일) 등을 활용해, 작가에게 재질문하여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작성한 ‘한승원 연보’는 이 책의 말미에 50면에 가까운 내용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1939년생인 한승원은 엄격한 가부장 의식을 지닌 아버지를 두고,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장남만을 위하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었음을 토로하고 있다. 작가가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어머니와 주변의 여성들로부터 위로를 받았으며, 이러한 면모가 작가의 작품에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음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그의 작품은 바다와 거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로 다루고 있음도 특징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먼저 “한승원 문학의 근원인 원체험이 작품에서 극복되고 확장되는 양상을 규명”하기 위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작가의 원체험 양상’이라는 항목을 통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원체험에 나타난 특징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가부장적 아버지에 대한 양가적 인식’을 그 첫머리에 두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은 ‘세계의 폭력성과 희생양 찾기’와 ‘물 무섬증과 여성적 생명력’이러는 제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가부장 의식이 강한 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아들들은 장남이 아닌 경우, 대체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그리 좋지 못하다고 한다. 한승원 역시 차남으로서 장남만을 위하는 아버지에게 받았던 마음의 상처가 적지 않았으며,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정받고자 했던 ‘양가적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면모가 그의 주요 작품들에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작가가 겪었던 이념의 갈등으로 야기된 현대사의 ‘폭력성’에 대한 상황도 그의 작품 세계에서 하나의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다섯 살 때 집 마당에 있는 웅덩이에서 배를 띄우며 놀다가 그 속에 빠져 사경을 헤맨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물 무섬증’은 작가의 개인적 체험과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가부장적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어머니와 누이들, 그리고 주변의 여성들 특히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남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해야만 했던 ‘아기업개’들에게서 위안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작가가 직접 토로한 ‘원체험’에서 이러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그가 창작한 작품들과 그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승원의 원체험을 바탕으로 작가론을 펼치고 있는 저자는 각각의 항목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다룬 작품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항적 극복 대상으로서의 아버지’와 ‘세계의 폭력성과 폭력의 구조’ 그리고 ‘시원적 생명력과 여성성의 이미지’ 등의 큰 항목으로 구성된 내용들이 작품 분석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연구 대상인 한승원의 적지 않은 소설 작품들을 다루면서, 작가의 원체험에 근거한 내용들만으로도 작가론을 펼칠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를 정리하면서 저자는 ‘한승원 소설의 기원으로서의 원체험 형상화의 의미’를 정리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를 마무리하고 있다. 여기에 부록으로 제시한 ‘한승원 연보’와 ‘한승원 작품 목록’ 그리고 ‘한승원 연구 목록’은 소설가로서 한승원을 연구하는데, 다른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라고 하겠다. 저자가 애초에 의도했던 작가의 “원체험과 그것이 소설에 형상화되어 있는 양상을 고찰, 한승원 소설의 총체성을 규명하고자 한 의도”를 독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고 평가하고자 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