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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시카고, 금주법 시대. 경찰을 피해 관속에 밀주를 넣어 운반하는 스페치 갱단을 쫓던 FBI는 이들이 들어간 술집를 침입하여 체포한다. 이 술집 악단의 베이스와 섹스폰 연주자인 죠(Joe/Junior: 토니 커티스 분)와 제리(Jerry/Daphne: 잭 레먼 분)는 빚에 쪼들린 딱한 주인공들이다. 직장을 잃은 두 사람은 일자리를 찾던 중 결국 얻어낸 직장이 금발 여자 악단이었다. 낙심한 두 사람은 우연히 주차장에서 갱단의 총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바로 스페치 갱단을 밀고한 찰리 일당을 무자비하게 해치우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스페치 일당에게 쫓기는 몸이 된다. 옥신각신하던 두 사람은 결국 여자로 변장하여 그 여성 악단에 들어가기로 한다.
빌리 와일더, 과연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 시대 코미디의 대부라 할만 하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스크루볼 코미디의 모든 요소가 녹아 있는 이 뛰어난 영화는 캐릭터, 대사, 편집, 배경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오늘날의 로맨틱 코미디의 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볼만한 요소는 마릴린 먼로의 전설적인 미모와 백치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색소폰 연주자만 보면 사랑에 빠져 버려 결국 버림받게 되는 자신의 운명을 탓하면서도 사랑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 '괜찮아, 난 원래 바보니까!'하고 생긋 웃어버리는 이 여자를 마다할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육감적인 몸매란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고 단번에 깨우쳐 주는 아주 야무진 각선미에 그저 한번만 감았다 떠도 관능이 줄줄 흘러 넘쳐 버리는 아이라이너와 터질 듯한 입술, 구연동화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한 톤 띄운 전형적인 공주님 목소리, '아하하~ 난 원래 머리가 나빠. 네 그 작은 가슴이 부러워~'하고 생각하는대로 말하는 솔직하고 초단순한 금발 미녀. 오늘날 냉소적인 도시녀자들이 보기에 혀가 저절로 차질 인물이지만 씁쓸하더라도 인정해야 할 것은 할 수밖에. 남자들은 그런 여성을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하지만 결코 그런 여자가 부럽지 않아! 라고 주먹 불끈 쥐어 본다;;) 이 영화는 묘하게 남성과 여성들이 흔히 꿈꾸는 이상형을 비꼬기도 한다. 치마만 둘렀다 하면 그저 집적대기 바쁜 남자들이나 요트를 가졌거나 다이아 팔찌를 선물해주는 백만장자를 만나 결혼할 꿈에 젖어있는 여자들의 환상... 대표적으로 여장한 제리, 다프네에게 추파를 던지는 백만장자 노인네 오즈굿이나 조세핀(조)에게 들이대는 꼬마 벨보이를 통해 남자는 애나 노인네나 다 똑같다(;;)는 것을 보여주는가 하면 안경을 쓴 남자는 분명 월스트리트와 같은 신문을 보느라 눈이 나빠졌을 거라고 단정짓는 '안경 쓴 남자에 대한 이론'을 설파하거나 미남 백만장자에게 환장하는 금발의 백치미녀 슈가(마릴린 먼로)는 사실 좀 과장되어 있긴 하지만 얼추 여성들의 본능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사실 제리가 여자인 줄 알고 사랑하게 되는 노인네 오즈굿 뿐이지만 이 캐릭터는 끝까지 희화화되고 만다. "난 남자예요"라는 제리의 고백에 '세상에 완벽한 사람(사랑도 대입 가능)은 없다'라는 오즈굿의 대사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선택된 시공간인 금주법 시대의 시카고는 이성을 외면하고 돈과 쾌락을 좇던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악당들은 허무하게 죽지만 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묘사나 냉정한 약육강식의 생존원리가 지배하는 대사는 돈과 사랑, 그리고 적당히 취할 수 있는 술, 또 신나는 음악 한 자리가 당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모든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영화는 두 배우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의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죽이 척척 맞는 여장 연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재미가 넘치는 작품이다. 똑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해서 개봉하더라도 손색이 전혀 없을만한 뛰어난 영화. 요근래 보았던 코미디 영화 중 가장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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