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가 태어날 시대와 국가, 부모와 형제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에 강대국에서 태어나, 돈 많고 지위 높고 인격있는 부모, 착한 형제를 만났다 하더라도 꼭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결코 자기 생각과 바람대로 그의 인생이 살아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나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이범선의 오발탄, 학마을 사람들, 박경리의 불신시대, 오영수의 갯마을, 전광용의 사수, 꺼삐딴 리, 하근찬의 수난 2대는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다. 한국 전쟁 직후 월남 가족으로 비참하고 혼란한 삶을 살면서 가치관을 잃어가는 철호와 영호, 일제 강점기를 살다간 이장 영감과 박 훈장, 전쟁 미망인으로 살면서 불신 시대에 항거하는 진영, 바다에서 남편을 잃고 23살 청상과부로 갯마을에 사는 해순이, 전쟁 때문에 애인과 헤어지고 절친한 친구 B에게 총구를 겨누게 된 나, 일제 징용 때 팔을 잃은 아비 박만도와 6.25로 다리를 잃은 아들 진수... 이들은 모두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사치스럽게 여겨지는 그런 시대를 살았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솔직히 ''꺼삐딴 리''에 등장하는 기회주의 인물인 이인국 박사의 행동도 마냥 욕하기는 힘들었다. 일본에, 러시아에, 미국에 아부하며 처세술을 익힌 그의 반민족적 정신과 처세술이 미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도 의사의 옷을 입고는 있지만 불행한 혼란기에 태어난 병자이며 피해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보다 국가와 민족을 앞세워 생각하며 나와 가족을 희생하며 헌신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나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인국처럼 자신과 자기 가정만을 생각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을 뿌리치지는 않겠다. 그의 삶은 당장은 달콤하겠지만 그 끝맛은 분명 씁쓸할 것이고 그의 죽음은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적어도 철호처럼 쉽게 타협하지 않고 무엇이 옳은 일이며, 어떻게 살다 죽는 것이 선한 것인지 고민은 하며 살고 싶다. 다만 자포자기하거나 현실을 원망만 한다면 내 가족이 힘들 것이므로 내 가치관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융통성(?)은 발휘하고 싶다. 왜 내가 1900년대 후반, 대한민국의 한 중산층 기독교 가정의 장녀로 태어났는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이 셋의 주부로 살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지전능한 조물주는 결코 오발탄을 쏘지 않는다고 믿기에 조용히 내 삶의 이유와 방향을 신께 묻는다. 그리고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소중한 내 가정과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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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가족의 가장인 철호, 은행에서 강도짓을 하다 수감된 철호의 동생 영호, 생계를 위해 양공주 생활을 하는 철호의 여동생 명숙, 가난에 시달리다 출산 중 숨진 철호의 아내, 그리고 전쟁의 충격으로 정신이상자가 된 철호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가족은 전쟁 이후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갈등이 나타난다. 첫 번째는 철호와 영호의 갈등이다. 철호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양심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반면 영호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버리고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철호처럼 끝까지 양심을 지키려는 삶이 더 바람직하다고 느꼈다. 바르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엔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갈등은 철호와 어머니 사이의 갈등이다. 철호는 현실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임을 알고 있지만, 어머니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자”라는 말을 반복하며 과거에 머무른다. 그 모습이 안타깝고, 전쟁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느꼈다. 마지막 세번째 갈등은 철호가 겪는 내적 갈등이다. 그는 가난과 극심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끝까지 바르게 살려고 애쓰지만, 결국 좌절하게 된다. 나는 철호의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이 책은 전후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고통을 보여준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흔들리지 않고 삶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을까? 아마 나도 철호처럼 좌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희망만은 놓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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