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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좋은 내용 그러나 제목에 현혹되지 말기를...
"상당히 좋은 내용 그러나 제목에 현혹되지 말기를..." 내용보기
우선 제목으로만 보면 꽤나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 고전 중 하나를 매개로 하여 고대 그리스 문명, 문화, 정치, 사회, 철학, 에술 등에 대해서 저자의 박식한 견해가 각 장마다 펼쳐집니다. 다소 현대적인 견해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접근방식은 참신하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이제껏 나온 그리스 문화에 대한 접근
"상당히 좋은 내용 그러나 제목에 현혹되지 말기를..." 내용보기
우선 제목으로만 보면 꽤나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 고전 중 하나를 매개로 하여 고대 그리스 문명, 문화, 정치, 사회, 철학, 에술 등에 대해서 저자의 박식한 견해가 각 장마다 펼쳐집니다. 다소 현대적인 견해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접근방식은 참신하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이제껏 나온 그리스 문화에 대한 접근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목을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영문제목이 훨씬 책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Sailing in the wine dark sea의 느낌이 훨씬 더 맞다는 생각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들것입니다. 마지막에 이 책의 집필의도와 방향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트로이라는 영화가 나왔지만 전쟁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통해 설명하는 부분은 내용의 진위를 떠나 난생 처음 접하는 견해라 고대 그리스 문학이 이렇게도 이해될 수 있구나하는 인식의 확장을 가져다 줍니다. 그리스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이 책의 특징이고 상당히 미국적이라는 것도 아울러 밝힙니다.
p******0 2004.12.0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른다운 고전의 바다
"아른다운 고전의 바다" 내용보기
신화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영웅들 이야기, 라는 부제는 분명히 잘못됐다. 아켈레우스와 오디세우스의 신나는 모험담을 기대하고 이 책을 뽑아들었던 동행자는 아무말 없이 책을 내려놨다. 어디를 봐도 칼싸움과 전쟁의 서사시는 펼쳐지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책 속으로, 조각 속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트로이 전쟁이 벌어진 기원전 12세기부터 그리스가 로마의 일부로 편입된 2
"아른다운 고전의 바다" 내용보기
신화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영웅들 이야기, 라는 부제는 분명히 잘못됐다. 아켈레우스와 오디세우스의 신나는 모험담을 기대하고 이 책을 뽑아들었던 동행자는 아무말 없이 책을 내려놨다. 어디를 봐도 칼싸움과 전쟁의 서사시는 펼쳐지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책 속으로, 조각 속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트로이 전쟁이 벌어진 기원전 12세기부터 그리스가 로마의 일부로 편입된 2세기 무렵까지, 말하자면 '고대 그리스 문화'의 생성부터 소멸까지를 다루고 있다. 무척 품격있고 수준있으며, 재미있다. 때때로 졸음을 부르거나 하품이 동반되는 부분들이 적지 않았으나, 저자의 해박한 고전 지식이 무릎을 꼬집어가며 열띤 강의에 집중하도록 한다. 물론 명강의는 졸음을 참는데 대한 보상이 후하다. 무릎을 치게 하는 해석과 사실, 시각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서양 고전에 대한 원전 욕심을 내게 된 것은, 순전히 비행기 안에서 마주친 이 책의 탓이다. 생각해보니 언뜻 제목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지만, 곧 슬그머니 내려놨던 동료의 마음도 알만 하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살았고, 고대 연극이 어떤 흐름으로 전해져 왔는지, 고대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쇠퇴했는지를 안다는 것은 단순한 지적 허영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스 조각의 발전 과정이라면 루브르 박물관 갈 때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뭐 그 기회도 평생에 몇번이나 된다고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할까 싶다. 그냥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 사진 한장 찍는 것으로도 충분한 관광객에게 이론적 공부를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고전의 세계는 유연하다. 독자가 굳이 하루살이의 영식을 달라고 요청하면 그런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페리클레스의 명연설이 있다. "자기의 이익이 아니라 자유라는 겁없는 자신감 때문에 남들에게 은혜를 ㅂ베푸는 사람은 아마도 우리가 유일할 것입니다." 그리스 세계의 패권을 위해 스파르타와 전쟁을 벌이던 페리클레스의 이 말은, 100년전 조선에 침략하던 일본이나 지금 이라크를 침략하는 미국의 논리와 어쩌면 이렇게도 꼭 닮아 있는지 모른다. 세상사 돌고 도는 거라더니,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그 돌고 도는 세상의 진리를 꿰뚫기 때문이다. 그런 진리 가운데 하나가 '가정의 평화가 세계 평화의 근본'이라는 속설이다. "결국 아킬레우스(싸움)의 분노는 페넬로페(가정)의 침대에서 진정된다"는 것이 호메로스 예술의 주제라면, 그 속설 역시도 고전에 등재될 만하다. 몇가지 인상적인 문장들이 더 있다. 페리클레스의 이런 말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하다. 특히나 전쟁을 앞둔 시민들을 선동하기에 제격이다. "행복의 비결은 자유이며, 자유의 비결은 용기입니다." 하지만 때로 현실은 무섭다. 그리스군 사령관 아가멤논의 참모 자격으로 트로이전에 참가한 예언자 칼카스가 아킬레우스를 달래면서 하는 말. "힘센 왕이 하급자에게 분노할 때에는 더욱 강력한 법. 비록 오늘 당장은 그가 노여움을 참는다 하더라도 그 분노는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서 들끓을 것이고, 그리하여 조만간 폭발하고 말 것이다." 아킬레우스는 보스의 후환을 끝내 두려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때때로 잊을 뿐, 후환은 언제나 존재한다. 때때로 그 후환은 아주 큰 고통을 야기하기도 한다. 제우스가 파트로글로스의 죽음을 보며 말했다. "살아있는 것들 중에서 겨우 숨을 쉬며 땅을 기어가는 남자처럼 더 고통스런 존재는 없을거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도, 막상 패배한 뒤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되면 그저 기어다닐 뿐이다. 그것이 마룻바닥이든, 땅바닥이든, 진창이든. 결국 자존심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선택은 국면을 뀌뚫어 보는 지혜에 근거한다. 하지만 미래의 열쇠가 되는 현재를 똑바로 보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필로스트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 "신들은 미래의 사건을 지각하고 인간은 현재의 사건을 지각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지각합니다." 페리클레스는 현명한 사람이었을까? 페리클레스는 자신이 살았던 그리스를 이상사회로 묘사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현실을 잘못보고 있었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사치에 흐르지 않고, 지혜를 사랑하면서도 유약함에 빠지지 않습니다. 부는 우리에게 있어 허용을 과시하기 위한 밑천이 아니라 성취로 나아가는 수단입니다. 우리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며 단 가난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각자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자기 일에 몰두한 탓에 도시의 일을 소홀히 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 잘난 그리스는 허탈하게 멸망했다. 그리고 이후 단 한번도 역사의 전면에 드러난 적이 없다.
k****9 2004.12.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