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훈은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가 궁중의 비빈과 부녀자들을 훈육하기 위해서 지은 책이다. 소혜 왕후는 학문적 지식이 뛰어나며 불교에 조예가 깊었던 그 시대의 여성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교적 덕목을 중시했던 소혜왕후는 성종의 아내인 윤씨가 성종의 용안에 손톱자국을 내자 이에 진노하여 며느리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결국 이러한 냉소적인 성격과 자식에 대한 사랑은 소혜왕후를 연산군에 머리에 받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했다. 이 책은 부녀자의 기본적인 말과 행실을 다룬 언행장, 부모에 대한 효도에 대한 효친장, 혼인의 예절에 대하여 쓴 혼례장, 남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부부장, 어머니로서의 자세에 관한 모의장, 친척과의 관계를 다룬 돈목장, 청렴, 검소 등 사회생활에서의 자세에 관한 염검장 이렇게 총 7가지로 구성되어있다. 각 장은 소학, 명심보감, 여교, 열녀에서 발췌하여 모아놓았다. 우리는 이 책이 유교적 이념이 전파된 시작한 시기에 쓰여졌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도리를 앞세운 이 책의 내용은 과연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그 대답으로는 전통적인 유교적 여성상을 긍정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과 유교의 여성 차별적 사상은 사회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이것을 부정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입장은 사회발전을 가져오는데 명확한 해답이 될 수 없다. 현대사회에 유교적 여성상을 긍정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릴 가치가 있다고 보는 입장은 언뜻 보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오늘날 우리는 이 책에서 강조하는 여성으로서의 도리와 지켜야 할 유교적 덕목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여성 차별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호주제도와 남아선호 사상 그리고 이로 인한 성비 불균형의 문제는 부분적으로 그 책임이 유교에 있다. 유교적 덕목이 강조되고 수세기 동안 이어진 지금에도 우리 생활 곳곳에는 그릇된 유교사상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이런 유교의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많은 여성학자들은 유교의 여성상을 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명확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유교가 지탄 받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는 부분들은 역사적 전개 과정에서 재해석된 유교로, 그 시대의 한계로 다루어야지 일방적으로 유교를 매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교는 사회보다 더 본질적인 공동체인 가정에서 여성을 한 가정의 주체자로서 자리매김하게 하였다. 또한 여성이 혼인을 하더라도 성(姓)을 그대로 유지 할 수 있게 하여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 받을 수 있게 했다. 더불어 모권 확립과 여성중심적인 가정 경제권에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유교는 남녀의 차별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남녀의 구별을 통한 평등사상적인 조화를 추구 했다. 우리는 유교를 부정하는 동시에 긍정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현대적 해석 없이 과거의 가치가 그대로 현실사회에 적용 되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는 말은 현대에서 ‘암탉이 울면 새벽이 온다’ , ‘암탉이 울어야 알을 낳는다’ 로 재해석 되어야 한다. 이처럼 유교를 현대 여성의 시각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여성문제를 유교의 쟁점에서 부각시킨다는 점은 조선시대 여성차별 문제를 쟁점화 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상호간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를 추구 하는 유교적 평등과 남녀의 동권과 동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 평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5권 (문화 사상편) 중 『내훈』) |
|
예전에 학부수업과 관련해서 발췌독을 했던 책인데, 이번에 논문을 쓰면서(사실 별 상관도 없는데;) 정독하게 된 책. 소혜왕후는 성종의 어머니이다. 수업 중에 듣던 기억으로 소혜왕후는 당대 유명 학자 못지 않은 학식을 갖추었었다 한다. 산크리스트어도 할 줄 알았다던가. 여튼 불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하니, 당시 여자로서는 꽤나 박식한 여인이었다. (최근 드라마 '왕과 나'에서 전인화-_-)
이 책은 그런 소혜왕후가 각종 고전이나 고사에서 여성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을 뽑아 정리한 책이다. 이런 구성이다 보니 읽다보면 아무래도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은데, '저자와 텍스트'라는 테마를 놓고 읽으면 그 지루함이 덜하다. 드라마-_-를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성종은 그 신성한 용안에 손톱자국이 나기도 했었다한다. (물론 이것은 훗날 폐비 윤씨를 더욱 악녀로 만들기 위한 수작일지도 모르지만) 유교논리를 강조하고 아녀자의 행동거지가 단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성종은 과연 행동거지가 '단정'했을까? 이런 책까지 써가며 유교적 도리를 강조했던 여인이 왜 왕이 된 손자에게 머리를 받혀 죽었을까? 중간에 '종사'의 예까지 들어가며 부인으로서의 도리를 강조했던 그녀는, 왜 남편이 죽었는데도 오래오래 잘 살았을까?
가치의 차등적 적용과 흑백논리. 요새 연관을 지어보려는 주제인데... 역시 쉽지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