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대!!! 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뜨거움과 나른함, 탐닉!!! 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집요함과 강렬함~~~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 내 시선을 붙잡은 열대 탐닉! 책을 붙잡은 순간 끝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의 배경이 된 나라이름도 모른 채, 작가 이름도 모른 채 읽기 시작한, 무작정 읽으며 빠져버린, 그리고 그 늪에서 허우적거린... 항상 바쁘다 소리를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뱉으며 사는 일상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마치 다른 행성에서 사는 사람들같은, 정말 여기가 같은 지구인가 싶게 사고방식까지 완전히 다른... 그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 좀 늦으면 어떻고, 좀 손해보면 어때? 너무 아등바등 사는 현대인의 삶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같은 열대의 나른하고 게으르며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아니 시간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은 꿈같은 삶이며, 돈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은 외계의 삶같은... 작가의 캄보디아 6년의 삶 속에 너무 빠져버려서, 머리 속이 멍하니 텅 빈 것 같다. 그래, 좀 텅 비면 어때? 가끔은 그럴 때도 있어야 인간답게 사는 거지... 작가가 그렇게 답해 줄 것 같다.
|
|
『열대탐닉』 신이현 / 이야기가 있는집 열대의 묘한 향기와 열기가 느껴지는듯
젊었을 때의 여행, 식도락 여행, 고생을 사서 하는 여행, 풍족한 휴식을 떠나기 위한 여행. 그 어떤 것이라도 '참 여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으로서 가장 해보고 싶은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다. 여태껏 내가 한, 새로운 곳을 보고 만나는 여행은 늘 익숙한 사람과 함께였기에 거리감이나 두근거리는 설렘보다는, 친숙하고 편안한 여행을 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여행을 꼭 해보고 싶기도 하다. 낯을 퍽 가리는 성격상 내게는 큰 도전이 필요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행 동안 소중한 벗이나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은 부럽다. 외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는 않지만 어색한 몸짓으로 소통하고, 낯설지만 따뜻한 미소와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 여행', 언젠가는 가능할까?
『열대탐닉』을 읽으니, 그 바람이 더욱 짙어진다. 무덥고 끈적끈적하고 늘어진 캄보디아의 열기를 듬뿍 담아온 여행 에세이. 여행 에세이라면 뭔가 특별하고 외진 곳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 같지만 이 책의 시작과 끝은 '호텔 수영장'이다. 뭔가, 여행보다는 관광에 가까운 장소지만, '사람'에 대해서 관찰하기 위해서라면, 이곳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뿜어낼 장소이기도 하다. 신이현 작가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열대에 탐닉한 다섯 인물에 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자 신이현은 전해준다.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먼지 냄새와 땀 냄새, 묘한 열기와 향기가 섞여있던 열대에 제대로 젖어 있던 그들의 기분을, 그때의 감성을. 전해지는 글들은, 멀리 떨어진 나도 무르익은 분위기에 푹 빠져들 만큼 속삭이고 또 속삭인다. - 어찌 다들 이렇게 아름답게 얘기할 수 있는지, 저자가 혹 열대의 감성에 젖어 그들의 말을 무척이나 아름답게 변형시킨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
그러나 이 책의 특별함은 끝나지 않았으니, 열대의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 풍겨오던 향기의 과일, 갈증을 풀어주던 과일들에 그 사람들을 빗댄다. 시시껄렁하고 낙천적이었으며 누구보다도 그곳을 탐닉했던 '잭 프루트', 몽롱한 망고의 향을 풍겼던 자유로운 '망고 아저씨', 로맨틱한지 과하게 자유분방한 건지 남다른 비밀이 있었던 '두리안', 늘 미소를 짓고 있었던 '불꽃씨', 마지막으로 파파야에 비유했던 저자 신이현의 이야기까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열대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상야릇한 과일들을 먹으면서 이상야릇한 생각을 했다고.” 『열대탐닉』은 그 곳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들여놓았다.
Copyright ⓒ 2014. by Rinny. All Rights Reserved.
|
|
예전에 나의 삶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무슨 색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더랬다. 결국 나만의 색깔을 찾지 못한채 나이만 먹었지만, 이제 또 다른 고민을 해본다. 나의 삶을 과일로 표현한다면 어떤 과일일까 하고. 열대 과일일까, 아니면 늘 먹는 흔하디 흔한 과일 중 하나일까. 그렇게 생각이 미치다 보니 인생 참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생각하고 행동하고 언젠가 만났던 사람들과 어쩌면 놓치고 살고 있을지 모를 많은 기회와 인연들로 나의 삶이 색깔을 띠고, 맛을 낼 수 있다니. 나를 닮은 과일은 무엇일까,는 여전히 나의 숙제로 남겨두고, 다섯 가지 열대 과일들의 인생을 만났다. 그 달콤하고 새콤하고 밍밍하고 짭짜름한 열대과일의 특별함 속으로.
열대의 나라 캄보디아에서 열대를 탐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과일들의 다양한 모양, 색깔, 맛, 향기에 맞게 그럴듯하게 열대에 녹아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생을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신이현 작가를 만나 <열대탐닉>이라는 책으로 완성됐다. 열대라는 한정된 공간 속 이야기라니,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만 환경에 의해 철저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다. 다양한 색깔들 만큼이나 다양한 맛을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잭프루트, 망고, 두리안, 불꽃씨(용과), 파파야까지 다섯 가지 열대과일이 주는 독특한 맛과 향기가 각자의 인생과 버무러져 독특하고 맛깔나는 삶을 풀어낸다. 엘리트 청년이었던 잭, 게으름에는 천재적인 망고 아저씨, 아주 먼 곳에서 백 년은 걸어 온 것 같은 불꽃씨를 닮은 남자, 스무 살 어린 미남을 남편으로 둔 미미와 그녀를 부러워하는 작가 자신까지 책 속 인물들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뜨겁고 평화로운 열대 속이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왠지 끼어들고 싶게끔 하는 인생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오지랖을 자극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건 네 인생! 나와는 아무 상관 없단다! 하고 단호해지게 하는 사람까지. 우리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삶을 산다는 것은 어찌됐든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이고, 기쁜 일이든 슬픈일이든 들어줄 사람이 있어 우리 인생이 맛있게 요리되는 건지도 모른다. 맞장구도 쳐 주면서. 서로의 친구가 되어 주면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맛보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짜릿함이었다. 열대라는 특색이 주는 환경 속에 녹아든 삶의 이야기. 언젠가 한 번쯤 갈 수는 있겠으나, 평생 살 수는 없을 것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 비로소 그곳에서의 삶이 어떤 맛일지에 대한 갈증이 해갈되고도 남는다.
저자는 눈으로 보이는 삶의 허상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상 사이에서 참삶의 의미를 경험하고 느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캄보디아, 현지인이 아닌 열대로 흘러들어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삶의 실상에 대해 얘기한다. 실상은 열대과일을 직접 입에 넣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로는 그 맛을 다 표현이 안되는 달콤함과 짜릿함이라는 거. 겉보기엔 끌리지 않지만 껍질을 벗기고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맛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그 삶의 진득한 밀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잔다고 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남들이 보기엔 바보같아 보일지라도 아름다운 인생이 될 수 있다는 거. 그저 놀고 먹고 마시고만 하는 것 같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실상은 우리 삶도 그래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우리 인생에 한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기의 마지막 비가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었다. 어디선가 도마뱀이 울자 빗방울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마술의 세상이었다.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공기를 흠뻑 빨아들여야 했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나는 알게 될 것이다. 내 인생에 또다시 짧고 아름다운 한순간이 사라졌다는 것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다양한 열대과일의 종류도,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열대에 사는 것이 어떤 생활인지 전혀 몰랐을텐데, 졸지에 그 열대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건 아마 작가가 보는 필터를 통해 약간은 굴절된 모습의 열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번쯤은 그 열대의 매력에 푹 빠져 아무것도 안하고 열대 과일을 먹으며 열대병에 걸린 내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참 삶에 많이도 찌들었구나 싶다. 답답한 삶의 허상에 소외된 채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삶에서 열대의 상징이 주는 이상야릇한 상상을 하며 술술 굴러갈 것만 같은 저자의 간결한 문체 속에서 참 많이 웃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살면서 1년 내내 여름인 나라를 떠올리며 그 열대의 기운에 빠져 이상야릇한 기분에 빠져들기 참 좋은 책. 사람들을 이렇게도 맛깔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 인생에 어딘지 부족한 새콤 달콤 짭짜름한 맛을 첨가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열대과일이 선물로 들어온 적이 있는데 애꿎은 과일들을 보며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경험이 있다. 열심히 먹어보려 했으나 당최 구미에 당기지도 않았을뿐더러 전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그 열대 과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그 나라에서 평생을 어떻게 살까,를 이해하는 것만큼 나에겐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열대속으로 걸어들어가 그 곳에서 나름의 인생을 완성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참 삶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결국 이런 저런 삶의 모습들이 우리 삶속을 조금씩 파고들며 좀 더 색다른 삶을 꿈꾸게 하는 촉매가 되기도 하니까.
'뭐 이 정도면 제대로 살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 여기서 끝, 더 이상 아무 말도 마세요.' |
|
![]()
얼음이 출렁거리고 유리잔에는 물방울이 툭툭 흘러내리는 맥주를 마시는 순간, 나는 인생에서 누려야 하는 것이 압축적으로 내 입안으로 흘러들고 있음을 느꼈다. -본문 중에서
책을 읽다보면 짧은 문장에 반해 책에 푹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위에 옮긴 글이 그랬다.
여행 에세이가 아니에요, 라는 말을 들으며 건네받은 '열대탐닉' 그 분의 말처럼 이 책은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과 에세이 혹은 허구적인 산문에 걸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상야릇한 열대과일을 먹으며 이상야릇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청년 잭프루트의 경우, 시시껄렁하고 뒤죽박죽인 열대의 나날들
이 책을 읽고 있는 내내 화려하지도 누추하지도 않은 호텔의 야외 수영장 의자에 반쯤 누워 수영하는 사람들을 쳐다보거나, 책을 보거나, 졸리지 않지만 꼭 잠을 자야만 하는 사람처럼 낮잠을 청하고 있거나, 하염없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내가 상상된다. 그러고 싶다고 열망하는게 아니라 마치 내가 그 자리에 그러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러다 어슬렁 수영장을 걸어나와 허술한 파라솔이 쳐져있고, 조잡한 조미료통이 늘어져있는 어느 식당 탁자에 앉아 국수 한그릇을 주문하고, 그다지 깨끗해 보이지 않는 그릇에 면을 담고 육수를 붓고 역시 깨끗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고명을 얹어 내 앞에 그릇을 놓아주는 늙어보이지만 젊을 여자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의 이상야릇한 기운이 나한테까지 전해지는 걸까.
더위는 무지막지했고 사람들은 파라솔 아래 축 늘어져 있었다. 그들은 과거와의 연을 끊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런 것들이야 어찌되든 말든 지금은 누워 있을 테니까 상관 말아 줘, 그런 태도들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비슷한 포즈로 늘어져 서로를 보았다. 나는 그들을 보았고 그들도 나를 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벗은 몸을 속속들이 알았다. 처지거나 울룩불룩하거나 점들이 가득 박혔거나 수술한 칼자국이 난 몸매들, 어디선가 피곤한 인생을 산 사람들이 분명했다. 늘어져 누워 피우는 게으름은 전염성이 강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강한 햇빛을 받으며 걸어와 작은 파라솔 그늘 아래 놓인 의자에 눕는 순간 어떤 쾌락이 왔다. 아무 생각도 없는 순간, 그저 누워 눈을 감는 순간에만 찾아오는 쾌감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뭉클한 감동이 몰려왔다. 인간이라면 이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 늘어진 나를 보고 그들 또한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