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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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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도 바로 쓰기가 어렵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이 책을 볼까 말까 하다가 보았는데, 제목을 보고 생각한 것과 달랐다. 첫번째만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고 다음 것, 다음 것을 봐도 아니었다. 판타지 같은 제목인데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환상이 없는 건 아니다. 판타지는 아니지만 배경은 한국뿐 아니라 호주, 인도, 런던, 이탈리아다. 마지막 <시튀스테쿰>은 어딘지 모르겠
"여러가지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 내용보기

책을 읽어도 바로 쓰기가 어렵다. 이런 말로 시작하다니. 이 책을 볼까 말까 하다가 보았는데, 제목을 보고 생각한 것과 달랐다. 첫번째만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고 다음 것, 다음 것을 봐도 아니었다. 판타지 같은 제목인데 그건 아니다. 그렇다고 환상이 없는 건 아니다. 판타지는 아니지만 배경은 한국뿐 아니라 호주, 인도, 런던, 이탈리아다. 마지막 <시튀스테쿰>은 어딘지 모르겠다. 수도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느 나라일까. 배경을 다른 나라로 한 건, 작가가 그 나라에 가 본 적이 있어설까. 첫번째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들려준 거라 했다.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쓰다니. <붕대를 한 남자>는 1분 동안 뛴 걸 아쉬워하는 걸까. 손님이 자동차 정비소에 맡긴 차가 터지고 불이 났다. 남자 몸에 불이 붙고 남자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물웅덩이로 뛰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녹아내리고 손은 쓸 수 없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모든 것을 잃었다.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남자는 이제 차가 고장나면 보험회사 사람을 불러야 한다. 살아남은 게 더 괴로울지 모르겠지만, 혼자 어딘가에 다닐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떠나는 것이라 하니, 여기에는 그런 이야기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 작가가 한 말이기도 하다. <노 프라블럼>에서 아룬은 친구가 죽고 어디로 가기로 한 것 같은데, 그곳은 어딜까. 어쩌면 어딘가로 가는 게 아니고 늘 다니던 곳에 가지 않기로 한 건지도. <내기>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아들과 산에 갔다 오는 이야기다. 마지막 여행이구나. 아들은 자신이 바라는 걸 들어주려고 아버지가 늘 내기에서 졌다는 걸 깨닫는다. 이번에도 아버지가 하지 않아야 하는 말을 해서 내기에서 졌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바라는 일을 들어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좀 슬프지만 이런 일 겪는 아이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퍼 컷>은 내키지 않지만 떠나서 조금 신기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다. 아이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런 사람 만나지 못했겠지. 본래는 여름방학 동안 엄마와 유럽을 다니기로 했는데 엄마가 허리를 삐끗해서 혼자 떠났다. 아이가 만난 사람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말을 못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나눈 사람이다. 이거 보니 나도 글로 써서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좀더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게 좋아도 상대는 답답하게 여길까.

지금 사는 곳이 좋지 않아 떠나고 싶은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서는 혼자 동물원에 다니는 아이가 그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 클로이 집에 따라갔다가 따듯한 수프를 먹고 집으로 돌아간다. 클로이는 아더한테 그것을 여행이라 한다. 아더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 아더는 그러지 못했지만 다른 아이가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이나 동물이 마음 편하게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있겠지. 클로이 집은 그런 곳이다. <필름>에서는 어항속 금붕어만 찍던 여학생이 다른 곳에서 찍은 필름을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다. 어항속 금붕어는 그곳을 떠나 넓은 바다로 떠났다는 뜻일까. <무대륙의 소년>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건 고양이다. 그것을 마지막에야 알았다. 안젤로는 어느 나라 난민인가 싶기도 하다. 고양이가 안젤로를 살린 건지도 모르겠다. <시튀스테쿰>은 알 수 없는 말이구나. 시튀스테쿰은 에밀과 루이엘이 쓰는 암호로 뜻은 ‘너에게 힘이 깃들기를’이다. 에밀과 루이엘은 수도원에서 하면 안 되는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에밀이 그림을 그리면 루이엘이 망을 보고 루이엘이 노래를 하면 에밀이 망을 보았다. 어느 날 에밀은 스케치북을 원장한테 들키고 앞으로는 그림을 그리지 마라는 말을 듣는다. 에밀은 그림 그리는 게 왜 나쁘냐고 하지만. 에밀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떠난다. 쉬워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겠지.

모두 아홉편인데 여덟편만 말했다. <기적소리>는 조금 졸면서 봤다. 다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를 만난 이야기다. 다른 사람은 있었던 사람이라 해도 잊으려 하는 건지도.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살기도 하는데. 다들 아직 삶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은 사는 동안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무언가는 무엇일지(전에도 이런 말한 적 있다). 자신을 살게 하는 것일까. 그건 사람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머물고 싶은 곳일 수도 있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바라는 것이다.



희선




☆―

“세상을 보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
.
.

몸을 돌려 나는 밤을 달리기 시작했다. 멈추면 다시는 달릴 수 없다는 듯이,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세상 속으로, 처음 떠나는 여행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시튀스테쿰>에서, 256쪽)


이달의 사락 n***8 2016.07.13.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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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문도-암호 걸린 컴퓨터
"델문도-암호 걸린 컴퓨터" 내용보기
책을 받아보니, 그래도 사랑, 이라 적혀 있었다. 그래도 사랑이라. 사랑만큼 낯설고 진부한게 또 있을까 생각했다. 아, 죽음이라던지 자유라던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은 죄다 낯설고 진부하지. 그래도 사랑이라니, 사랑거부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말이 자꾸 눈 앞에서 걸렸다.책장을 펴고 덮은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쩐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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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니, 그래도 사랑, 이라 적혀 있었다. 그래도 사랑이라. 사랑만큼 낯설고 진부한게 또 있을까 생각했다. 아, 죽음이라던지 자유라던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은 죄다 낯설고 진부하지. 그래도 사랑이라니, 사랑거부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말이 자꾸 눈 앞에서 걸렸다.


책장을 펴고 덮은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쩐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말이 계속 가시처럼 남아, 나처럼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이 이런 글에 대한 답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궁시렁거렸어도 책장을 펴자마자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말이다. 그럼에도, 아마 오늘 밤이 없었다면 영영 못쓸뻔 했다.


자다 일어나서 다시 잠들기를 기다렸는데도 눈은 말똥말똥. 하는 수 없이 컴퓨터를 켜는데, 못보던 암호가 걸려있었다. 귀찮다, 정말 이런거 정말 귀찮다, 분명 남편의 짓이다. 생일이라고 진수성찬을 차렸더니 나에게 암호 걸린 컴퓨터를 내놓다니. 짜증이 나면서 남편을 어떻게 깨우나 고민했다. 


그 때, 무심코 눌러본 숫자 네자리. 내 생일도 아니고 남편의 생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결혼 기념일도 아니고 아이 생일도 아닌 그 숫자는 우리가 처음 사귀기로 한 날짜였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 뭐 이런 걸 다 기억하나 싶었다. 적당한 연애기간에 적절한 시기에 결혼을 한 우리. 지루할만큼 표준적으로 아이를 가졌고 누가 본다면 모범적인 결혼생활이다. 실상은 정글처럼 물고 물어뜯기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날은 차에 기름이 없다는 이유로 싸우고, 다른 날은 대답도 안한다고 폭팔한다. 정말 심심할 틈이 없이, 전혀 모범적이지 않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다.


그런데도 0324라니. 그래도 사랑이구나, 싶었다. 지긋지긋하게 버리고 싶어도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그래도 사랑이었다. 책 제목처럼, 델 문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돌고 돌아 보니 사랑은 나의 거울이라, 내 자신만큼의 사랑을 되돌려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 했지만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암호 걸린 컴퓨터처럼 말이다.


하나 하나의 단편들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 같아 안쓰럽고 뭉클하였다. 그래도 가슴이 헛헛하지 않은 건, 그들에게도 모든 것은 단 하나, 사랑이다. 사랑. 참 진부하다. 그럼에도, 사랑이다. 

d****s 2014.10.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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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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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뻤다. 뜻을 알고 보니 더 이쁜 말이었다. 델 문도 : 세상 어딘가에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 마주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익은 그 느낌에 심장이 벌렁거림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책 속의 단편 이야기들이 그렇다. 처음 본 인물들이고 작가의 상상 속 어딘가의 촉에 걸린 그 이야기들이  마치 내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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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뻤다. 뜻을 알고 보니 더 이쁜 말이었다.

델 문도 : 세상 어딘가에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 마주친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익은 그 느낌에 심장이 벌렁거림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이 책 속의 단편 이야기들이 그렇다.

처음 본 인물들이고 작가의 상상 속 어딘가의 촉에 걸린 그 이야기들이  마치

내가 이전에 알고 있었던 아니 마주쳤었던 아이들의 모습들과 오버랩되어 어른거렸다고 할까..

때로는 아이스커피와 때로는 뜨거운 커피와 함께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짧지만 강렬한 한 편 한 편의 스토리가 어느새 나의 시공간을 그들과 함께 공유하게 해주었다.

 

빗물이 강물을 불려 물 속에 빠진 도시의 허름한 방 한가운데서 주인공과 마주하기도 했고,

시간이 멈춘듯한 한적한 사진관의 모퉁이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사진들을 마주하는 그 아이를 쳐다보기도 했으며,

붕대 속 어딘가의 구멍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년의 의자 옆에 앉아있기도 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며, 풍경과 하나된 듯 강한 이미지를 주었고 그들의 환경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무언의 에너지를 주고 싶게 만들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사는 무대는 세계 구석 구석이었다.

나라와 환경이 주는 다름은 있어도 그 속의 아이들은 낯설지 않았다.

아픔과 빈곤, 부족이 주는 어쩔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공허한 듯 하면서도 꽉 붙잡고 싶게 만드는 여력을 주었다

9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모두 떠났거나,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나려는 모습을 갖춘다. 아마 이것은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속에 내가 보인다. 지구별에 발을 딛고 삶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이다.

 

세상 어딘가, 당신이 꿈꾸는 델 문도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에게 이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위안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의 의도대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글이기를,

특히 청소년들에게..

마지막 1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 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세계 여행을 하듯 스토리로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온 기분이다.

우리 모두는 여행자이기에 오늘도 신발끈 동여매고 또 하루를 힘있게 내딛어야겠다.

그리고

 

" 이 흉포한 세상을 견디며 여전히 여행해야만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이야기들이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는 작가의 메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c*********1 2014.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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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델문도' 아홉 개의 이야기, 아홉 명의 친구들
"사계절 '델문도' 아홉 개의 이야기, 아홉 명의 친구들" 내용보기
델문도 ‘세상 어딘가에’   아홉 개의 이야기, 아홉 명의 친구들.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부르고 제12회 사계절 문학 상 대상 수상작인 델문도. 사계절 1318 청소년 문고이다. 내가 청소년 문고를 읽으면서 감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단편소설에서 장편 못지않은 감정을 느낄 줄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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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문도 세상 어딘가에

 

아홉 개의 이야기, 아홉 명의 친구들.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부르고

12회 사계절 문학 상 대상 수상작인 델문도. 사계절 1318 청소년 문고이다.

내가 청소년 문고를 읽으면서 감동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단편소설에서 장편 못지않은 감정을 느낄 줄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단편보다는 장편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델문도를 읽어나가면서 단편에 익숙해져 갔고, 단편의 장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단편의 장점은 글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장편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여운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생각을 쉽고 깊게 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이땐 어떤 느낌이었을까?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누군가를 떠올리는 하나의 단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 청소년이다. 그리고 남학생이다. 다들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상실과 기억 죽음과 고통, 슬픔에 관한 다양한 감정들도 지니고 있다. 특히, 가족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 단편 중 세 번째 이야기, 세 번째 친구를 만났던 내기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아빠와 아이는 둘만의 산에 오른다. 그러면서 작은 내기를 한다. 정해진 단어를 말하지 않는 내기를.

산에 오르며 보이는 풍경들과 함께 소년의 어릴 적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또한, 아빠와 함께했던 옛 추억도 생각해 본다. 보통의 아빠와 아들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이. 아빠가 바빠서 얼굴을 잘 보지 못하고, 아빠와 대화를 나눈 지도 오래된. 아빠랑 같이 있는 것이 언젠가는 숨 막힐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보통의 관계. 그런 관계의 아빠와 아들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릴 때 함께 놀러 갔던 바닷가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들은 영 어색하기만 하다. 그리고 심지어 이상해 보이기도 하다. 이런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그들의 내기는 계속되고 있다. 소설 마지막 부분이 가까워질 때 결국 내기의 승자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 속에 밝혀진 내기의 소원도 드러난다.

 

슬프다. 내기한 이유, 소원을 알게 되면 이런 감정부터 떠오른다. 비밀과 해답이 밝혀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슬픔이 몰려온다.

 

 

그림을 그리듯 머릿속에 채워지는 환상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른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그것은 작가의 섬세한 묘사력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여섯 번째 친구를 만났던 기적 소리는 읽는 내내 나에게 그림을 그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기적 소리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주인공은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하는데 젬병인 소년이다. 그런 소년은 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선로 끝에서 일곱 번째 집에 사는 소년의 집에 가서 함께 했던 시간들. 그러나 그 시간과 눈에 보이는 모습들이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된다. 그 친구를 아는 사람은 없고, 함께 있었던 공간조차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다. 바람 소리, 쇠바퀴 구르는 소리,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등. 친구와 공간은 사라졌는데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다. 소리만이 기억으로 남았던 이야기이다.

 

집 안에 들어서자 신발을 벗는 작은 현관이 나오고, 현관보다 한 뼘쯤 돋워진 높이로 마루가 깔려 있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갔다. 그곳은 거실 겸 부엌이자 식당인 모양이었다. 마루는 짙은 색 나무였는데 먼지가 보얗게 앉아 있었다. 마주 보이는 싱크대 위에는 씻지 않은 그릇과 라면 봉지와 빈 통조림 캔 따위가 흩어져 있었다. 싱크대 옆으로 벽을 따라 책들이 크고 작은 탑을 이루고 있었다. 잡지와 만화책, 두툼한 양장본 책이 두서없이 쌓여 있었다. 제목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낡은 책이 대부분이었다. -기적 소리 165P-’

섬세하다. 구체적이다. 친절하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내 머릿속이 하얀 도화지라면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나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친절한 설명과 섬세한 묘사는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상상도 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청소년 문고. 그렇지만 어느 누가 읽어도 가슴 뛰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기쁘고 놀랍다. 청소년 시절 사실 문학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책들을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자기계발이나 입시에 관련한 교육책들만 많이 읽었지 문학을 접해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문학성이 짙은 청소년 책이 있다는 사실을 많은 청소년이 알았으면 좋겠고 많이 접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들의 미래가 맑고 투명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감성적인 이야기를 읽으면 분명히 청소년들에게도 마음의 작은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한창 앞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이지만 책 속에서만큼 다양한 이야기들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잠시 웃을 수 있고, 울 수 있고 스스로 감정에 솔직해져 보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지금 살아가는 이 시대에 대해 작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나처럼.

 

 

y********7 2014.09.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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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내용보기
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꿈꾸듯 여행하듯 당신이 그려본 세상 어딘가!델 문도(Del Mundo),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뜻한다.≪델 문도≫에 담긴 아홉 개 단편은 제목 뜻처럼 다채롭고 새로운 세계를 담아낸다.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등 각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청소년의 일상은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인생'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에
"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내용보기

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꿈꾸듯 여행하듯 당신이 그려본 세상 어딘가!
델 문도(Del Mundo),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뜻한다.
≪델 문도≫에 담긴 아홉 개 단편은 제목 뜻처럼 다채롭고 새로운 세계를 담아낸다.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등 각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청소년의 일상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인생'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에 이른다.
아홉 개의 세계에 가 닿는 동안
낯설고도 따뜻한 '델 문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최상희
제주에서 '중간 여행자'로 머둔 700여 일을 담은 여행서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이
제주도 여행의 바이블로 떠오르며 제주도여행의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
작품에 ≪사계절, 전라도≫, ≪칸트의 집≫, ≪바다, 소녀 혹은 키스≫ 등이 있다.

 

 

 

 

 

 

 

 

 

 

 

p********g 2017.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오늘도 우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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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가 9편의 이야기로 담겨 있다. 저마다의 작품이 주는 느낌은 달라서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환경 또한 달라서 더 묘하게 울림을 준다.   어린 나이에 릭샤꾼으로 살면서 만난 소녀 유진에게만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소년. 먼 옛날 우리나라에도 인력거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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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가 9편의 이야기로 담겨 있다. 저마다의 작품이 주는 느낌은 달라서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환경 또한 달라서 더 묘하게 울림을 준다.

  어린 나이에 릭샤꾼으로 살면서 만난 소녀 유진에게만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소년. 먼 옛날 우리나라에도 인력거꾼이 있었다고 했다.

  무덥고 가난한 나라 인도에서 만난 소년은 일찍 경제를 책임져야 했다. 다른 작품들보다 더 '노 프라블럼'이란 이 작품에 애착이 가는건 이 소년 또래의 아들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가고, 너무 일찍 인간을 배운 아이들의 모습이 짠하게 가슴을 적신다.

d*****e 2015.04.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래, 용기를 내자~
"그래, 용기를 내자~" 내용보기
단편의 장점은 무엇인가. 길게 설명하는 장편과 달리 짧은 이야기를 단번에 읽어낼 수 있으므로 지루하지 않다,  또한 짧은 이야기에서 소개되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 순간의 포착만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호흡이 긴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한다. 친절하지 않은 점이 다소 있더라도 군더더기 없는 단편이 그래서 매력있다.
"그래, 용기를 내자~" 내용보기

단편의 장점은 무엇인가.

길게 설명하는 장편과 달리 짧은 이야기를 단번에 읽어낼 수 있으므로 지루하지 않다, 

또한 짧은 이야기에서 소개되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

순간의 포착만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그래서 나는 호흡이 긴 장편보다 단편을 선호한다.

친절하지 않은 점이 다소 있더라도 군더더기 없는 단편이 그래서 매력있다.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책의 내용처럼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표지다. 

 

 

델문도. 처음 들었을 때 그 의미를 몰라 낯설기만 한 제목. 이젠 친근하다.

델문도는 "세상 어딘가"라는 의미의 스페인어다.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닐는지.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천일 동안 이야기를 전해주던 셰에라자드처럼

아홉 편의 기이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작가의 능력이

새삼 부럽고, 또 부럽다.

 

더 놀라운 것은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기승전결을 가지며,

놀라운 반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들려온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력으로 구성하여

이야기를 듣는 듯 편하고 재미있다. 

 

 

-> 9편의 이야기 제목들.

 

 

첫 번째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이야기는 "노 프라블럼"이다.

친구 쿤마르가 당한 일은 인도 계급사회의 높은 벽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절망과 아픔이, 세상의 불평등한 모습에 아팠다.

"내기"에서의 아빠의 일이 반전이었고,

"페이퍼컷"이나 "missing", "기적소리"는 꿈인듯 현실인듯 갸우뚱하기도 하고,

다소 끔찍한 이야기에 침을 삼키기도 하지만 그 어질어질한 이야기가

현실의 흉포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작가의 말을 통해 읽는다.

 

"흉포한 세상을 견디며 여전히 여행해야만 하는 모든 이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259쪽)

 

너무도 진지한 인생 앞에 차마 장난감 총을 치울 수밖에 없는 이안(붕대를 한 남자)처럼,

인생이란 진지하게 대해야 할 선물이며,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어 떠나는 안톤처럼(시튀스테쿰),

인생이란 결국 그리움도 참아내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여행임을 배운다.

 

인생이란 시간이 흘러가듯 멈추지 않고 떠나는 길이다.

그 길에서 두려울 때, 울음을 삼키며 떠나는 우리 인생에게 이렇게 외쳐 응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시튀스테쿰"(너에게 힘이 깃들기를!)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늘 재능의 벽에 부딪치고, 게으름에 넘어지곤 한다.

꿈을 이뤄내기에는 부지런과 거리가 멀고 열정도 식었다.

그러나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그래, 용기를 내자. 시튀스테쿰~

 

 

 

YES마니아 : 플래티넘 i*****7 2014.09.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델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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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사계절 1318문고 94최상희 지음사계절 이 책의 제목인 델 문도(Del Mundo)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청소년 소설들은 항상 오글거리는 성장소설 뿐이었는데, 이 책, 『델 문도』는 그 어떤 청소년 소설들과는 좀 달랐다. 뭐랄까? 색다르고,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사계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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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문고 94
최상희 지음
사계절

 이 책의 제목인 델 문도(Del Mundo)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읽어본 청소년 소설들은 항상 오글거리는 성장소설 뿐이었는데, 이 책, 『델 문도』는 그 어떤 청소년 소설들과는 좀 달랐다. 뭐랄까? 색다르고, 신비롭고,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사계절출판사의 1318 모니터단에 참여하게 되어서 남들보다 빨리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최상희 작가의 작품은 2011년의 블루픽션 상을 받은 『그냥, 컬링』이라는 책을 읽어본 기억이 있고, 『명탐정의 아들』은 읽었는지 아직 못 읽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청소년 성장소설을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옥탑방 슈퍼스타』, 『칸트의 집』,『안드로메다의 아이들』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을 만났을 때, "이러이러한 책을 읽어봤어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유치하지 않고 흡입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단편 소설의 장점을 잘 살린 소설 같았다.
「붕대를 한 남자」에서부터 「노 프라블럼」, 「내기」, 「페이퍼킷」, 「missing」, 「기적 소리」, 「필름」, 「무대륙의 소년」, 「시튀스테쿰」까지 단편 9편을 같이 싣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은 「붕대를 한 남자」와 「시튀스테쿰」이라는 작품이였다. 「붕대를 한 남자」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묻어나서 그런지 흥미로웠고, 「시튀스테쿰」은 수도원이라는 배경이 특이해서 눈길을 끌었다. 「무대륙의 소년」은 반전과 함께 쓸쓸함을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았는데, 이는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영국, 호주 등 각각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청소년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이상의 9편의 소설이 모두 주제, 소제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통일된 분위기를 나게 해서 단편소설집이지만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다. 작품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좋았다.
2014.9.2.(화) 이지우(고1)

 

i***2 2014.09.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성장은 낭만적인 동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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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소년 소설들이 그렇듯 최상희의 소설집 <델 문도>가 던지는 질문은 '성장'이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은 성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십대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인생의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그 순간들은 소설 속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다른 배경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한 가지 접점을 향해 모여있다. 바로 미래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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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청소년 소설들이 그렇듯 최상희의 소설집 <델 문도>가 던지는 질문은 '성장'이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의 단편은 성장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십대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인생의 두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는 그 찰나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그 순간들은 소설 속 각기 다른 주인공들의 다른 배경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한 가지 접점을 향해 모여있다. 바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이다. 즉 성장이란 미지의 영역으로 존재하던 넓은 세계로 한 발짝 내딛는 일임을 이 책 속 인물들은 깨달아 간다.


여행 작가라는 작가 이력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에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천편일률적인 삶에서 벗어나 인물들의 세계를 지구 곳곳으로 확장시킨 것이 그 첫 번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영국의 국제 공항,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있다. 심지어 다른 정서와 문화적 배경을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인물로 등장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입시지옥에 시달리지도 않고, 지나친 기술과 문명의 혜택으로 고립되어 있지도 않다.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 매몰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의 본질에 접근해 있다는 것이 이 소설집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성장의 문제를 사회학적 보고서 내지는 시사 논평의 연장선으로 활용하려는 최근의 청소년 소설들의 경향에 비하면 이것이 얼마나 신선한 시도인 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떠남'이라는 상황을 성장의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여행과 성장의 비례관계는 여행의 효용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념이다. 작가는 이러한 신념을 소설 속 플롯으로 끌어들인다. 'missing'에서 클로이 할머니가 주인공에게 한 말은 이 소설집 전체의 주제를 아우른다.  "하지만 가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애들이 있지. 그러다 어느 날 불쑥 다시 나타난단다. 조금 야위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훨씬 힘이 넘쳐서 돌아와. 나는 알고 있지. 그 녀석들은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거야." 인물들이 여행지에서 겪는 경험을 그대로 소설의 핵심 스토리로 활용하는가 하면('내기', '페이퍼 컷'), 여행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필름'). 과거 떠나온 곳에서의 기억이 현재 삶의 변화에 동력이 되는 경우도 있고('missing', '기적 소리'), 현재의 삶이 인물들을 떠나게 만들기도 한다('노 프라블럼', '시튀스테쿰'). 그들이 떠나 온 곳이나 떠나 갈 곳은 모두 일상의 삶과 동떨어진 세계다. 아이들은 미지의 공간에 발을 들여 놓으며 세계의 변화를 경험한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가 언제나 낭만적이지는 않다. 환상은 대부분 지난한 삶의 과정에서 키워지는 경우가 많고, 더 넓은 세계는 더 많은 위험을 예비한다. 안온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은 울타리 없는 야생에 그대로 내던져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속 주인공들의 떠남은 낭만으로서의 여정이 아니라 혹독한 세상에 대면하기 위한 준비다. 친구의 죽음이나 절연, 배신과 같은 일상을 흔드는 큰 사건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닥쳐온 여러 시련들은 주인공의 일상을 뒤흔든다. 뿐만 아니라 궁색한 생활의 현장과 위태로운 가족 공동체의 잔영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현실 극복에 대한 드라마틱한 액션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은 아이가 냉혹한 삶의 진실과 최초로 마주하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델 문도(Del Mundo)'는 스페인 어로 '세상 어딘가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집 <델 문도>는 말 그대로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다시 '이곳'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단순히 낭만적이거나 이국적인 체험으로 현혹하기보다 세상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귀기울인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통해 수렴되는 인식이야말로 삶의 비밀이자 성장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z****0 2015.03.1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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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야기의 맛, 델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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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델 문도를 읽었다. 아홉 개의 이야기는 한국, 이탈리아, 인도, 호주 등 다양한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최상희 작가의 '작가의 말' 그대로 "아홉 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떠났거나,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나려 한다." 9명의 주인공들 모두가 그들만의 떠남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의 맛을 전달한다.       이 9개의 단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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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델 문도를 읽었다.

아홉 개의 이야기는 한국, 이탈리아, 인도, 호주 등 다양한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최상희 작가의 '작가의 말' 그대로 "아홉 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떠났거나,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나려 한다." 9명의 주인공들 모두가 그들만의 떠남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의 맛을 전달한다.  

 

 

이 9개의 단편에 시작이 되었다는 <붕대를 한 남자>.

어디선가 '모범답안'의 형태로 봤음직한 어설픈 대답 대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끝나는 이야기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랬어야 합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하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 인생의 순간 순간 마주치게 되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로 귀결한 모든 행동, 상황, 감정에 대해 우리는 '그랬어야 한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9개의 단편 모두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아, 정말 다양한 이야기의 맛이 담겨 있는 책이다.'

한 편 한 편, 아껴가며 읽으며 나도 모르게 이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단편은 <기적 소리>와 <내기>.

두 작품 모두 흥미로운 전개와 어른(?)인 나조차 앗! 하게 만드는 반전으로 나를 집어 삼켰다.

특히 <내기>의 플롯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다소 진부할 수 있었던 소재를 이렇게 참신하게 표현하다니, 그리고 이토록 독자를 집중하게 만들다니! 놀라운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필름>에는 이 책의 제목인 '델 문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남미 배낭여행을 했었고 당연히 우유니 소금사막도 갔었기에, 그 때 생각을 하면서 더욱 색다르게 읽을 수 있었다.

세상 어딘가.

세상 어딘가, 각자 다르지만 또 하나의 이야기로 묶일 수 있는 이 단편집에 정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단편 모두가 작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수작이었다. 최상희 작가의 '델 문도'를 통해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