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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이후 그리고 서정주 이후 즐겨 외어 낭송할 수 있는 시를 갖고 있나요? 꿈이런듯 홀연히 왔다가 사라져 갈 세상에서 내 마음을 도려낸듯 절절히 사무치는 명문장이나 시귀를 몇 갖지 못했다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키이츠나 예이츠를 사랑하나요? 나는 인생에 가시밭길에 엎어져 피흘리노라 하고 노래한. I fell upon the thorns of life and I bleeed.... 프로스트를 사랑하나요? 영국인 환자의 저자이기도 한 마이클 온다찌(Michael Ondatjee)의 cinnamon peeler를 들어보셨나요?
If I were a cinnamon peeler
I will ride on your bed
and sprinkle the yellow bark dust on your pillow.
your breast and shoulders will reek
you will be known among stangers as a cinnamon peeler's wife.
...
What good is it to be left without a smell,
as if not spoken to in the act of love
as if wounded wothout a pleasure of scar 하는.
"당신이 삶의 기미를 아신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하는 정현정의 시귀를 사랑하나요? 삶의 기미를 알 듯한 경험, 눈 멀듯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본다는 것은 아픔, 본다는 것은 영혼의 출혈이었다"고 쓰는 송춘섭이라는 작가와 조우한 적 있나요? "신이나 삼아줄 걸 아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 부질 없는 머리털 엮어 바치고픈 날이 있었나요? 목월의 "뭐라카노 니 머라카노. 인연은 이승을 건너는 바람.... 머라카노 머라카노"에 목이 멘 적 있나요?
이 중의 하나에라도 고개 끄덕이신다면 당신은 운초 시인을 사랑할 것입니다.
연줄 멕일 사금파리 찧고 빻은 가루별이
서둘다 발이 걸려 하늘에 쏟은 별이
한데잠 머리우에도 사금파리 빛나던 별이
가난한 지붕머리 지켜주는 밤이 있어서
별사이를 누비며 날으는 꿈이 있어서
눈물 속 하늘에 뜨는 행복이 있어서...
한데잠이 무어냐구요? 신경숙의 뛰어난 소설, 외딴방을 읽어 보세요. 나무 가지 높은 곳에 모여 밤하늘의 별을 우러르며 잠든 새의 무리... 바깥에서 잠자는 노숙을 뜻하지요.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한여름 밤 삼베이불 들고 한데잠 자 본 적 있을 거예요/
그 때 밤하늘에서 쏟아질 듯 하듯 별무리를 본 기억나요?
현대에 왠 시조냐구요? 현대에 왠 사랑이냐는 말이나 마찬가지지요? 사랑 대신 거래에만 관심있는 분은 읽지 마세요. 짜증날 테니까. 사랑에 막 빠지려거나 막 벗어난 분들은 외고 싶을 터이지요. 운초 시인의 맑은 시들... [인상깊은구절] 밤내 도란거리던 여울소리 스며들어 그리움 어룽져 앉은 나의 좁은 골목에도 어리는 그대 목소리 밤을 젖는 물소리 갈앉은 물속 같이는 못배기는 마음 바닥 얼마나 닳아 잊히랴 굴러온 자갈 한 알 감으면 그대 목소리 뒤안에 숨어 우는 꽃잎 쪄 흩으며 발길 돌린 머언 사람 가슴 속 깊은 골짜기 샘하나 파다가 두어 철마다 끊이지 않고 하던 말을 되뇌인다. 가다간 잊고 지내듯 물소리 끊기어도 잠못 이루는 밤은 베개밑에 스며들어 못다푼 실꾸리 푸는 여울 소리.... 내 소리.... (물소리) 봄 끓는 향기 끓는 난장진 꽃밭에는 못 견디는 눈빛을 한 떼 홀아비 호랑나비 뻐꾸기 타는 울음에 목이 잠긴 보릿 고개... (보리누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