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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와 상징, 숱한 욕망과 관계의 어긋남들을 치열하고 감각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어둠과 혹한으로 뒤덮인 밤의 하늘 밑에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점 하나로" 서 있는 '나'가 찾은 하나의 가치(「국자 이야기」), "스스로 움직여서 다른 것을 움직이게 하는 물처럼 그녀에게 고요히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는 남자(「100마일 걷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있고 중요한 건 그 틈을 없애는 게 아니라 지켜나가는 것이라면…… 여자와 자신 사이의 틈을 안개가 대신 채워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남자(「좁은 문」) 등 우연히 만나고 어긋나고 헤어지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혹은 간절히 다시 만나기를 원하는 '그'와 '그녀' 들이 등장하여 삶의 가치, 관계의 단절, 그리고 소통을 이야기한다.
자전 소설의 성격을 띠는 작품들에서는 작가가 끊임없이 천착하고 있는 가족의 '기원'과 그것의 실체, 그 속의 '나'를 파고든다. 꼼꼼한 구성과 느림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문체가 작가의 소설 세계를 감싼다.
「돌의 꽃」의 한 구절처럼 "누가 나 대신 조금만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조경란의 소설을 읽는다. 단절과 결락감을 이야기하지만 그 깊은 내부를 들여다보면 교감과 소통을 희망하는 조경란의 소설에서 나는 비로소 내게서 조금 물러선 채 '나'를 읽는다. [인상깊은구절]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전혀 알 수 없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분명하게 그 형상을 알 수 있는 점묘화처럼 나는 지금까지의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기를 차츰 바랐던 것입니다. 제목이 없으면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그림처럼 어쩌면 내 삶에 관한 하나의 제목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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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작가나 책은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요즘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혀'를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조경란이라는 소설가의 이름이 낯익은데도 나는 왜 그녀의 책을 선뜻 선택하지 못했을까. '나의 자주빛 소파' 나, '불란서 안경원'등 기존의 작품을 기억하고 있는데 직접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혀'를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국자 이야기'는 그렇게 이름만 기억되는 그녀의 작품이 되었을지 모른다.
작가 자신과 가족의 일상이 아닐까 의심하게 하는 '나는 봉천동에 산다'는 봉천동 일대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그 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된 아버지와 나를 중심으로 하루 하루 그저 그런 날들을 이야기한다. 그 과정에서 나와 아버지는 무척 다른 사람처럼 보여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봉천동이라는 공간의 모든 것에 애정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또한 '난 정말 기린이라니까'로 연결되어 화자는 역시나 글을 쓰는 작가이고 아버지는 여전하게 구직광고를 내고 사람들에게 소외당하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 안에서 아버지와 나는 함께라는 공존을 바라본다. |
| 조경란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재가 기발하고 조금 엽기적인 내용도 그녀의 손을 빌리면 아주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된다는 점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그녀의 글쓰기의 특징은 그녀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잘 나타나는데 자신의 고향을 다룬 [나는 봉천동에 산다]나, [잘 자요 엄마]같은 자전적 소설에서 더 잘 볼 수 있다. 토속적인 취향이 짙은 일부 남자 작가나 지극히 트렌디 성향이 짙은 일부 신세대 작가와 차별화 되는 조경란 표 고향 이야기는 아스팔트 킨트면서도 대도시 아이들의 삶과 차별화되어,역사적,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를 거친 6,70년대 서울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독신이면서도 부모와의 거리를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관찰자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끈질기게 집중하며 그려낸 소설 속 부모님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기존의 그녀의 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자전적 요소가 많이 들어간 이번 작품집은 그동안 그녀가 노력해왔던 많은 부분들과 함께 사생활 부분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