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키의 글에 맛을 느끼고 싶다면 소설 보다는 수필을 읽는 편이 여러모로 현명하다. 소설은 그의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야 하고 생각해야 하지만 그야말로 수필은 딱 두 가지만 생각하면 별 문제가 없다. 하나는 하루키라는 사람이 가진 기막힌 아이디어 이고 다른 하나는 아마도 그 아이디어 에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쿨하다는 표현에 딱 맞는 그만의 문체이다. 더 이상 글이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이 시대에 문체는 누구다 한번쯤은 고민을 해보는 문제이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쓰는 것이 나다운 글인지를 끊임없이 사람들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혹자는 다독,다작,다상량 이라고 하지만 과연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하루키의 기본적인 수필은 일상에서 보는 소소한 것들을 튀거나 독특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재미있는 시선으로 거기에 기막힌 문체로 써내는 힘인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좁 업다이크를 읽기에 가장 좋은 장소''와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라는 수필인데 워낙에 유명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요컨데 하루키의 문체는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아서 읽고 있으면 그의 글 속에 나오는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거나 둥근달이 뜬 밤 잠이 오지 않아 책을 펴고 앉아서 읽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더군다가 기본적인 글의 소재와 소재에 대한 시각까지 상당히 남달라서 읽고 있으면 피식거리는 공기 빠지는 그런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리운 80년대의 추억''이라는 부재가 붙어 있는 <스크랩>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인물이 다반사이고, 80년대 써놓은 인물들의 지금 모습을 생각해보면 (간혹 예를 들면 이 책에 나온 아놀드 슈왈즈제네거가 대표적이다) 키득거리면서 웃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여나 이야기에 소재를 모르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전혀 모르는 소재여도 읽고 있자면 ''그렇군''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쉬엄쉬엄 넘어갈 수 있는 것이 그의 글이 가지는 매력이다. 한없이 늘어져서 마냥 편안할 것 같은 글의 글이 가지는 최고의 매력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대부분 80년대 중반 경에 써진 글들이기 때문에 가혹 현재와 이어지는 이야기도 등장해서 지금과 비교해보면 참 재미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빌 머레이가 얼마나 당시에 인기가 있었는지(물론 지금도 인기는 있지만), 지금은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즈제네거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유쾌하고, 에릭시걸에 대한 이야기도 꽤나 솔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키의 글은 어디선가 어떻게든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난다는 점이다. 다림질을 하면서 그가 말했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기억하게 되고, 모나미 볼펜을 쓸 때마다 여고생이 생각나며, 커피를 마실 떄면 간간히 리처드 브로티칸의 글이 간간히 생각나고, 크래커를 먹을 때마다 잠못 드는 새벽 웃고 있는 달이 생각난다면 어지간히 하루키 수필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스치듯 지나갔던 글들이 사실은 어느 사이에 일상 곳곳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에 스며든 그 중독이 그리 나쁘지 않다. |
| 80년대 초, 중반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 스포츠 잡지에 연재한 짧은 에세이 모음들... 미국의 신문, 잡지에 난 기사 등을 보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한다는 방식이 재미있는 글들이었다... 80년대 초이면 그런 외국에서 일어난 일들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있던 나이라서, 개인적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사건들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하루키식 사고를 읽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듯... |
| 내가 태어난 즈음에 태어난 글을 읽는 기분이 묘했다. 그때도 지금과 똑같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들을 담은 잡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젊은 하루키도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었다. 이 책은 80년대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하루키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잡지의 기사를 선택하여 쓴 글이지만, 그 역시 80년대를 살던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글은 그것대로 매력이 있지만, 젊은 시절 하루키의 겸손한듯 하면서도 자기비하가 심하고 냉소적이면서도 참신한 생각을 그의 글에서 읽을 수 있어서 좋다.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의 책이 많이 팔려서 부러워하며 자신은 절대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하루키가 지금은 스테디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와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단지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통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타나 있는 것들 중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 모르는 사건도 많이 있다. 이렇게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를 거쳐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하루키의 다른 수필집들처럼 가벼우면서도 사회를 비틀어 표현하는 메시지가 있어서 읽으면서 어느샌가 피식 웃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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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SCRAP’―懐かしの1980年代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대 초 약 4년간 스포츠 종합지 <스포츠 그래픽 넘버>에 기고한 글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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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래한 <개 경찰관>에는 귀여운 안무가 있어 이 춤을 추면 사람들은 무척 재미있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나치게 재미있어 하기 때문에 난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기까지 썼지만 이래 가지고야 전혀 올림픽과 관계가 없다. 정말 난처하다. 난처해진 멍멍멍이다.
ps. 이 책도 출판사를 달리 해서 개정판이 나온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