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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눈에도 한없이 멋졌던 아저씨-'셰인'의 알란 라드(Alan Ladd)
"꼬맹이 눈에도 한없이 멋졌던 아저씨-'셰인'의 알란 라드(Alan Ladd)" 내용보기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나는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영화 속 사랑에 대리 만족도 하고, 배우에 빠져든 게 초등학생 때, 그것도 저학년 때부터인 걸 보면  내가 반했던 배우는 셀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수 많은 배우 얼굴이 명멸하는 가운데에서도 처음 반했던 배우 그게 누구인지, 어떤 작품인지는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첫사랑같은 배우는 매혹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흔
"꼬맹이 눈에도 한없이 멋졌던 아저씨-'셰인'의 알란 라드(Alan Ladd)" 내용보기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나는 조숙한 편이었나 보다. 영화 속 사랑에 대리 만족도 하고, 배우에 빠져든 게 초등학생 때, 그것도 저학년 때부터인 걸 보면  내가 반했던 배우는 셀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수 많은 배우 얼굴이 명멸하는 가운데에서도 처음 반했던 배우 그게 누구인지, 어떤 작품인지는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만큼 첫사랑같은 배우는 매혹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흔히 서부영화 3대 명작하면 게리 쿠퍼의 '하이 눈', 커크 더글라스와 버트 랑카스터의 'O.K 목장의 결투' 그리고 알란 라드의 '셰인'을 꼽는데, 이중에 내가 반했던 첫번째 배우가 있다.'셰인'의 알란 라드.
아마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였던 걸로 기억한다. 서부영화를 즐기셨던 아버지 옆에서 TV로 방송되던'셰인'을 보는데, 그 꼬맹이 눈에도 악당을 물리치는 알란 라드가 어찌나 멋져 보였던지 가슴이 콩콩 뛰고 설렜다. 그 뒤 지금까지도 여전히 알란 라드를 멋진 아저씨라고 내 가슴에 품고 있다.

셰인- 알란 라드 나오는 장면과 OST 'The Call Of The Faraway Hills'



총잡이 셰인은 정처없이 가다가, 땅을 개척해서 뿌리 박고 살고자 하는 죠 스타렛 집에서 일을 거들어 주면서 기거하게 된다. 죠 스타렛(반 헤플린)은 아내 마리안(진 아서), 그리고 아들 죠이와 단란하게 살면서 개척자들을 내쫓고 그들의 땅을 차지하려 드는 무법자 라이커에 꿋꿋하게 맞서며 농장을 지켜간다. 스타렛이 굴하지 않고 개척자들의 구심점이 되자, 라이커는 그를 눈엣 가시처럼 여기고, 악명이 자자한 총잡이 잭 윌슨(잭 팔란스)을 고용해 스타렛을 해치려 든다. 이에 셰인은 자신의 일도 아닌데,  단신으로 윌슨과 맞서는데..

셰인 역을 맡은 알란 라드는 게리 쿠퍼처럼 장신이거나 존웨인 처럼 우락부락 기골이 장대한 스타일은 아니다. 꼬맹이였던 내 눈에도 오빠 아닌 아저씨로 비춰졌다. 그럼에도 말수 적고  무표정하지만 절도 있는 행동이며 다부진 동작이 꽤 믿음직스러웠다. 무심해 보이던 눈빛은 스타렛 아내를 바라볼 때는 은은해 보여서 어린 내 눈에도 두 사람 사이에 평범하지만은 않은 눈빛 교환이 이루어지고 야릇한 감정들이 오가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게 만들었다.

언젠가 제임스 딘이 나온 '이유없는 반항'을 보는데, 학교 라커가 나오는 장면이 있었다. 그 라커 안에는 라커 주인이 좋아하는 배우 사진이 붙어 있는 그런 장면,그 순간 내 시선은 라커 사진에 고정돼 버렸다. 셰인에서 모자 쓴 알란 라드 사진이 붙어있었기에. 잠깐 스쳐간 그 장면에서 다른 사람은 알아보지도 못했을 알란 라드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중에 알게 됐지만 알란 라드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고인이 된 분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어른이 된 뒤 다시 비디오를 통해 '셰인'을 찾아 보게 됐는데, 혹시 어렸을 때 가졌던 그에 대한 멋진 기억이 훼손되는 건 아닌가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실제 목소리는 지적이고 중후했고, 그의 몸동작은 여전히 다부져 보였다. 번개처럼 뽑아드는 그 총솜씨는 여전히 표범같이 날랬지만 결코 거칠지 않았다. 우아했다.  M자형 탈모 증세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어렸을 때 멋지게 기억했던 그 셰인, 알란 라드로 여전히 마음에 들었다.

어른이 돼서 다시 봤을 때는 어려서는 잡아낼 수 없었던 감정선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셰인이 가졌을 가정에 대한 그리움이 눈에 들어왔다. 스타렛과 부인 마리안, 아들 죠, 이 가정의 평범한 밥상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자신은 결코 누릴 수 없는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 그는 스타렛 가정의 행복, 그것을 지켜주고자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윌슨을 처지하고 난 뒤 홀연히 떠나던 셰인..그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해 보이던지. 주근깨 촘촘히 박힌 조이가 아무리 컴백 셰인을 외쳐도 그는 점점 멀어져가고, 뒤 한번 돌아보는 일 없이 무심하게 가버린다.
수많은 남자 배우의 매력에 빠졌으면서도 끝까지 셰인의 알란 라드를 잊지 못했던 것은 독사같은 악당 윌슨을 물리치던 정의의 용사 면모도 있었지만, 그보단 그 뒷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얼굴보다 등에서 더 많은 감정이 읽히는 법이다. 외로움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 엔딩의 뒷모습에서 느껴졌던 진한 여운, 감독 조지 스티븐슨은 셰인이  떠나는 뒷 모습을 오래 롱테이크로 잡았다. 그 화면 위로 흘러나왔던 음악 'The Call Of The Faraway Hills'은 말없이 떠나는 셰인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그는 떠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총잡이가 되고 떠돌이가 된 자신의 삶을  한탄했을까. 아니면 묵묵히 감수했을까. 셰인은 한번 살인한 사람은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조이에게는 착하게 자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가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가 총잡이로 외롭게 인생을 마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부디 사랑하는 여인 만나서 소박하게 가정을 꾸리면서 평범한 가장으로 살기를 바랐다.

이 작품이 나온 것이 1953년, 반세기도 훨씬 더 된 작품이지만 그 작품 속 셰인, 알란 라드는 내겐 영원히 근사한 아저씨로 남아있다. 아무리 멋진 배우가 등장하고 나를 매혹시킨다 해도, 또 내가 늙어간다 해도 셰인 아저씨, 알란 라드 그는 내가 반했던 첫번째 스크린 속 배우라는 것, 그 것은 죽는 날까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e****0 2012.08.09. 신고 공감 5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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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ing in the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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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중에는 단일 캐릭터로 워낙 이미지가 굳어서 본명보다 작중 인물의 호칭이 더 편히 쓰일 때가 있다. 앨런 래드('아란 낫드' 아님ㅋ)의 경우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본인으로서는 좀 억울할 것이고(죽은 지 오래고 저 극동에서 자기를 두고 뭐라 씨부렁대는지 그가 알 바 아니겠다만),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못한 처사이다. 올드팬들이 (당시의 국내 개봉 여부라는 사정 탓에) 알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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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중에는 단일 캐릭터로 워낙 이미지가 굳어서 본명보다 작중 인물의 호칭이 더 편히 쓰일 때가 있다. 앨런 래드('아란 낫드' 아님ㅋ)의 경우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본인으로서는 좀 억울할 것이고(죽은 지 오래고 저 극동에서 자기를 두고 뭐라 씨부렁대는지 그가 알 바 아니겠다만),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못한 처사이다. 올드팬들이 (당시의 국내 개봉 여부라는 사정 탓에) 알건 모르건 상관 없이, 이 깔끔하게 잘생긴 배우는 생각보다 여러 영화에 나왔으며, 이 작품의 대성공으로 선입견이 그리 굳어지긴 했으나 사실 서부극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도 아니1)다. 그가 마지막으로 나온 영화는 내가 요 밑 '티파니...'의 리뷰에서 잠시 언급한 'The Carpetbeggers(1964)'이며, 여기서 그는 바로 조지 페퍼드가 분한 반항기 가득한 젊은 사업가의 아버지 역으로 잠시 나온다. 이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50대 초반 정도였을 것이므로 사실 몇 살 차이도 나지 않는(한 10여년?) 페퍼드의 아버지로 나오긴 좀 아까운데, 여하간 그는 빛나는 젊음은 사라졌어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을 할 만한 나이에 갑작스럽고 아까운 죽음2)을 맞았다.

자, 아무튼, 국내팬들은 앨런 래드 하면 셰인이요, 셰인 하면 이 래드라는 레전드를 떠올리는 데에 별로 주저함 없을 것이다, 총잡이하곤 사차원의 시공을 격할 것만 같은 이미지의 이 사내가 펼치는, 조용하면서도(정말 조용하다. 그 또한 연출의 묘다) 통쾌한 활극은, 선량한 시민들이 갈구하는 가장 소박한 정의라는 기본 요소에다가. 사내들간의 의리, 정숙한 여인의 현명하고 도덕적인 선택과 처신, 아역의 적절한 추임새3), 셰인의 배경에서 효과 만점의 보색 대비를 창출하는 지상 최고의 악당(들), 그리고 뭐니뭐니뭐니해도 빅터 영의 그 유명한 주제음악, 이 모든 요소를 환상적으로 결합시켜 흥행에까지 성공한 완벽한 고전 한 편을 만들어내었다.

'스미스씨...'에도 출연했던 진 아서가 이제는 많이 늙은 모습으로, 그러나 제 몫은 뚜렷이 해 주면서 등장하고(래드보다 10년 정도 연상이다), 악역들이 볼 만한데, 일단 인상 더러운 밴 존슨이 공포 분위기 하나 확실하게 조성해 주고(웃기기까지 함), 무엇보다 이로부터 40년 후 '굿바이 뉴욕, 굿모닝 내사랑4)'에 나와 노령에 오스카 조연상을 챙긴, 젊은 날의 잭 팰런스를 구경할 수 있는 게 행복하다. 간단히 얘기해서 크리스토퍼 워큰(조 밑에 적었지?) 같은, 이쁘게 악독한 villan으로 자주 나오던 베테랑인데, 셰인 역의 래드와 정말 백과 홍의 멋진 대조를 이루는, 악역의 역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한 장을 그는 이 영화에서 쓰고 있다고나 해야 할 것.


1) 영화의 성공 배경은 (역설적으로) 여기에도 있었다.
다른 이야기인데 요즘 세대는 셰인이라면 뭘 떠올릴까? 우리 때에는 셰인이라는 청바지가 있었고, 요즘은.... 그 애? 셰인은 물론 영화 주인공의 이름이지만, 역사상 가장 짧은 명대사로도 유명한데(물론 이 영화), 그건 스포일러니까 생략.
2) 다른 이야기인데, 비슷한 나이에 숨진 장효조 씨를 추모합니다.
3) 브랜든 디 와일드는 한 시절 특히 동양권에서 꽤나 인기를 모으던 아역이었다. 어른들도 요즘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요즘은 귀여운 애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지 저 애가 하나도 안 이뻐 보이네?'라고 하는 경우가 많던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여러 이유에서 당연함ㅋ). 지식과 느낌이 상호배반하는 경우 어느 하나를 굳이 배척할 필욘 없고, (용량이 된다면) 별개 파티션에 다 같이 보관해 두는 편이 좋다.
4) 'CITY SLICKERS'. 참고로 빌 클린턴의 별명은 '슬리키 윌리'였다.

s****o 2011.09.09.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