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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벨기에 태생으로 프랑스어권의 작가들 중에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불쏘시개]는 그녀가 발표한 작품 중에 유일한 희곡으로 80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이다. 하지만, 짧은 이야기에는 그녀 특유의 통찰력과 역설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언뜻 보기엔 전쟁중에 세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서 추위와 전쟁으로 인한 공포에 떨며 겪게 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작가가 책에 대해 갖고 있는 숨은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교수(문학 담당)와 그의 조교 그리고 조교의 애인 마리나가 교수의 서재에서 함게 지내게 된다. 문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공포가 기다리고 있어 그들 세 사람은 서재에서 은신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극심한 추위로 집 안에 의자와 서재의 책들 이외의 모든 것들은 모두 불쏘시개로 사용하고 더 이상 온기를 줄 수 있는 물건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결국, 마리나가 추위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하기 위해 서가의 책들을 한 권씩 태우기 시작한다. 그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얘기하고 어떤 책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면 좋을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책들이 한 권 한 권씩 줄어들 때마다 그들은 책에 대한 본질을 말하고 싶지만, 결국 모든 책을 다 불태우게 되고 젊은 조교와 그의 애인은 그러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전쟁이 한창인 밖으로 나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주 단순하고 간결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아멜리 노통브는 독자들에게 그냥 짧은 이야기로 읽게 만들진 않는다. 등장 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는 무인도에 혼자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 것인가? 라는 다소 진부한 물음을 던진다. 역자는 이 물음을 혹독한 추위를 이겨 내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책을 가장 먼저 태울 것인가? 로 오히려 역으로 그 물음을 해석하고 있다. 이 대목에선 독자라면 누구나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럼, 나는??? 희곡에 등장하는 세 사람도 처음 서가의 책들을 불에 태우기 전에 다들 망설이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다가 결국은 그들 세 사람도 어떤 책을 먼저 태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우리들에게, 아니 나에게 책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흔히 말하는 "책을 통해 인생의 참된 길을 찾는다." 너무 진부하고 너무 뻔하다. 그렇다면?? 책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칠정(七情) 에 대한 모든 감정들을 끌어낼 수 있는 그 무엇일까?
책은 삶의 그 무엇이고, 사람이 존재하는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책 속에서 처럼 극한 상황일 때는 두꺼운 책이 더 환영받고 인정받는 그 자체일 뿐이기도 하다는 것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책의 의미를 말해준다. 등장인물들이 끊임없는 책에 대한 숭배와 사랑과 여러가지 뜻깊은 의미들을 얘기하지만 결국 추위를 잠시 잊기 위해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행위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책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하지만,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라고 자주 되뇌이는 등장인물들의 말 속에서 책은 그 어떤 의미보다 크며 가치 있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작가의 창작 활동을 왕성하다. 올 2012년 가을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래켜 줄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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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시 보는거였고, 읽기직전에 본것은 한국에 나온 오츠이치의 현재기준으로 마지막책인 <쓸쓸함의주파수>이다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는것은 둘중 어떤 음식이 어떻게 왜 맛있는지 설명해가며 결정하라는것과 같을 것이다
아멜리노통의 진짜 메세지는 희망을 버리고 힘내라는 말도 안되는 말이라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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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을 몹시 좋아하는 나로서는 희극집은 별로 읽지 않음에 있어서도 이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전에 산 시간의 옷 역시도 거의 희극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문이 없었을 뿐이지, 문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으니까.
먼저 이 소설은 그녀답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늙은 교수와 젊은 마리나의 행위가 그렇고, 다니엘이 얽힌 삼각관계도 그렇다.
이럭헤 쓰고보니 마치 지저분한 삼각 치정관계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는 않다.
이 삼각관계에는 가장 중요한 사랑이라는 요소가 빠져있으니까.
마리나는 광적으로 온기에 집착하고, 그 온기를 얻기위해 늙은 교수와의 잠자리를 원한다. 그리고 교수 역시 그런 마리나를 비꼬면서도 관계를 맺는다.
다니엘은 이것을 알고 젊은 남자답게 화를 내지만, 이들 사이엔 어차피 처음부터 질투나 감정이 얽힌 싸움 따위는 없었다.
마리나는 다니엘과 사귀는 사이이지만, 다니엘에게 느끼는 어떠한 감정의 표시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추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만 친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에 교수가 불쏘시개로 사용해버린 '천문대의 무도회'라는 책을 잃고 절망에 광장으로 뛰쳐나가버린 것은 의외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추위에서 그 책으로 희망의 구도를 바꿔버린 것이다.
이 세사람의 파멸을 예고하는 끝을 읽고 나는 잠시 멍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아멜리 답지 않은, 그러나 너무나 아멜리다운 희극 한 편이었다.
그녀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너무나 자기의지가 강하고 극단적인 면을 가졌고, 이 마리나란 여자 역시도 그렇다. 그러나 교수와 관계를 맺거나 그 책 한권이 불탔음으로 인해 자멸을 택한 것은 아멜리의 주인공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어쨌든 굉장히 짧으면서도 인상적인 이 희극 한 편으로 나는 아멜리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항상 작품에서 같은 냄새가 났지만,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아멜리를 좋아한다. 그녀가 가진 성향은 너무나 독특한 것으로, 소설에 그 성향을 이용하기에 재미가 충분하다.
소설을 읽는 것은 아멜리를 읽는 것.
그녀가 무엇이 부족하고 결핍한 인간인지 그녀의 책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한 인간의 그런 부분을 소설 속에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발견이자 기쁨이다.
[인상깊은구절] 교수와 조교는 서로를 겉으로는 존경하는 체 하지만, 실제로는 경멸하는 관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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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드디어 만나봤다. 서너 권 사둔 책 중에서 일단 제일 흥미로워 보이고, 제일 얇은(!) 이 책으로 골라서. 아멜리 노통브의 책도 처음이지만, 희곡도 처음이다. 이렇게 얇은 책도 오랜만. (앨범으로 치자면 싱글 앨범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불쏘시개'로 쓰이는 것이 바로 '책'이니까, '불쏘시개=책'. 책을 불쏘시개로 쓰다니! 상상만 해도 무서운 제목이고 이야기다. 시집간 동생이 집에 다니러 오면 내 방 책장을 휘휘 둘러보다가(뭐 빼갈 거 없나 하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언니, 만약에 집에 불이 났는데, 책을 한 권 밖에 못 가지고 나가게 되면, 무슨 책 가지고 나갈 거야?" 그러면 나는,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김연수 작가 책이지!!"라고 외친다,라고 하면 너무 빤한 대답이 될 거고, 내 대답은 이렇다. "염려 마, 내 팔자에 불 사고 없대."(정말로 작년에 내 관상을 봐주신 분이 그랬다. 차 사고, 불 사고, 물 사고 하나도 없다고. 오예!) 아무튼, 겉으로는 태연한 척 사주팔자 운운하지만, 그런 질문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다. 부, 불이 난다면, 이 책들, 내가 사랑하는 이 책들 어떡하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원통하게 화재가 일어나서 책을 화염에 빼앗긴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책으로 불을 피운다. 때는 한창 전쟁 중이고, 겨울이며, 난로가 굶은 지 오래 되었고, 남자보다 추위를 더 타게 되어 있는 여자가 졸도할 것 같은 추위를 참지 못하고 책을 불태우면 얼마나 따듯할까 생각하게 되므로. 하지만 책을 태우는 것은, 어떤 책을 태울까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무인도에 간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 것입니까?> 난 항상 이런 질문이 좀 어리석다고 생각하네. 말도 안 되기 때문이지. 그러나 그 질문을 거꾸로 한다면, 아주 중요한 질문이 되네. 이를테면 어떤 책이 없애기에 아주 손쉬울까?(26)
이 과정을 거쳐서 서가의 책들은 하나하나 난로의 밥이 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전쟁과 추위에 지친 그들에게 잠깐이나마 온기를 마련해 준다.(책 한 권에 2분 쯤 탈까?) 과문한 나는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이 실제 있는 책인지, 그렇다면 그 책들이 얼마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책인지 알 수가 없어 그들이 책 한 권 한 권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지켜봤다. 하지만 그 대상을 내 책장 속의 책으로 바꾸어 생각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쩐지 마지막 2분의 온기를 위해서 마지막 한 권까지 난로 속으로 던져 넣는 일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마지막 책이 바로 내가 아껴 마지않는 김연수 작가 책이 될테니!)
'어떤 책이 없애기에 아주 손쉬울까'를 고민하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책에 대한 내 마음을 한 번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내 결론은, 문학적으로 또는 역사적으로, 심지어는 금전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느냐에 상관없이, 그저 내 마음에 가장 기쁨을 준 책,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 준 책이 내겐 최고 좋은, 없애기에 손쉬운 순위에서 꼴찌로 밀리는, 무인도에 가져갈 책이 될 거다,였다. |
| 워낙 희곡은 읽는 것을 싫어해서 대학시절동안에도 책 많이 읽는 언니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희곡들은 방구석 저기 어딘가에 쳐박아 놓고는 했었다. 다행히 워낙 작가의 작품에 요즘 심취해 있기도 하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 관심있는 대본 한편 읽는 셈치며 읽어갔다. 역시 처음은 집중이 힘들다. 이렇게 간략한 것임에도... 한장정도 넘기니 상당히 재미있다.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결론도 어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책에 대한 가치를 역설한 책이다. 결국 기나긴 전쟁이라는 혹독한 생활고에서는 그것이 어쩌면 의미없는 것일지는 몰라도 당장 그 관념을 버리고 나면 인간이란 존재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자기 곳간이 차야 비로서 교양을 생각할 수 있다는 말도 있고, 자고로 정신적인 가치란 배가 고플 때 진정으로 빛난다는 여러 경험과 고어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작가는 후자인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도 나는 전자다. 나는 불쏘시개로 책을 사용하고, 처철한 생존의 시간을 버티고 나서 전쟁이 끝나면 다시금 평화속에서 정신문학을 향유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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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등장인물 교수: 50대 남자 다니엘: 30대 남자, 조교 마리나: 20대 여자, 학생
겨울. 전쟁이 일어난 상황이다. 대학의 건물 중 불에 타거나 폭파되어 사용할 수 없는 건물이 몇 있지만, 다행히도 교수의 방은 무사하다. 더구나 교수의 방에는 아직 불쏘시개로 사용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있다. 조교와 교수는 같은 방에서 생활하게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곧 조교의 여자 친구인 마리나도 교수의 방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녀가 지냈던 기숙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진다. 책을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것도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교수는 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교수는 마리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 마리나가 교수의 방으로 옮겨 오기전, 교수는 마리나가 앉았던 의자에 앉는다. 2번씩이나. '추워서 온기를 느끼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라는 변명도 들리지만, 교수는 자신의 방에서는 외투를 입을 수 없다며 추위에 떨고 있던 사람이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교수가 마리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마리나는 교수의 꾀에 넘어간 것일까? 아니다. 마리나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교수를 이용한다. 그의 체온을 빼앗기 위해 그의 몸에 자신을 몸을 붙인다. 전쟁이라는 상황과 겨울. 남자 보다 추위를 더 잘타는 여자라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책을 불에 태운다. 교수는 책을 불 태우길 거부하지만, 결국 불에 태운다. 어는 것을 먼저 불태울 것인가? 이 물음은 무인도에 남게 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갈 것인가와 동일하게 여겨진다. 선택.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남겨 둘 것인가? 가장 어려운 책을 선택하여 시간이 흘러가는 지루함을 이겨낼 것인가. 가장 재미있는 책을 선택하여 외롭지 않게 할 것인가. 교수와,조교. 그녀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그 선택은 책의 주인인 교수에게 있다. 교수는 [천문대의 무도회]를 택한다. 하지만, 그 책 또한 불태워지게 된다.
마리나 오, 그 책은 불태우지 마세요. 제발! 교수 나도 몰라. 마리나, 이건 아름다운 책이지만,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마리나 이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아름다움이에요. 그 책을 읽으며 우리는 전쟁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요.
교수 물론이지. 그녀는 나에게 언제나 이야기했지. 더 이상 책이 없는 날이 오면, 큰 광장으로 산책하러 나갈 거라고. 그게 요즘 유행하는 새로운 자살 방식인 것 같더군. 다니엘 뭐라고요?(그는 그녀 뒤를 쫓아서 무대 뒤로 뛰어나간다.) 교수 (난로 옆에서 온기를 쬐며 비웃고 있다.) 이렇게 멋진 불길을 혼자서만 누리다니! (안도의 한숨) 그 젊은 연인들이 짜증스럽기 시작하는군.(그는 난로 뚜껑을 닫는다.) 그 다음에. 의자를 불태워야 할 것 같군. (그는 느리게 말한다. 마치 불쏘시개를 아끼듯 말도 아낀다는 듯이) 그다음에는 다른 것을 또 태워야겠군. 마침내 정말로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면, 어떤 불쏘시개도 없다면(그는 굉장히 생복해하는 웃음을 지으며 눈을 치켜뜬다.) 나는 광장으로 시체 두 구를 찾으러 나갈 거야. 필요하면 산책을 하러 가야지.
책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등장인물이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책이지만, 그 책이 남아 있지 않을 때 그들은 죽음을 택한다. 책과 죽음. 책이 없는 삶은 죽음과 같다는 것인가. '<지금은 전쟁중이야> 모든것이 죽어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책이 없다면 죽음을 선택하는 의지적인 삶을 택하겠어. 책은 내 삶의 전부를 차지해. '라고 말하며 광장으로 산책을 나가는 교수의 모습이 나타난다.
인류가 종이를 발명하고, 글자를 만들고, 책을 만들고, 인쇄를 하였다. 이제 컴퓨터라는 매체가 책을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책이 없어지리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라디오가 사라지리라는 우려 속에서 여전히 우리가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책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했었는지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겠지.
무인도에 남겨진다면 난 어떤 책을 가지고 갈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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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유명한 아멜리 노통브의 '희곡'이다. 희곡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도 없다. 이 분의 초기작이며 최고의 명명을 자랑하는 [살인자의 건강법]이나 [적의 화장법]의 경우에는 거의 두 사람의 대화로 소설 내용이 이루어지므로 사실 이 대사 그대로 퍼다가 희곡으로 바꾼다고 해도 수정할 부분이 그닥 많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다보니 주인공 3명 등장하는 이 희곡도 그녀의 초기작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곡이라고 두께는 내가 본 이 분 책 중에서 가장 얇다. 정말 얇다. 이 작가의 특징답게 이 책의 내용 또한 또 시니컬하기 그지없다. 전쟁 중이다. 바깥에서는 여기저기 툭하면 폭격에 광장에는 나갔다하면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매일같이 오늘은 어디가 무너지고 오늘은 어디가 폭격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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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땔감이 없이, 오직 책만 존재하고 있다면, 당신은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책을 땔감으로 할 수 있겠는지? 아... 내가 소중히 하는 책들이 불쏘시개로 사용되어 활활 탄다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싸.. 해온다. -.-;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추위가 정말 심해, 목숨까지 위협해 오는 상황이라면, 책이 대수겠는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책 속의 상황이 꼭 그렇다. 밖의 상황은 전쟁이 나서 폭탄이 가격하고, 온 도시는 불에 탄.. 계절은 추운 겨울이다. 전기는 끊기고, 집안에는 불쏘시개를 할 만한 것이라고는 큰 서가에 꽃혀 있는 책들과, 앉아 있는 의자뿐..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인 교수와 그의 조교 다니엘과 다니엘의 여자친구 마리나가 함께 피신해 있다. 유일한 땔감은 바로 책뿐인 상황에서, 추위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라는 것에 이 세사람은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희극으로 이루어진 세 사람의 대화로 진행되는데, 마리나는 교수에게 추위를 견딜수 없다고 책을 불태우자고 말한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추위로 얼어죽거나, 포탄이 날아와 죽는일 뿐이라며.. 이후에라도 포탄이 날아와 책이 불타서 없어질수도 있는데, 뭐하러 책을 추위보다 더 소중히 여기냐며 말이다. 그러나 교수는 우리는 죽으면 그뿐이지만, 책은 영원히 남을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잔다면, 따뜻할 것이라고 유혹하는 교수. 마리나는 추위를 견딜 수 없이, 교수와 함께 잠자리에 들게 되고, 다니엘은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결국 교수도 마리나의 권유에 못이겨, 책을 땔감으로 하나씩 사용하게 되는데, 마지막 남은 책을 땔감으로 사용키 위해, 난로속에 던졌을때, 마리나는 폭격이 빗발치는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자살을 감행한다. 그리고 뒤이어 따라나가는 다니엘.. 책에 대해 모든 좋은 언급을 하며 불쏘시개를 막던 교수가 갑자기 돌변해 마리나를 유혹하는 장면은 좀 의외였다. 그러나.. 역시나 책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안타깝더라는.. ㅜ.ㅜ 오오.. 책들이여..ㅜ.ㅜ
처음 만나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었는데,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이 작가의 책들도 섭렵해야 할듯.. 교수의 엇나간 점이 좀 그랬지만,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우선 아주 아름다운 불꽃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적어도 두시간 동안 온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다음에, 죽는다는 생각에 저는 전혀 아무런 집착도 없을 겁니다. 그래요, 제가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 저를 미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책이 불타기도 전에 누군가 저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p.46)
사람들은 삶에서도 그렇듯이 독서에서도 똑같아. 이기주의적인 데다가 쾌락에 빠져 들고 달라지기가 힘들지. 작가의 몫은 독자의 보잘것없음에 대해서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독자를 받아들이는 거지. 만일 그 작가가 독자를 바꿀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상상한다면, 그렇다면, 낭만적인 바보는 바로 그 작가라네.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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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갖고 있는 책들 중 제일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사리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엄청나게 추운 한 겨울, 몇년째 전쟁은 계속되어 거리는 황폐화되고 도심은 폭도들이 들끓고 난방은 중단된지 오래, 집안엔 오래된 난로 하나, 이제 땔감이라고 남은 건 방안 가득한 책들뿐. 자, 과연 어느 책을 먼저 태울 것인가? 아멜리 노통브의 상상력은 또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튀었다. 책을 불쏘시개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과연 어떤 책이 불쏘시개감이 될만한 책인가를 두고 노교수와 그의 조교, 조교의 여자친구 등 3인이 이야기를 펼친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세 사람의 주장을 담은 희곡 형태의 글. 전쟁이라는 악조건이 인간성을 황폐화시켰음에도 여전히 책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사람들. 애정이라기 보다는 특정 책, 작가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옳을까. 어쨌든 작가 자신이 엄청난 글쓰기광에 독서광이라니, 책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녀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불쏘시개로 취급해야만 하는 상황이 역설적이게도 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그대로 책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열과 에너지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좀더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그녀의 여느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상당히 가볍다. 물론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가벼운 책 속에 무거운 진리가 담겨있으니, 그 걸 찾아내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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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든 아멜리 노통(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권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이 책은 노통의 책 중 최악이다. 많은 분량도 아닌데 잘 읽히지 않아서 참 오랫동안 붙들고 읽었다.
표면적으로 이 책은 희곡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 세사람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고 나름대로 지문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노통의 다른 소설의 묘사를 읽을 때 너무도 쉽게 그려졌던 정경이 이 책의 지문을 읽을 때에는 오히려 그려지지 않는다. 소설인지 희곡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서 차라리 소설의 형식으로 썼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이 글이 희곡의 형식을 가져야할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발상은 참신하다. 무인도에 책 한 권만을 들고 가야 한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가겠느냐는 질문처럼 작가는 우리에게 전쟁 때문에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어떤 책은 태우고 어떤 책은 남겨두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어떤 책이 좀 더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천문대의 무도회"라는 책을 두고 마지막까지 가치가 있다, 없다를 논한다. 결말에서 교수가 결국 그 책마저 불태워버렸을 때 마리나는 삶의 의미를 잃고 산책하러 혹은 자살하러 광장으로 뛰쳐나가고 다니엘은 마리나를 뒤따라 간다.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책 속에서 언급되어 있는 작품들이 실존하는 작품이냐는 문제이다. 책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있는 만큼 독자의 공감을 사기 위해 좀 더 유명하고 범세계적인 고전을 많이 다루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정말 여기 나온 책들이 실존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읽어본 책이 없기 때문에 내용을 떠올리며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도 등장인물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도 없었다.
책의 주제는 어떤 책이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것인가인데 오히려 다른 곳에서 교훈을 얻는다. 마리나는 교수를 징그러운 늙은이로 생각하면서도 너무 추워서 한 순간이라도 따뜻하기 위해 그에게 안긴다. 다니엘은 그 사실을 알고 그 둘을 혐오스러워한다. 마리나는 그 사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교수 또한 마리나가 원하는 일이었으므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정신이나 지식에 대한 문제보다는 몸이나 본능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역시 그것이 인간의 실체일까. 가을만 되면 여자를 바꾸는 다니엘에 대해 마리나가 불안해했던 것은 아닐까. 몸의 추움 혹은 마음의 추움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안길 수 있었던 마리나의 행동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이야기는 그 결말만이 깔끔하다. 노통이 지루한 글을 쓸 때도 있는 건지 번역의 문제인지 문장은 지독히도 머리에 안들어온다. 쉽게 읽히지 않는 걸 보니 안그래도 어려운 단어의 나열을 번역자가 문어체로 번역하곤 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마음에 드는 작가에 대한 전작주의라 이름만 보고도 책을 덥썩 덥썩 잘 구입하는 편인데 가끔은 이런 위험부담도 있음을 새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