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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라는 작가의 작품을 꽤 많이 읽어왔다고 자부한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은 원서로도 구입하여 끝까지 읽지는 못했더라도 소장의 가치를 느낄 정도로 애독하는 작가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기존 그의 작품과는 약간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 모사드의 비밀첩보원 노릇을 해서 인지 종래 그의 작품의 면면에 흐르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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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는 이 소설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나를 사칭하는 자를 만난다면, 과연 둘 중 누가 진짜인가. 소설 속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서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사기꾼과 마주친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를 사칭하는 사람에 대해 알아볼수록 더 이해하지 못한다. 유대인들에게 유럽으로 돌아가라는 황당한 이념, '디아스포라주의'를 설파하고 다닌다. 고발하겠다는 으르렁에도 오히려 말기암 환자임을 내세우며 동참할 것을 권한다. 작가 로스는 이 거울 속 자아와 충돌하고, 협상하고, 끝내 뒤엉기면서 유대인의 정체성, 이스라엘의 존재 의미, 역사의 죄와 책임이라는 묵직한 주제들을 비틀고 해체한다. 로스의 진짜 도발은 형식에 있다. 소설이라 부르면서도 "고백"이라는 부제를 달고, 실명의 화자를 내세우며, 실제 역사적 사건(데미얀유크 재판)을 버젓이 끼워 넣으며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한다. — 이게 사실인가, 허구인가. 그 불편한 흔들림 자체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 소설은 읽기가 쉽지 않다. 필립 로스의 책을 처음 접해서인지 그의 문체도 어렵다. "이게 진짜인가 가짜인가"라는 혼란은 피로도를 가중시키며 독자들을 끝까지 몰아부친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을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내게 재독이 꼭 필요한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