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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동반한 검객] 1편이 아닌 2편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 1편이 아닌 2편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 내용보기
아들을 동반한 검객 내지 아들을 동반한 늑대, 아이 딸린 늑대로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DVD 제품으로는 1편이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 1편이 아닌 2편입니다. 1편의 경우 주인공이 쇼군 가문을 떠나게 되는 과정이 나와 있지요.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2편인 이번 영화에서는 오프닝부터 다짜고짜 싸움질이 나옵니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회상을 통해 1편에서 벌어졌음직한 약간
"[아들을 동반한 검객] 1편이 아닌 2편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 내용보기

아들을 동반한 검객 내지 아들을 동반한 늑대, 아이 딸린 늑대로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DVD 제품으로는 1편이라고 나와 있지만 사실 1편이 아닌 2편입니다. 1편의 경우 주인공이 쇼군 가문을 떠나게 되는 과정이 나와 있지요.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2편인 이번 영화에서는 오프닝부터 다짜고짜 싸움질이 나옵니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회상을 통해 1편에서 벌어졌음직한 약간의 상황을 설명하긴 하는데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죠. 그러다보니 때론 졸작이라느니 돈이 아깝다느니 하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저야 애초에 원작만화부터 봤던 지라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 애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무사련다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영화부터 먼저 보시는 분은 상당히 황당할 겁니다. 마치 격투 게임처럼 적이 나오면 그 적을 베고 악당이 나타나면 악당을 무찌르는 대전(對戰)의 연속이 영화 내내 이어진답니다.

 

원작만화는 코이케 카즈오와 코지마 고세키가 힘을 합친 작품으로 각본을 맡은 코이케 카즈오의 경우는 남성적인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가인데 국내에도 잘 알려진 <크라잉 프리맨>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크라잉 프리맨>의 경우는 세련된 그림체의 이케가미 료이치가 그림을 맡았었고, <아들을 동반한 검객> 등은 바람의 닌자, 고독한 참수자 등 시대극 그림체에 어울리는 코지마 고세키가 그림을 맡았었지요. 코지마 코세키의 경우 토속적이면서도 원초적인 힘이 느껴지는 그림체가 인상적으로 한국으로 따지면 이두호 화백의 그림체가 주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 그림체로 양복 입고 구두 신은 현대물을 그리면 좀 이상하겠지요.

 

코이케 카즈오는 일본 만화업계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가지고 있는 작가로서 남성적인 시각으로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기기에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국내 만화계로 비교하기에는 비교 대상이 없을 존재입니다. 야설록? 박하? 김세영? 굳이 비교하자면 여명의 눈동자, 제5열, 제5의 사나이, 최후의 증인, 국제열차살인사건 등의 작품으로 이름났던 소설가 김성종씨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봅니다. 물론 김성종씨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물 전문가이며 코이케 카즈오는 사무라이와 닌자가 나오는 시대극이 많긴 하지만 남성적인 시각에서 섹스어필한 표현을 과감하게 펼친다든지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한다든지 작가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대히트를 쳤다든지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죠.

 

코이케 카즈오의 글이 바탕이 된 <아들을 동반한 검객> 역시도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남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겨지는 작품입니다. <크라잉 프리맨>에서처럼 고독한 살수(殺手)가 등장하고 그를 쫒는 조직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그 살수(殺手)가 눈물 대신 어린 아이를 동반하고 있지요. 대형마트의 쇼핑카트 같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전국 각지를 떠도는 무사 오가미 이토 역은 ‘와카야마 토미사부로’라는 중견 배우가 맡았는데 실제 검술 유단자이기도 해서 허황된 과장 없이 실전에 가까운, 군더더기 없는 검술 액션을 선보입니다.

 

이런 류의 일본 검격 영화를 찬바라 무비라고들 하는데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라고들 합니다. 찬바라 무비라는 이름답게 오프닝부터 칼소리가 요란합니다.

 

한때 쇼군의 최고 무사였던 오가미 이토가 유모차를 끌고 길을 가는데 자객이 길을 막습니다. 절륜한 검객 오가미 이토의 검을 머리통에 맞은 자객은 자신의 이마에 박힌 그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칼날을 더 깊게 박아 넣으려고 하지요. 자객이 스스로의 머리통으로 상대의 검을 봉쇄한 동안 뒤에서 또 한 명의 자객이 오가미 이토에게 덤벼듭니다. 머리통에 박혀 빠져 나오지 않는 검 대신 유모차에 장치해둔 창을 급히 꺼내든 오가미 이토는 공중에서 날아드는 새로운 자객을 맞이하고 머리통에 검이 박힌 자객은 자신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오가미 이토를 죽이지 못한 것이 분하다’고 읊조리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 삼도천, 그 ‘삼도천의 유모차’가 부제로 붙은 이 영화는 기실 영화 자체로 보면 굳이 챙겨볼만한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앞뒤 설명이 잘려진 채 싸움과 싸움이 이어지는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영화팬들에게 기억되는 것은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과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을 통해 재표현된, 진검승부 끝에 죽어가는 무사의 탄식 장면 때문일 겁니다. 주인공 오가미 이토의 칼에 목이 베인 무사가 사막 한가운데 쓰러지며 이렇게 탄식합니다.

 

“이 소리를 내 목에서 듣게 되다니. 내 목이 겨울바람처럼 울고 있어. 언젠가 한 번쯤은 그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진정 내 목에서는 아니었어. 누군가 다른 자의 목을 벨 줄 알았지 애석하게도 그 소리를 내 목에서 듣다니...”

 

한 시대를 풍미한 미스미 겐지 감독의 영화로서는 앞뒤 설명이 생략되어 있어 잔인하게 느껴지는 검술 싸움 장면을 외엔 볼 것이 없는 3류 영화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장하고 박력 넘치는 스타일만큼은 매력이 있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앞서 말한 동사서독과 킬빌은 물론이요 장동건 주연의 ‘워리어즈 웨이’ 역시도 아들을 동반한 검객의 기본 얼개를 흉내내고 있지요.

 

영화에는 몇 번의 액션씬이 나옵니다. 머리통에 칼을 박고 죽어가는 자객에서, 이런저런 분장을 한 여자 닌자단의 습격, 아이까지 인질로 삼는 잔인한 무사단, 사막에서 만난 3형제와의 혈투 등이 이어지는데 007 제임스 본드에게 본드걸이 있다면, 아들을 동반한 늑대에는 ‘늑대걸’이 있다고 할까요. 영화 속 인상 깊은 여자 캐릭터는 여성으로 이뤄진 닌자단을 이끄는 여자 닌자입니다.

 

끈질기게 오가미 이토를 쫒던 여자 닌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한 하룻밤 동숙(同宿) 끝에 자신 속에 감춰둔 모성(母性), 여성(女性)을 깨닫게 됩니다. 이를 악물고 쫒아봤지만 결코 죽일 수 없었던 오가미 이토, 자신의 오빠와 부하를 죽여버린 오가미 이토였지만,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알몸으로 버텨냈던 동숙(同宿)의 하룻밤은 검(劍)보다 더 날카로운 추억으로 남아, 그토록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적의(敵意)를 수그러들게 만듭니다.

 

그날 이후 남녀는 다시 만나게 되는데, 오가미 이토의 목숨을 노릴 수 있는 기회, 어쩌면 오가미 이토의 칼날에 마지막 남은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야 되는 그 순간, 오가미 이토의 검(劍)과 여인의 검(劍), 서로의 칼날은 남녀의 교접인양 십자로 포개져 빛을 발하고 무사에서 여인으로 돌아온 여자는 한결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부자(父子)를 그냥 보냅니다. 그때 그 여인의 눈빛은 낭군을 먼 길 보내는 정인(情人)의 눈빛에 가까웠지요.

 

한 편의 영화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저런 영화들에게 준 영향을 생각한다면 한번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j*********n 2012.11.02.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