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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의 계절 여름, 8월의 시작과 함께 집어든 이 책은 지지리도 진도가 안나갔다. 재미없고 지루했다면 못참고 당장 치워버렸겠지만 "영원의 아이"처럼 문학적 완성도에서도 출중한 추리 소설이란 본디 한문장 한문장 음미하고 되씹으며 읽게 되는지라..... 특히나 아야츠지 유키토의 그 짜증나는 몰개성 문장의 홍수에 완전 질려버린 후 만난 이 책에서 기품있고 세련된 문체 미학이란 바로 이것이라며 탄복했고 더군다나 이런 절도있고 깔끔한 문장들을 추리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데에 기쁨은 배가 되었다. 문체 뿐 아니라 나오키 상 수상에 값할 만큼 마지막 반전까지 어디 하나 헐렁한 데 없는 치밀한 전개에 감탄하다보니 이 작가가 지독한 과작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절로 수긍된다. 표지 날개의 사진 속 작가를 흠모의 마음 가득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콧수염이 어울리는 가는 선의 얼굴이 완전 댄디함 그 자체인 미중년... 전직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감동적인 (!)약력이 주는 경외감까지 (더구나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라니!) 아무튼 꼴랑 이 한 권 읽고 완전 반해서 이제껏 심드렁했던 챈들러를 제대로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의욕까지 발동하고... (서른 무렵부터 구미의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그 탄력으로 작가가 되기에 이르렀는데 그 계기가 챈들러였다고) 후기 대신 첨부한 "어느 남자의 신원 조사"는 작가로 데뷔하기까지의 젊은 시절 인생 역정을 짤막하고 유쾌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아, 진짜 멋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