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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던 중학교시절부터 의문을 느꼈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성경이며, 동양의 베스트셀러가 삼국지인바 이 두가지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명서라는 주위의 평가와 권유에 대해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우선은 두책이 다 무지하게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경은 신자가 아니니까 그렇다 치고, 남들이 다 읽었다는, 그래서 감명을 받고 2번 3번 이상 읽어도 여전히 재미와 감동,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삼국지를 나도 읽어 보겠다고 무지무지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 왜? 너무 재미가 없었으니까.
처음만나는 세사람이 어떻게 담박 의형제를 맺으며, 전투장면은 그게 뭔가? 장비나 관우가 말타고 나가 1합 2합 휘두르면 전투는 끝난다.
조자룡 혼자서 애기를 안고 적지에서 탈출한다 등등-- , 만화같은 전개에 우선 흥미를 잃어 버렸다.
결국은 고우영의 만화를 통해서 전체를 읽게 되었지만(처음부터 끝까지 일단 삼국지를 마쳤다는 의미) 도대체 무슨 감동과 교훈이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삼국지 바로읽기"는 내가 가지고 있던 이런 모든 의문점들을 정말 속 시원히 풀어준 명작이다.
우선 작가 자신의 추측이나 이론을 가지고 논점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중국의 현존하는 역사서를 섭렵한뒤에 그 역사서와 삼국지를 대비하면서 허구를 밝혀내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그냥 허툴게 쓴 책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저자 자신만의 독특하면서도 합리적이고 공감이 가는 논리를 펴고 있는 점들이 나로 하여금 대부분의 페이지에 밑줄을 그어 가면서 탐독하게 만들었다.
삼국지는 고금의 명서라는 세간의 평판에 짖눌려서 감히 삼국지를 비평한다거나 분석 할 엄두도 못내면서 ,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안읽었으면서도 읽은 척 했던 것이 보통사람들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태도에 당당히 자신의 논거를 펼치는 저자의 시원스러움에 반해 버린 그런 작품이다.
한국책, 사실제대로 읽은 만한 내용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재미와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없다는 소리다.
단편소설아니면 번역소설이 대부분이고, 한국출판물의 70%가 입시용서적과 유아용 서적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이책은 감히 올해의 책으로 선정해도 무방한 훌륭한 역작이라고 평해주고쉽다.
[인상깊은구절] 나관중 삼국지가 인간에 대해 분석하는 수준은 그저 일반적인 통속드라마 정도에 불과합니다.국가의 대사가 정치가들의 사적인 감정에 의해 결정되거나,한실중흥이라는 낡은 명분을 들먹이면 상대가 꼼작도 못하는 등, 복잡한 상황을 그저 단순한 시트콤 방식으로 풀어갈 뿐입니다. |
| 근래 프레시안에 연재됐던 글 묶음을 자주 만난다. <강의>(신영복)에 이어 <삼국지 바로 읽기>까지. 그만큼 프레시안이 좋은 기획연재를 많이 했었다는 반증인가? 하기야 중앙일보에서 기획의 귀재라고 불렸고, 신영복이라는 걸출한 '선생'을 발굴해 낸 인물이 만든 매체가 프레시안이니... 하지만, 난 오늘 그 프레시안의 한계를 확인했다. 좋은 기획을 해도, 좋은 글이 실려도 독자들은 글의 호흡을 충실히 따라잡지 못하며, 심지어 글의 진실성을 신뢰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신영복 선생의 책 <강의>를 읽으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이 한계는, 미안하게도, 김운회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확인했다. 솔직히 프레시안 연재 당시에, 나는 <삼국지 바로읽기> 연재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았다. 가끔씩 제목이 눈길을 끄는 경우에만 들여다 봤고, 그나마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읽어내렸다. 그리고 호흡이 처진다 싶으면 가차없이 화면을 닫아 버렸다.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역시 건너 뛰었다. 다 아는 얘기가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연재가 후반으로 접어든 다음에는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나마 읽은 것도 제대로 읽은 건 없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책으로 출간돼 나온 <삼국지 바로 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숙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 흥미가 떨어지는 주제가 있어도, 근거가 부족한 추론 또는 지나친 상상력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서술이 나와도, 책읽기는 중단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리한 서술을 두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이 서술이 과연 진짜 틀린 것인지, 맞는 것일 가능성은 없는지. 같은 저자의 같은 글을 같은 사람이 읽으면서 느낌이나 대하는 태도는 이토록 다르다. 다만 매체가 인터넷에서 책으로 옮겨졌을 뿐인데... 문자 매체의 죽음을 말하는 사람들이 한때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의 한계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내 경험은 그 논의에 대한 하나의 확인일 뿐이다. 그래도 직접 겪어보니 그 느낌은 색다르다. 역시 책이란, 그 자체로 권위를 갖는다. 다만 신영복이라는 저자의 경우에는 인터넷과 책의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음도 덧붙이고 싶다. 책이라는 매체의 권위를 등에 업지 않아도 되는 글, 그런 글이 부럽다. 정작 <삼국지 바로 읽기>라는 책 이야기는 못했다. 그 이야기는 2권까지 읽고 난 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