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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은 크고 작은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침에 잘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돈, 명예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화수분 같은 것이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아라.」」 하셨느니라.” 내가 좋아하는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첫 말씀이다.
늦게 만났지만 깊은 인연인 황선배가 형수님이 책을 썼다고 해서 좀 게으르게 구입해 읽었다. 다. 이미 황선배의 가족사를 알기에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다. 아마 재작년일텐데 황선배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부산으로 문상하러 가서, 형수님이랑 두 아이를 봐서 더 마음이 쓰였다.
책을 읽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였다. 이런 커밍아웃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나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담담하게 그 상황을 기록하고, 용기를 얻는 가족이 놀라웠다.
서른살이 된 형의 아들 ‘나무’는 열세살에 조현병이 발병했다. 뉴스를 통해서 가끔 들리는 이 병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과 많은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갖는다는 고통이 시작됐다. 나 역시 그런 고통을 가져 본 적이 있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안다. 사람이라면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랄 수밖에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가족 모두의 길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책에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결국 한국에서 아픈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황선배나 형수가 나름 폼나는 일터를 갖고 있지만 부채에 시달릴 정도라면 일반인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거기에 어린 여동생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에 멈추지 않고, 독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과정과 치료 과정 등을 상세히 적는다. 조현병의 치료 약물이나 카그라스 증후군, 관련 병원 등도 중요한 정보다. 사실 꼭 한 가지 병이 아니다. 가족이 병을 가졌을 때, 주변은 수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대처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마음가짐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제 18년이 되었지만 저자도 지난 순간의 번뇌가 눈에 보인다. 아이의 발병 1년 만에 미장원에서 삭발했다는 그 모습도 상상되어 마음이 아리다.
나무는 2023년 2월 대학도 졸업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방송도 출연했다. 형수 역시 이 책을 낸 것은 그런 아이의 판단을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도 황선배와 나무 여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가졌을 느낌을 담담하게 옮긴다.
사실 나무가 가진 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고, 앞으로도 약과 입원을 전제해 두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한 가족이 감내하기에는 절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국가의 부조가 있어야만 모두가 견뎌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말미에 “조현병을 만나기 전보다 조현병을 만나고 나소 우리 삶은 풍부해졌다. 인간은 누구나 아프고, 누구나 죽음에 이른다. 우리는 질병을 통해 질병 전의 과거를 애도하고, 현재의 사랑을 배우고, 고통을 지나 작은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썼다.
18년의 시간을 경험해 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아무리 눈과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도, 그 깊이를 알 수 있는 말도 아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게 너무 일상사인 세상이다.
기독교를 믿지 않지만 나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 저희의 것임이요."로 시작하는 산상수훈 마태복음 5장 3절이 아주 좋은 문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종교를 표방하는 이들 중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아픈 이들과 살아가는 나무 가족 같은 이들이 가장 이 말에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만나면 내 말을 조금은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