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가족사 소설이다. 저자 알렉스 헤일리의 외가가 어떻게 미국에서 삶을 이어왔는지 알려준다. 가족사 소설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의 박경리 "토지"도 가족사 소설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지는 순전한 허구이고, 이 책 "뿌리"는 사실에 소설적 상상이 녹아들어간 것이다. 개인적으로 토지와 비교해보았을 때, 필력이나 문장력은 역시 토지가 압도적인 것 같다. 토지가 유려한 문장과 심도 깊은 소설적 깊이를 전해 주고 있다면, 이 책은 질박한 실제의 고통과 기쁨을 전해준다. (물론 한국인인 내가 번역으로 접한 문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상/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상권은 온전히 쿤타 킨테의 이야기이다. 그 중 다시 초반은 쿤타 킨테가 주푸레 마을에서 살던 이야기인데, 비록 가난하지만 신앙과 자긍심이 있는 당당한 생활을 그리고 있다. 또한 쿤타 킨테가 처음 태어나던 순간부터 공동체에서 차츰차츰 유아기를 거쳐 소년기로 성장해나가는 동안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함께 그려내어, 과연 우리가 손쉽게 아프리카인들을 야만인으로 규졍할 수 있는지 회의하게 한다. 더불어 질서와 온정, 즐거움이 있는 공동체의 생활을 그려내고 있어, 비록 아프리카인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근원적 공동체("뿌리"로 존재하는)의 삶에 대한 향수를 심어준다. 이 후 쿤타 킨테로부터 내려온 치킨 조지와 톰의 가족 이야기는, 이 책이 출간 된 얼마 뒤, 티비 드라마로 방영 되었을 때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투박하고 촌스러울지라도 진실하고 사랑으로 운영되는 가족상을 보여주고 있다. 치킨 조지와 톰은 성격에 차이가 있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하고 끈기가 있는 모습으로, 마틸다와 아이린은 지혜롭고 재능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가난한 노예에 불과할지라도 애정과 존경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들이다. 작품 "뿌리"는 이러한 '뿌리'와 그에 이어진 '가족의 삶'에 통해, 진실과 사랑, 끈기와 믿음으로 이어온 인간사를 보여준다. 자신의 핏줄이 어디서부터 출발하였으며, 내 핏줄을 시작해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 핏줄을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이어왔는지, 그 모습들을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위대한 일일 것 같다. 저자 알렉스 헤일리는 아프리카에 가서 그리오를 만났을 때 인생의 절정을 맛보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닐 것만 같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의 말미 썼듯이, 이 책은 승자들의 관점에서만 쓰여진 역사를 조금이나마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뿌리'가 소중한 이유는 자신들의 역사를 아는 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자인 이유이듯이, 승자가 아니란 이유로 역사를 갖지 못한 자는 자신을 알 수 없는 자가 될 것이다. 그것은 승자가 패자를 계속 억압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데, 인간의 평등을 위해서는 저마다의 역사를 찾아내고 그것을 알려야할 것이다. 이 책은 지극히 백인 위주의 역사를 벗어나, 흑인의 관점에서 미국의 두 시기를 바라보고 있다. 비록 노예로서의 삶은 아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백인 관점이나, 타인이 만들어낸 역사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스스로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의지와 태도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었지 않나 한다. 번역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다만 종이질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