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도 물론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해서 읽기를 반쯤은 포기한 상황이었는데 헌책방에서 우연히 보게 되어서 기분 좋게 구입할 수 있었다. 책을 구입한 것만 기분 좋은 것이 아니라 내용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물론... 많은 부분은 이해하지 못해서 알딸딸하게 만들었지만. 저자는 크게 두가지의 주제를 갖고 1880년에서 1918년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과 사회적 변화 등등을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 그 두가지는 바로 ‘시간’과 ‘공간’인데 시간과 공간에 관해서는 최근의 인문학계에서 관심이 높아지는 주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다양한 철학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말하고 있거나 그런 방식으로 그들의 말들을 해석하려는 연구자들이 많아지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도 최근 공간과 시간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져서 큰 도움을 받게 된 책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호수의 여인’을 읽은 다음 거의 한달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서야 책을 다 읽게 되었다. 분량이 크기도 하지만(700페이지가 넘는다) 분량을 떠나서 저자가 얘기하는 다양한 예들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시간에 관한 부분은 어느정도 알아먹을 것 같았는데, 공간에 관한 부분이 많이 어려웠다). 아마도 한가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 보다 작품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다 편하게 읽게 하기 위해서 시간 / 공간으로 주제를 나누고 이전에 갖고 있었던 시간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변화(표준시간의 등장, 전화, 전차와 자전거의 등장으로 인한 속도감과 시간감각의 상대성, 영화의 등장, 테일러주의, 프루스트, 조이스, 베르그송 및 다양한 사회 / 철학자들의 논의 등등)를 통해서 어떻게 시간에 대한 관념과 감각이 변화하게 되었는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그다지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저자가 풀어주는 많은 예들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지만 최대한 읽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자세하고 다양한 사례들 통해서 힘겹기는 하지만 재미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에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기는 했지만 이처럼 수많은 예들을 찾아내고 정리한 사람은 몇 안되는 것 같다. 저자는 시간에 대한 변화를 설명한 다음 시간을 다양한 부분으로 나눠서 친절히 변화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지 알려준다. 프루스트와 조이스의 책을 주된 참고자료로 사용하고 베르그송의 철학과 니체와 기타 다양한 철학자들을 통해서 시간의 경험과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설명한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과학과 기술발전으로 인하여 변화가 추동된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분명히 이런 변화의 주된 원인이 과학과 기술발전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변화만으로는 당시의 다양한 분야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인식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고 싶어하는 것은 일종의 ‘흐름’으로서 변화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그는 일종의 토대-상부구조론으로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접근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저자의 관점은 ‘공간’에 대한 논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전과 이후의 공간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변화를 하게 되는지와 기술의 변화와 함께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수학과 과학에서의 변화이다. 특히 수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업적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은 해주고 있는데... 산수나 좀 하지 수학은 꽝인 사람이기 때문에 거의 무슨 소리인지 대충만 알아먹게 되었다. 공간에 대해서는 건축가들도 중요하지만 세잔이나 입체파와 같은 미술가들의 업적에 대해서 보다 집중을 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후반부에서 입체파의 미술과 제1차세계대전이 그동안의 전술과 전략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해주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던 주제를 조금이라도 접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고, 앞으로도 이런 분야에 대해서 보다 관심을 갖고 싶었는데 다른 책들도 구해서 보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이겠지만.
참고 :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사회를 바라본다면 아주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공간에 대해서는 지식과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이 떠올리게 되지는 않지만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저자가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과정을 분석해주면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시간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내용이 어쩐지 한국의 상황과 어느정도 유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꽤 쓸만한 연구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
|
1881년 조지 비어드의 《미국의 신경증》이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점차 빨라지는 삶의 속도가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불쾌한 결과들을 고찰한 책이자 신경쇠약을 현대성의 주된 측면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전문 이론서이기도 하다. 비어드는 1880년을 신경증이 등장한 원년으로 간주한다. 전신, 철도, 증기기관은 경쟁과 속도를 부추겼고 그 때문에 각종 심신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질병의 발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현대의 질주하는 삶이 불러온 긴장, 흥분, 끝없는 유동성은 범죄, 광기,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속도에 대한 열광'하면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우리 사회도 《한국의 신경증》이라는 책이 나올 만도 한데 이미 '빨리빨리' 조급증 문화가 일으킨 사악한 영향들이 대중들의 뇌리에 자연스레 자리잡아 연구해 볼 가치조차 없는 상식적인 현상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
시간과 공간, 무언가 존재하기 위한 가장 근원적인 요소인 이 두 가지를 살펴본다는 것, 문화사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짜릿하다. 인간은 이미 신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기획만큼이나 어렵고도 재미있는 내용이다.
.... 물리학의 장 이론, 건축에서의 공간, 조각에서의 빈 공간, 입체파의 긍정적인 부정 공간, 말라르메의 시에 등장하는 쉼표와 공백들, 그리고 문학과 음악에서의 침묵 등이 여기에 동원되었다.... 라고 서문에 나와있다.
오래 두고 천천히 읽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 속의 문장을 문득 현실에서 만나게 될 영감이 가득한 책이다, ㅋㅋ |
|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1880~1918' 이라는 시점이었다.
그 시기는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시대적 급변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또한 권력의 축도 점차 유럽에서 미국으로 변환된 시기였다.
과연 이 시기에 세상은 어땠을까?
현재의 시기도 그때의 시기와 비슷한 것 같다. 세기말이 지났고,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더욱이 권력의 축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과연 세상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사실 저자와 역자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 책이란 저자가 펼쳐놓은 공간에
독자가 뛰어노는 공간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을 ' 원더풀 아메리카' 와 함께 읽을 것을 제안한다.
사실 직설적인 제목인 ' 버블붐', '붐 앤 버블' 과 같은 책보다
이런 책은 훨씬 묵직하고 본질적이다.
경제를 알고 싶다면, 직설적인 책과 함께 이런 문화적 변화를 그린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