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원스레 웃는 작가의 모습에서 뭔가 통쾌한 얘기를 기대하게 된 작품이다. 10개의 단편을 묶은 한 지혜의 단편집이다. 요즘 시대를 반영한 글들이라 그런지 쉽게 읽혔다. 그렇다고 꼭 가볍고 일시적이란 뜻은 아니다. 호출기, 채팅, 월드컵, 자살 동호회 등등 최근의 시대 모습을 소재로 많이 다뤘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단편들이 특이하거나 기발한 상상력 대신 나름대로 사건과 줄거리를 따라간다. 일상과 그에 대한 사고, 잔잔히 그려낸 시각. 그러면서도 소름끼치게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있었다. <호출, 1995=""> 결혼을 앞둔 한 여성이 우연히 발견한 옛 호출기. 그에 얽힌 과거의 일이 현실과 연관성을 지닌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단편. <안녕, 레나=""> 채팅, 인터넷 세상의 한 단면. 일상이 우울하고 재미없는 가운데, 또 다른 세상으로 존재하는 인터넷 세상의 허와 실. <자전거 타는="" 여자=""> 아픈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 딸의 묘한 신경전. <외출> 한 집에 세들어 사는 젊은 여자인 나. 직장도 불안하고 사는 집의 모습도 이상하다. 골목에서 만나는 어린 여자아이의 영악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온 국민을 달뜨게 만든 월드컵. 공연까지도 모두 막을 내리게 한 계기로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나. 한 볼보이가 볼을 던져주지 않은 모습에 대한 단상. 축구가 뭐길래... <이사> 임대주택으로 이사들어가는 나. 정리해고로 회사는 짤리고 룸펜이 되고자 하나, 현실이 허락지 않는다. 머니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비고. <목포행 완행="" 열차=""> 찜질방 안에서 구수한 사투리 입담이 멋지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독백 아닌 독백이 이어지는데, 스토리도 재밌고, 구성 방식도 특이하여 읽는 내내 즐거웠다. <사루비아> 기면증이 있는 나. 아파트 근처 여기 저기에서 방화가 일어난다. "이거요, 선인장이에요." 세상의 잠재적인 폭력도 끔찍하고 끝의 반전이 소름끼친다. <햇빛 밝은=""> 자살 동호 사이트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신문 지상에서 많이 보던 이야기들. E도 자살하고 싶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밝은 햇살 아래에서 교미하는 사마귀가 지나가는 차에 치인 모습을 본다. <한 마을과="" 두="" 가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인생을 어떻게 그리고 어떻게 써 나갈까. 운명인가, 내가 만드는 것인가... 한 지혜의 이 단편집은 이 사회에 은근히 자리잡은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 모습의 폭력, 그 잔인성 등을 무덤덤한 색채로 잘 그려낸 것 같다. 시원스레 웃는 모습과는 달리 깊이가 느껴지는 글들이었다.한>햇빛>사루비아>목포행>이사>왜>외출>자전거>안녕,>호출,> |
| 안녕, 레나. 우연한 기회로 보게된 소설집. 여성스런 표지가 못내 거슬려(난 남자이다) 뻘쭘했는데..호흡이 빨라 쉽고 경쾌하게 읽힌다. 요새 젊은 작가들의 소설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늘 그밥에 그나물인 서점 문학 분야에 가면, 언제부턴가 짜증이 났었다. 근데 거기에 표지처럼, 화사하게 도드라진 책이 <안녕, 레나="">였다. 난 이소설을 읽으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나와 내 친구들을 많이 닮아있다, 생각했다. 이것을 동시대성이라고 하나?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듣고 싶은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것일 게다. 소설속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 지점(시점)에서 나(그리고 우리)를 만난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반면, 화련한 환타지는 이 소설속에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환타지를 지향하지만, 그러하지 못함을,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이 나름의 환타지라 생각하면, 이소설에서 자신만의 환타지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답답하고 지릴멸렬한 삶이 나나 당신이라면, 그래서 환타지를 꿈꾼다면, 같이 살아가고 숨쉬는 <안녕 레나="">의 캐릭터들과 마주해보시라. 안녕>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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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단편집은 유난히 챙겨 읽고 있는 와중에
''안녕, 레나''가 눈에 들어왔다.
안녕, 레나
사이버 상에서의 만남이 주는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
블로그를 하고 있는 내가 겹쳐지면서
다짐 하나를 하게 된다.
절대!!!거짓글 쓰지 말것!!!
자전거타는 여자
식물인간 아버지의 죽음으로 드디어 일상의
평화를 되찾은 모녀..
어머니는 언제 자전거를 배운걸까...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완전공감하면 읽었다.
운동이라면 걷기빼고는 도통 좋아지내지 않으며
스포츠와는 담쌓고 지내는 나에게 월드컵은
채널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고정채널이 되어버린
고장난 바보상자였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대도 항상 똑같은 장면이 반복재생되던 때였다.
축구를 보지 않으면 다들 --^이런 표정들을 지었었다.
집단최면이라도 걸린듯 축구를 이야기 할때
어디선가는 연극을 하고, 음악회를 하고......했을까???
단편들에서 오는 호흡은 짧다...하지만 여운은 길게 남는다.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처럼...
안녕, 레나를 단편집중 가장 먼저 읽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에 별 다섯개를 주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익명으로 떠도는 젊은 영혼들. 부재하는 모든 존재들, 안녕 |
| “적어도 한 세기 안에는 이 땅에서 이만한 축제가 또 벌어질까 싶은 그런 거대한 축제라는데 그 축제에 반하는 소수의 존재 방식은 반역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소수를 껴안을 수 없는, 다독여 안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소수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 축제도 축제일 수 있을까.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춤을 추어야 마음이 놓인다면 그건 더 이상 축제가 아니라 메스게임일 뿐이다.” 2002년도 월드컵. 대단한 축제인양 수업도 빼먹고, 친구들과 몰려가 광화문에서 그 따가운 태양 볕을 견뎌가며 응원을 했었다. 축구에 대한 큰 관심도 없고, 축구의 룰조차도 잘 모르던 그런 우리들은 단지 붐이었던 그 응원문화를 따르지 않는다면 왠지 뒤쳐지는 듯한 불안감을 벗고자하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었다. 함께 동화되지 않으면 소외되어버리고 마는.. 그 소외감을 벗어던지고 싶었던 우리는 오히려 더 화려하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만 했다. 마치 그 축제에 동참하지 않으면 반역자가 된다고 생각하듯이.. 『안녕, 레나』에 수록되어 있는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에서는 이런 우리의 맹목적인 열정이 오버랩 되어 나타났다. 다른 일들은 모두 멈춰진 상태로 단지 축구만이 숨쉬고 있다는 듯이 축구에만 열광적인 사람들, 연신 월드컵 관련 기사만을 내놓는 매스미디어. 이런 시점에 연극 공연을 강행한 주인공 나는 결국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의 축제를 떠나 모든 이들의 축제에 동참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볼보이 소년. 터치라인과 광고판 사이에 떨어진 공을 던져주지 않았던 그 소년. 비난 속에서도 굳건하게 규정을 지켰던 그 소년을.. 왜 그런 지독한 비난 속에서도 규정이라는 것을 깨지 못했을까? 오히려 규정 따위보다 융통성이 우선 시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주인공이 되어 같은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진정한 열정이 배제되어버린 축제에서 우리가 진짜 추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소외되어버린다는 두려움이 앞서 그 대열에 낀 채로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단지 그 속에서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함께하고 있다는 한숨으로 나를 위로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진정 중요한 것을 잊은 채, 대중의 행렬에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볼 보이 소년의 행동을 무조건 적으로 비난하는 우리들이 되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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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작가의 첫작품집이다(2004년작).
소설적인 면모를 잃지않으면서도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야기들, 너무 진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필치는 조금은 수월한 마음으로, 그러나 진지함을 잃지않게 책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일단 한 번 읽어본 소감은 뭔가 지나온 이정표와 같은 느낌. 무언가를 지향하고 뻗어나가는 것보다 한 곳에 뿌리박고 서서 이곳이(그곳이) 어디인가를 알려주는 표지판같은.
1. 호출
(이야기에 삐삐가 등장해서 마음속으로 헉(!)했다.)
지난 1995년의 자신의 삐삐번호와 그것에 얽혀 남아있는 추억의 물건. 호기심에 과거의 삐삐번호를 쳐보고 맞이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그 모든 것이 지난 (허망한)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2. 안녕, 레나
(푸른 모니터에 채팅이라는 말에 또다시 헉(!)했다.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 시대의 VT모드 채팅이야기)
주인공은 비서다. 커피심부름과 서류복사와 팩스전송이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당시 채팅이 처음 등장했을 때 열광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녀 또한 고정된 일상에서의 탈출이 채팅에 빠져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 통신에서 가장 친해진 ''레나''는 나중에 알고보니 존재하지 않는 허상.
''레나''라는 허상을 만들어 낸 ''숲''은 결국 ''레나''의 죽음을 고하고, 주인공 또한 그 모든 허상들에 결별을 고한다.
3. 자전거 타는 여자
(예전에 비평과 전망7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 누군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읽었었는데 이 책을 보고서야 이게 한지혜의 작품이란 것을 알아버린....;;;)
주인공은 일곱살 때 옆집 노인들의 죽음을 보고 구토를 한다. 주인공은 무의식중에 죽음을 더럽고 추한 것으로 인식해버린 것인지 이후에도 누군가의 부고소식을 들으면 역류하는 위액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글의 말미에서 그녀는 자신이 과연 ''죽음''에 대해 그렇게 반응했던 것인지 스스로 의심한다. 죽어버린 아버지 앞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자신의 어머니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고 구토를 해버린 이유때문에.
그녀는 죽음이 아니라 늙음의 추함을 더럽다고 느꼈다.
4. 외출
일할 곳 없는 젊음.
그녀는 자신의 허세를 좀더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고 그런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게 된다. 그리고 슬기를 보고 그 모습이 자신과 똑같음에 슬기의 따귀를 때리고 화를 낸다.
''너, 니가 사람들을 멋지게 속이는 거 같지? 웃기지 마. 니가 속는 거야, 알아? 바보, 멈충이, 천치.''
이후 그녀는 이런저런 상상속에 집안에서 세월을 보내다가 문득 다시 슬기를 생각한다.
''다른 것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5.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
대한민국은 과연 축구를 사랑했는가?
다수에 의한 소수의 피해. 규칙의 무시. 규칙을 지킨 자에게 퍼부어지는 야유.
광기의 폐해는 무시될 것이다. 되살아날 광기는 또다시 그 스스로를 정당화 시킬 것이다.
6. 이사
분노의 거세.
회사에서 바른 말을 하면 잘리고, (윗사람이)듣기 좋은 바른말을 하면 보장된다.
투쟁의 화신같던 어머니는 늙음을 핑계로 타협한다. 그는 젊음에도 자신이 져야할 책임으로부터 도피한다.
결국 그는 떠밀려 가장의 책임을 지게되고 어느 회사에 취직하여 자신의 급여와 과거 직업지도관이 자신에게 해준 말을 생각하며 지도관이 옳았음을 놀라워한다.
결국 세상은 주인공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무척 많음을 말하고 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가장 힘없고 평범한 자들이 지게 된다.
7. 목포행 완행열차
모질게 모질게 고생스럽게 서럽게 세상을 살아왔으면서도, 그 고통들을 저리 자랑하듯 줄줄 늘어놓는 것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죽음이 두렵기 때문일까?
누가 행복할까?
모진 삶을 이어가는 그녀와 죽음을 마주하는 그녀중에.
8. 사루비아
당한 자들의 상처는, 곪기전에 보듬어주어야 하는 것을.
9.햇빛 밝은
그곳에 모인 자들은 결국 모두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N의 자살시도는 자살시도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었고, R은 누군가 개입했다는 언급도 없는데 수없는 자살시도를 했다고 하며 그 모든것이 실패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한걸음은 보류한체 그 앞에서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C는 허풍을 떨며 총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시시해서 죽지 못하겠다고 하며 늙은 L은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서워했으면서 외로워서 죽지 못했다고한다. P는 마음의 상처로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들 세상에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한다. 그 고통에 죽음을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같이''라고 말하며 모두 합의하지만 과연......
E는 길가던 중 사마귀의 교미장면을 본다. 자동차가 달려오고 사마귀들은 죽을 운명에 처하지만 E는 그냥 내버려둔다. 그 죽음은 사마귀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10. 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의 어느부분을 연상시키는 이 부분을 읽고 나는 작가가 윤회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척 여운이 남는 글. [인상깊은구절] 이야기를 만들려면 마음이 필요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