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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 제임스 배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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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라는 그리고리 소콜로프는 건반 터치 1mm의 차이에도 민감해서 3년 이내에 제작된 스타인웨이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한때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분해해서 비행기에 싣고 가 직접 재조립할 정도로 소리의 일관성과 완벽함을 추구했다. 지나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직 피아니스트를 제외한 모든 악기 연주자가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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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라는 그리고리 소콜로프는 건반 터치 1mm의 차이에도 민감해서 3년 이내에 제작된 스타인웨이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한때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분해해서 비행기에 싣고 가 직접 재조립할 정도로 소리의 일관성과 완벽함을 추구했다. 지나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직 피아니스트를 제외한 모든 악기 연주자가 스스로 자신의 악기를 조율한다. 그러니 피아니스트야말로 피아노의 매커니즘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이 깐깐한 피아니스트들의 방식에도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의 공연 영상을 보면 그들이 항상 연주하는 커다랗고 까만 피아노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피아노에는 금빛으로 ‘STEINWAY&SONS’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세계적으로 피아노 브랜드가 몇 개는 될 텐데 왜 다들 저것만 사용할까, 정말 STEINWAY 피아노는 소리가 남다를까 궁금했다. (쇼팽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선택한 피아노 역시 스타인웨이였다.)

스타인웨이의 창시자인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는 원래 독일에서 피아노를 만들던 사람으로, 미국에 건너온 후 ‘슈타인베크’를 미국식 이름 ‘스타인웨이’로 바꾸었다. 스타인웨이는 세 아들을 비롯한 온 가족이 사업에 관여하는 가족회사였고 특히 아들 윌리엄 스타인웨이의 뛰어난 사업 수완에 힘입어 회사는 점차 확장되었다. 스타인웨이 사가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몇몇 방식을 살펴보면 그들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스타인웨이는 대량 생산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 작업을 서두르게 하는 종전의 성과급제 대신 근무시간에 따른 시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공정상 허용 오차 범위를 플러스마이너스 0.07mm까지 잡아낼 정도로 사양 관리가 까다로우며 하도급 외부 업체를 거꾸로 매입해 회사 내부로 끌어들임으로써 피아노 공정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통제한다. 한 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나면 ‘왜 스타인웨이여야 하는지’ 납득이 간다.

-“스피드가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나무를 가지고 하는 일이잖습니까. 서두르다 보면 두 달 후에 나무가 비틀리거나 휘는 일이 생기고 말거든요. 그때 가서 ‘왜 이렇게 됐을까?’하고 자문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p.112)

자동차나 냉장고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아마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럴 테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피아노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흥미로운 점은 피아노의 외관 뿐만 아니라 스타인웨이 사가 피아노를 만드는 공정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인웨이에는 여전히 숙련된 사람의 손길이 구석구석 필요하다. 단풍나무 목재를 골라 운반하는 사람, 림을 구부리는 사람, 암을 자르는 사람, 버팀대를 세우는 사람, 래커를 칠하는 사람, 공명판을 제작하는 사람 등등 이 책은 스타인웨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쩐지 <다큐3일-스타인웨이 공장편>을 글로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무를 보고 피아노를 상상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어요.” (p.339)

막상 스타인웨이를 만드는 기술자들은 클래식에 조예가 깊거나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선망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들 중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데, 특출난 음악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이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맡아야 할 몫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최고의 피아노를 만드는 데에 기여한다는 게 내게는 좀 묘하게 느껴져서 자꾸만 이 지점을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정성 속에 탄생한 한 대의 스타인웨이는 마치 사람처럼, 나름의 일생을 살아간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공정 과정에서 K0802와 같은 첫 번째 이름을 부여 받고, 완성되는 순간 No.565700 같은 여섯 자리의 일련 번호를 두 번째 이름으로 불리며, 그 중에서도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는 CD-60처럼 세 번째 이름을 얻는다. 콘서트에서 사용되는 대여용 피아노는 보통 5~6년 정도 일선에서 복무(?)한 뒤 은퇴하는데, 그때 콘서트 그랜드로서의 번호를 떼어버리고 다시 여섯 자리의 일련번호로 되돌아간다. 떼어버린 콘서트 그랜드피아노 번호는 또 다른 피아노에게 물려준다.

-여덟 살이면 열심히 일한 피아노로서는 고령이다. 밤이면 밤마다 피아니스트가 사정없이 두들겨대고, 무대 직원들의 손에 의해 이곳저곳으로 옮겨지다가...(중략)...주행거리 15만 킬로미터를 주파한 자동차에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듯이, 피아노의 경우 8년이 그 분기점이 된다. (p.389)



j********t 2020.11.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