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공패(空貝) 가족에 대한 잔잔한 성찰을 하고 있다. 오늘날 상당한 가족들은 텅 빈 조개껍질과 같은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채워야 될 것들이 빠져있는 가정이 어떤 것인지를 빈집들을 드나들면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볼 때는 의미를 찾기보다 상황의 신선함과 코믹함에 빠져 시종일관 유쾌하게 영화를 봤다. ‘감독의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뛰어 나구나’ 감탄하면서 몇 번을 작고 크게 웃다가 보니까 금방 영화가 끝났다. 두 번째 볼 때는 웃음을 거두고, 왜냐고 의문을 가지면서 봤더니 의미가 잡히지 않아서 몽롱해졌다.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야한 영화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고 우화적인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모호한 영화였다. 잔재미로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의미를 찾아보자면 이 영화는 말이 없는 영화지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상적인 가정은 없다. 보이는 것과 달리 뭔가 빠져있다. 빈 것을 채우려는 노력이야 말로 가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지는 의문이 남지만, 가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라는 것이다. 부부 간의 간격, 부모 자식 간의 간격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주인공 남녀가 빈집이 아닌데도 편안하게 들어갔다 나온 전통 한옥 같은 집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건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따뜻하게 채워야 할 것이다. |
| 평소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김기덕 영화는 솔직히 피해왔었다. 일년전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충격과 감동, 만족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런 주인공간의 대사도 없이 극히 절제된 음악과 영상만으로도 내가 지루하지 않게 아니 반대로 아름다운 화면에 매료되어 보고 있는 내자신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이 한 대사는 여주인공의 단 두마디... 중간에 나오는 아랍풍의 음악도 무척 생소하지만 마직막에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감옥에서의 태석이의 모습을 보고 그 당시 무명이었던 재희라는 배우에 대해 누구야 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고 선화를 연기한 이승연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기덕 감독이 역시 천재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이제까지 내가 본 최고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독창성에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에 단지 감탄할 뿐이다.. dvd에 수록된 김기덕 감독과 영화평론가의 해설을 들으면서 보는 것도 흥미롭다. 다른 dvd 코멘터리에서 보여지는 에피소드의 나열과 시시껄렁한 농담은 없고 영화에 대한 진지한 시선들에 대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하지만 역시 이 영화는 대화없이 그저 화면만으로 지켜보는 관객을 압도시키고 긴 여운을 남겨주는 것 같다. 특히 감옥에서의 장면과 라스트 씬은 마치 위대한 예술작품을 연상시킨다.... 꼭 예술영화 매니아가 아니라도 누구나 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저 느끼라고 권해주고 싶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보는 것이 필수!! |
| 내가 본 김기덕의 영화, <파란대문>, <섬>, <수취인불명>, <사마리아>, <해안선>.. 어느 것 하나 극단적이지 않은 영화가 없었다. 얼마전에 본 <사마리아>는 물론 그 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 문법에 충실한 영화였고 국내외적으로도 화제가 되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 최악이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본 <빈집>도 약간의 우려를 하면서 봤다. 항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좀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회화를 공부한 감독답게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항상 그 영상이 대단히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미지 구사 능력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에서 어떤 상황을 그릴 때 말대신 이미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좀 다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물론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동안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이야기가 있고,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니라(물론 선화의 삶은 남편의 폭력과 집착으로 소외받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의 소통을 시도했다는 느낌이 든다. 김기덕의 소통 방식은 늘 섹스라든가 폭력이 주를 이루었던 것에 비하면, 이 영화의 소통방식은 곱다, 고 해야하나, 어쨋든 예전의 영화에 비해 덜 억지스럽단 생각이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김기덕 영화 중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소재가 참 흥미롭다. 나는 빈집을 보기 전에는 이 영화의 줄거리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알려고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동안의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특별히 줄거리가 뭐야,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거야, 라고 묻는 거 자체가 어쩌면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이런 버릇이 생긴 거 같다. 다니면서 광고 전단지가 그대로 붙어 있는 집을 보면 아, 비어있구나, 할 때가 있다. 태석은 그런 집에 들어가 고장나고 멈춰있는 것들에게 일상을 불어넣어 준다. 태석이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부터는 마치 비현실속의 인물인듯 너무 귀신스럽다. 그렇지만 선화의 삶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현실이 더 비현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력과 집착이 빚어낸 멍든 삶이 현실이라면 오히려 비현실을 택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태석과 선화가 선화의 남편을 사이에 두고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삶에서 현실이 마치 비어있는 공간처럼 공허하다면, 우리는 당연히 비현실적인 뭔가를 기대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태석은 빈집에 들어가 고장난 것들, 멈춰있는 것들을 고친 것처럼 선화라는 멍든 현실에 들어가 그 아픔을 치료해 주는 비현실적인 그 무엇이라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