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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들은 움베르토 에코가 『일 베리 Il Verri』라는 잡지에 1959년부터 기고한 글을 엮은 글이다. 그때 칼럼의 제목이 「작은 일기 Diario minimo」였는데, 그때의 글들을 엮어서 1963년에 출간하면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했다. 국내에 번역한 책은 초판이 출간된지 15년 후에 재간된 책으로 초판에 실렸던 글들 중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대신 몇 편의 글을들 추가했다. 삭제와 추가의 기준은 '패러디'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패러디의 진수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패러디(parody) [예술]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또는 그렇게 쓴 작품. 흔히 당대 가치관의 허위를 풍자하고 폭로하는 방법으로 쓰인다. 패러디의 사전적 의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러한 패러디의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패러디의 지적 즐거움과 유희를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패러디한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랑의 학교』를 패러디한 「프란티에게 바치는 찬사」와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패러디한 「노니타」였다. 그런데 에코가 이 두 글에서 의도한 바들을 정확히 받아들이기 위해선 원작인 『사랑의 학교』와 『롤리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에코가 어떤 부분을 패러디하고 원전의 어느 부분을 역설적으로 비틀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럽지만 현학적인 에코의 패러디가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꼬집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함께 웃을 수도, 같이 성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의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코가 이 글을 쓴 1950년대나 1960년대, 그리고 이탈리아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못하다면 이해는커녕 접근하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의 글 자체가 주는 해학과 기발함, 지적 즐거움을 고려한다면, 허들뛰기 하듯 하는 독서도 그 자체로 기쁨이 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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