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시인과 여우』라는 그림책 기억하시나요? 일본의 하이쿠 시인 바쇼를 주인공으로 한 재미난 그림책이었어요. 팀 마이어스는 일본에 산 적도 있고 일본을 좋아해서 일본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재구성해서 이야기로 많이 만들었어요. 그림은 우리 나라 작가인 한성옥 씨가 그렸는데, 한성옥 씨는 이 그림책으로 이르마 제임스 블랙 상 명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책의 리뷰가 궁금하시면 클릭하세요. 시인과 여우)
『시인과 요술 조약돌』은 이야기상 『시인과 여우』와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시인과 여우』 다음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의 동화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도대체 그 엔딩 다음엔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봐도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하이쿠 시인 바쇼와 여우들이 어떻게 영원한 친구가 되었는지 궁금하시죠? 자, 이제 이야기 시작합니다. ^^ 바쇼가 사는 집 땅 안에는 아주 큰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바쇼는 버찌를 여우들과 나눠 먹었어요. 무척 평화롭고 행복했지요.
하지만 그 중 여우 몇 마리가 슬그머니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맛있는 버찌를 바쇼와 나눠 먹고 싶지가 않았거든요.
여우들은 요술도 부릴 수 있고 둔갑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젊은 여우는 떠돌이 중으로 둔갑해서 강가에서 조약돌 세 개를 주운 후, 조약돌을 금돈으로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바쇼는 가난하기 때문에 돈으로 바쇼를 속여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금돈을 드릴테니, 저 벚나무의 버찌를 여우들한테 모두 넘기겠다는 계약서를 써 주시겠습니까?"
바쇼는 흔쾌히 계약서를 써줬어요. 여우의 작전이 성공한 거예요. 다음날 젊은 여우는 바쇼네 집에 몰래 찾아갔어요. 요술이 풀려 다시 조약돌이 된 금돈을 보고 바쇼가 얼마나 화를 내고 있을지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도 바쇼는 싱글 싱글 웃으면서 시를 쓰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금돈을 잃었다는 생각에 실망하고 화가 났었지. 하지만 조약돌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문득 시가 떠올랐어!"
바쇼의 시를 들은 여우는 갑자기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졌어요.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세요. 제가 중으로 둔갑해서 선생님을 속였어요." "좋은 시는 돈보다 더 값지다네. 그리고 훨씬 더 오래 가지.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네. 친구." 하지만 여우는 시인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자, 이제 이야기는 결론을 향해 갑니다. 정말로 금돈을 바쇼에게 주고 싶은 여우와 이미 계약서를 쓴 것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바쇼. 젊은 여우는 어떻게 바쇼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걸 알면 여우들과 바쇼가 어떻게 평생 친구가 됐는지 알 수 있겠죠? 이야기는 자칫 지나치게 교훈적일 수도 있었지만, 위트 넘치는 결말로 전체적으로 재미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됐어요.
지난 번에 소개해드린 『시인과 여우』과 시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어떤 존재인가, 예술가에게 독자란 어떤 의미인가 등등 문학과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었죠?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요? 글을 쓴 팀 마이어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도록 해요.
어떠셨나요? 막연하게 시가 어렵다고 느끼시는 분들께 선물해도 좋을 만한 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당연히 좋은 책이구요!
곧 가정의 달인 5월인데,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세요. ^^
|
|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들이 <시인과 여우>와 비슷하다며 얼른 가서 그 책을 찾아와서는 두 책을 펼쳐놓고는 같은 부분을 찾느라 바빴다. 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에서 나온 허구이나, 바쇼는 실존한 일본의 유명 시인이다. 첫페이지에 보면 ''일본의 유명한 시인 바쇼가 후카가와의 여우와 평생친구가 된 사연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라는 서두 부분을 통해 전작인 <시인과 여우>를 알고 있는 아이라면 자기가 그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만족감에서 출발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되지는 않으며 시인 바쇼와 여우가 버찌를 나누어 먹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여우가 둔갑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나라의 옛이야기인 <여우 누이>, <호랑이 잡은 피리> 등에서도 접할 수 있으며, 여우의 변신술은 일본 작가가 쓴 <여우의 전화박스>, <아기여우와 털장갑(손만 변하게 함)>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여우는 둔갑을 할 때 재주넘기를 홀딱~ 넘어서 둔갑을 하는데 이 책 속의 젊은 여우는 마치 원더우먼처럼 휘리릭~ 돌면서 변신을 한다. 이 젊은 여우는 버찌에 욕심이 많아서 그것을 시인과 나누어 먹기보다는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젊은 여우는 떠돌이 중으로 둔갑을 해서는 강가에서 조약돌 세 개를 주워 금돈으로 만들어서는 바쇼에게 간다. 가난한 시인인 바쇼는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저울질을 해보고는 여우에게 버찌를 모두 넘기는 계약서에 서명하고 만다. 그런데 이 여우는 금돌이 조약돌로 되돌아가 바쇼가 화내는 모습까지도 보고 싶어서 다시 찾아가 보기까지 한다. 그러나 바쇼는 분노보다 조약돌에게서 시상을 얻었다는 기쁨이 더 컸던 것이다. "돌은 가난을 아랑곳 않고 강만 사랑하누나"... 짧은 싯구지만 음미할수록 시에 담긴 의미가 깊어진다. 솔직히 처음 볼 땐 이 싯구가 여우가 감동을 할 정도로 좋은 시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반복해서 되뇌이다 보니 그 맛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특히 여우는 시에 담긴 의미를 가장 잘 알기에 감동의 깊이가 더할 것이다. 시인은 이미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으므로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하고, 여우는 진짜 금돈으로 버찌값을 치르려는 것으로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허나 시인은 자신이 시를 쓸 수 있게 한 조약돌만으로도 그 값은 충분하다고 여긴다. 아, 바쇼는 천상 시인인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는 좋은 시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 모든 허물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기쁨이었던 것이다. 또 한 번의 속임수로 결국 바쇼에게 금돈을 안긴 여우는 이 일 덕분에 나눌 줄 아는 마음을 지닌 시인이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시에 담긴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물질만 보고 사물의 깊이를 볼 줄 모르는 어른들보다는 더 맑은 눈으로 세상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