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은 시를 읽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나도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시도 한 수 써보기도 하는 여유가 있었는데. 별밭이라는 제목에서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요즘 들어 어릴 때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가 그리워진다. 여름밤에 모깃불을 펴놓고 은하수를 바라보면서 들은 이야기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별을 보고 싶다. 많은 생각을 꿈도 꾸게 하는 것 같다. 몇 번의 별 꿈을 꾸었는데 항상 그 배경의 하늘은 어릴 적 살던 곳의 하늘이었다.
며칠 전에 강원도에 갔다가 평창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한참동안 별을 바라보았다. 몇 년 전에 강원도 다른 곳에서 본 것처럼 별이 쏟아질 것만 마치 두려움까지 느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은 별들이 보였다. 미국을 여행할 때 정말 많은 별을 보았었다. 높이가 2천 미터에서 3천 미터 되는 곳에서 공해가 없고 인공적 빛이 없는 곳에서 바라보는 별들. 그래서 우리의 형제 은하라고 하고 2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안드로메다은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정말 별을 보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다.
인터넷서점에서는 이 책을 김지하, 황지우, 정호승, 이성복, 장석남, 최승호, 김용택, 안도현(78명의 80편의 시) 등 현 문단에서 주목받고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시인들의 따뜻한 이미지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의 참 문학에의 갈증을 풀어주고, 백석, 신동엽 등 학창 시절, ‘울림의 미학’의 미학을 일깨워준 시인들의 함께 수록 되어 있어 향수에 젖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시인들의 시를 한 쪽이나 두 쪽에 걸쳐서 옮겨 놓고 저자 자신의 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어떤 경우는 그 해설이 한 편의 시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시들을 4부로 나누어 해설을 보태고 있다. 여유를 가지고 가끔 시집도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편의 시를 옮겨 본다. 아마도 나는 그림과 같은 시가 좋은 모양이다. 이 시들은 내가 큰소리로 집사람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역시 시란 큰 소리로 한 구절씩 음미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조용한 이웃 황인숙 부엌에 서서 창밖을 본다 높다랗게 난 작은 창 너머에 나무들이 살고 있다 이따금 그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본다 까치집 세 개와 굴뚝 하나는 그들의 살림일까? 꽁지를 까딱거리는 까치 두 마리는? 그 나무들을 수수하게 사는 것 같다 잔가지들이 무수히 많고 본 줄기도 가늘다 하늘은 그들의 부엌 오늘의 식사는 얇게 저며서 차갑게 식힌 햇살 그리고 봄기운을 두 방을 떨군 잔잔한 바람을 천천히 오래도록 씹는 것이다 돌멩이 하나 이은봉 아침 산책길, 돌멩이 하나 문득 발길에 채인다 또르르 산비탈 아 래 굴러 떨어진다 저런저런… 내 발길이 그만 세상을 바꾸다니! 달팽이 한 마리, 제 집 등에 지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풀섶 근처… 이슬방울마다 황홀한 비명, 하얗게 열리고 있다. 달밤에 이시영 기러기 식구들 줄지어 난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내외 손자 땅 위엔 사위는 모닥불빛 재처럼 뜨거웠던 얼굴들이여 기러기 식구들 하나둘씩 줄지어 난다. 어제 떠난 동료의 흰옷 그림자를 좇아 밤새도록 펄럭이는 포장을 차며 미소 최두석 쓸쓸한 이에게는 밝고 따스하게 울적한 이에게는 맑고 평온하게 웃는다는 서산 마애불을 보며 새삼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그냥 절로 생성되지 않는다고 생애를 걸고 암벽을 쪼아 미소를 새긴 백제 석공의 지극한 정성과 공력을 보며 되짚어 생각한다 속 깊이 아름다운 웃음은 생애를 두고 가꾸어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미소가 세상을 구하리라 믿은 천사백 년 전 웃음의 신도여 그대의 신앙이 내 마음의 진창에 연꽃 한 송이 피우누나. 책꽂이를 치우며 도종환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 눈앞을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 쇠똥구리 이산하 소똥을 탁구공만하게 똘똘 뭉쳐 뒷발로 굴리며 간다 처음 보니 귀엽고 다시 보니, 장엄하다 꼴을 뜯던 소가 무심히 보고 있다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
|
<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 > - 곽재구 / 이어사 - 이 책은 중고서점을 둘러보다가 시인 곽재구가 좋아서 골랐던 것이랍니다. 달랑 "사평역에서"라는 시 하나만 읽고 느낌이 좋아 에세이 하나를 읽고 그 느낌이 좋아 이번엔 다른 시집을 골랐으니, 사람이건 책이건 어떤 이어짐을 보게 됩니다. 그 인연들이 끝없이 이어져서 기다란 강물을 이루면 그것이 곧 나를 형성하는 빛깔들이 되겠지요. 시집은 자신만의 작품을 수록한 것이 있는가 하면 다른 이들의 작품으로 소개하는 것도 있습니다. 어느 시인을 더 깊이 연구하고 탐독하는 경우도 있지요. 요즘 전 "묶음"을 자주 읽게 되네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그것도 즐거운 여행이 됩니다. 어느 한 사람을 깊이 있게 아는 방법에는 그가 살아온 길을 중심으로 듣는 것도 있지만, 그에게 영향을 미친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 시집은 왼 편에 시인 곽재구가 소개해주는 시가 실려 있고 오른 편엔 조금 짧게 그의 느낌을 적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곳이 시라고 딱히 고르고 싶지 않아집니다. 모두가 시이고 모두가 연한 향기가 묻어나는 그림이 됩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따뜻함"이라는 단어가 매번 생각이 납니다. 그의 책을 보다가 오늘은 문득 생뚱맞게도 '담배'가 떠올랐습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저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담배와는 무관하게 자랐습니다. 학교도 기독교 학교를 나왔으니 그런 분위기는 더욱 더 많이 접하지 않았지요. 내 아이들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나보다 더 싫어하고 적응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나에겐 담배에 대한 묘한 연민이 있습니다. 그것이 왜 그런지는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만, 정말 어쩌다가 한 번씩 피우는 그 모습은 즐겁게 바라볼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내가 사랑했던 이들 중에 담배를 피웠던 이도 있어서이겠지만, 아마 그것보다는 좀더 오래되고 근본적인 이유가 내게 깔려있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중에 하나는 아마도 담배에 불을 피우는 그 찰나의 불에 대한 따뜻함이 체온의 따스함과 겹쳐지면서 생기는 어떤 현상이 아닐까, 조금 엉뚱한 상상을 합니다. 들이마셨다가 내뿜은 연기의 자욱한 그 자리에 더 가득 몰려나오는 인생의 고독과 자유에의 갈망, 사람과 삶에 대한 애착, 그런 것들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내 가슴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의 글은 그런 아련함이 있습니다. 소개해주는 시보다, 그 뒤에서 나직하게 뱉어내는 담배 연기에 묻어 있는, 생에 대한 애착과 사람을 향한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은 찬가가 소롱소롱 연기처럼 올라옵니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을 보듯, 얼얼한 뺨을 한 번 어루만져주고 가는 바람을 만나듯,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 저 멀리에서 희미하고 작지만 따스한 불빛을 발견하듯, 그렇게 소리도 크지 않게, 우리 마음에 포근하고 얇은 이불을 덮어주는 것 같습니다. 품절이 되어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이 책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따뜻한 차 한 잔을 손 안에 쥐고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