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늘 이런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선생님께 듣는 고전문학 강의는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대학의 강의가 대부분 담당 교수의 논문이나 그 동료들의 책을 읽는 것으로 보내는 것에 비해 선생님의 강의는 늘 신선했습니다. 텍스트에 담긴 풍부한 의미망을 당신의 경험 속에서 길어올리는 솜씨며 그것을 구수한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그래서 선생님 수업은 늘 긴장하며 들었습니다. 전날 술을 새벽까지 마셔도 선생님 수업은 꼭 들어갔지요. 그것은 저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수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지요. 부지런히 필기하다보면-물론 선생님께선 한시 등을 적어주시는 것 외에는 필기를 안하시지만, 농담마저도 그냥 흘리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두시간 혹은 세시간이 금방 지나갔지요. 연구실을 들르면 따뜻한 차 한잔을 우려주시고 이런저런 말씀을 나직이 들려주시곤 하셨지요. 학부 3학년을 지나고는 선생님을 따라 수유+너머도 다녔습니다. 文, 史, 哲 고수들 숲에서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무엇인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지요. 춘천에서의 강의가 국어교육과를 중심으로 주로 사범대나 교육대학원생에게 인기가 있었다면, 수유+너머에서의 강좌는 그런 끈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런 원고들이 책으로 묶여나왔다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미디어 리뷰와 차례만 봐도 대략 책의 얼개를 짐작하셧을텐데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고 선생님의 다른 책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 말의 숲에 흠뻑 젖어보시라는 것입니다. 설연휴도 있고 새 봄을 맞을 준비를 하는 2월입니다. 좋은 글과 함께 내면을 살찌우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