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넝쿨처럼 엮인 익살스런 하나의 이야기가 또 따로 같은 이야기... 책 안에서 근현대사를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동화라고 생각을 해보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익살스럽고 엉뚱한 행동이 역사적인 얘기 안에 녹아 들어가서 헷갈리지 않을까? 로보트 태권브이 와 마루치 아라치를 아는 가물가물 70년대를 기억하는 우리 나이 또래나 이해하고 가슴을 쓸어내리지 어른들에게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런게 뭐지? 무슨 뜻인지 알았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느껴졌다. 서른중반의 눈높이로는 물론 좋았다. 중간 중간 익살스럽고 고전적인 우리내음을 자아내는 듯한 판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잊었던 역사속의 사건들을 동화속에서나마 다시금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슬픔도 맛보았다. 난 어째 풍자적이면서도 아픈 역사가 베어있는 글은 슬프다. 해를 삼킨 아이들.. 제목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많은 뜻이 담겨있겠다. 어른들이 읽어야 더 감동 받을 듯 싶다. 날카로운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되, 능청스런 이야기꾼 기질이 다분한 신인작가 김기정은 옛이야기에 바탕한 익살스런 캐릭터들을 동화에 끌고 들어와 뛰어난 해학과 풍자로 동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할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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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성과 거리두기를 하는 역사동화 - 김기정, 『해를 삼킨 아이들』
김기정의 장편동화 『해를 삼킨 아이들』(창비, 2004)은 역사의 무게에 짓눌리지만은 않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해 볼만한 작품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러 장면들을 구비전승의 다양한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은 비극적 역사 앞에서도 익살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이야기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작소설 형태의 이 동화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은 8장 「깡통로봇과 가진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1970~80년대 아이들의 문화적 아이콘이었던 ‘태권브이’에 흠뻑 빠진 어린 주인공 ‘가진이’를 중심인물로 펼쳐지는 ‘광주’의 비극적 이야기는 익살과 슬픔의 경계에서 어린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일단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느 녀석이고 집에 돌아오면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이래저래 놀 궁리를 하는 거였다.” 놀 궁리를 하는 아이들의 관심은 무엇보다 태권브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에 쏠려 있다. 멀쩡한 양철 양동이와 새로 산 주전자와 주워 온 깡통을 조립하여 깡통로봇이 되고, 그로써 태권브이를 만날 날만을 기다리는 가진이의 모습은 당대의 어린이를 대표하는 형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태권브이와 깡통로봇에 흠뻑 빠져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던 가진이에게 광주의 비극적 역사가 말 그대로 ‘찾아온다.’ 철공소에서 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가진이의 소망을 믿어주던 큰대장과 작은대장이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하여 죽거나 불구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총알도 튕겨 낼 것처럼 튼튼하게 보이던 큰대장은 죽고, 태권브이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한 작은 대장은 영영 일어설 수 없는 불구가 되면서, 태권브이라는 문화적 아이콘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던 가진이는 드디어 현실의 ‘악당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가진이에게 악당은, 자신을 믿어주고 보살펴주던 사람들을 죽인 ‘광주’의 점령군(군인)들이다. 큰대장을 죽이고 작은대장을 불구로 만든 사람들이기에, ‘광주’를 진압한 군인들은 악당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가진이는 태권브이가 어서 나타나 악당들을 이 땅에서 내몰아 주기를 기대한다. 기대와는 어긋나게 악당들을 그냥 놔두는 태권브이에게 분통을 터트리던 어느 날 밤, ‘깡통로봇이 된 가진이’ 앞에 드디어 멀리 보이는 무등산 너머로 태권브이가 나타난다. 가진이의 환상(물론 그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이 개입되는 이 부분은 가진이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명확한 현실로 인식될지 모른다. 그에게 악당을 물리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태권브이의 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진이 앞에 등장한 태권브이는 말이 없다. 깡통로봇 가진이가 소리 높여 악당들의 부당성을 외쳐도 태권브이는 말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태권브이는 지그시 깡통로봇을 내려다보고는, 무릎을 한 번 굽혔다 세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하늘로 사뿐 날아올랐다. “태권브이……” 깡통로봇은 떨리는 목소리로 태권브이를 불렀다. 태권브이가 검은 비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태권브이는 왜 악당들을 그냥 두는 걸까?’ 깡통로봇 안에서 가진이는 오랫동안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딱 한 번 깡통로봇을 찾아온 태권브이는 그렇게 떠나간 것이었다.
태권브이가 악당들을 물리치러 오지 않은 이유를, 또 큰대장을 죽이고 작은 대장을 불구로 만든 악당이 누구인지를 “가진이가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린 가진이가 깡통로봇 안에서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소망은 태권브이가 나타나 악당들을 쳐부수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그러한 소망을 태권브이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진이의 행동에 아마도 다양한 반응을 보이리라. 가진이를 어리석게 생각할 수도 있고, 가진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같이 슬퍼할 수도 있으며, 생각이 깊은 아이라면 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기도 할 것이다.
광주를 다룬 다른 역사동화가 어린이의 반응을 한곳(작가의 계몽적 생각이 집중된)으로 모이게 한다면, 김기정의 이 동화는 어린이의 반응을 한곳에 고정하지 않고 여러 길로 풀어 놓는다. ‘광주’란 무엇인가? 그 광주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누구인가? ‘광주’의 시민군을 죽인 악당들을 힘이 센 태권브이는 왜 그냥 놔두고 있는가? 등의 질문들은 이 동화를 읽은 어린 독자들의 다양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계몽적 목소리에 짓눌리지 않은 어린이의 목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는 어린이의 진실어린 마음이 이 작품에는 잘 나타난다. 역사의 무거움을 버리고 익살스런 목소리로 어린이의 ‘순수한 무지’를 내세우는 서술전략이 역사동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김기정의 해를 삼킨 아이들의 밑바탕에 스며있는 아이러니를 어린 독자들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어린이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상을 전달하기에는 이 작품이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광주’ 문제에 한정하여 작가가 이런 방식으로 장편동화를 썼다면, 현재의 단편동화와는 다른 문제들이 많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기정의 이 동화에는 분명 계몽성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까지는 절제되어 표현되고 있다. 역사가 어느 면에서 보면 익살스런 희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은 분명하게 내보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치중하거나, 역사적 피해자의 비극적 이미지에 집착하는 역사동화의 일반적 문법에서 벗어나 당대 어린이의 문화적 아이콘에 관심을 가진 점 역시, 2000년대의 역사동화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는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는 동화가 아니라, 역사와 더불어 놀 수 있는 동화를 원한다. 어두운 역사를 들으면서도(읽으면서도) 아이들은 항상 어두운 세계 너머의 밝은 세상을 추구한다. 그것이 아이들의 본래 마음, 곧 동심(童心)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역사동화에 그려지는 어린이의 동심은 분명 이러한 성향과는 어긋나게 형상화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역사동화가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창작동화에서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계몽성이라는 그늘에 안주한다면, 역사동화 속 어린 인물들의 동심은 어른들의 논리에 끊임없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동심이 계몽성의 힘에 억눌릴 때, 역사동화는 어린 독자들의 눈에서 멀어진다. 계몽성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역사와 놀이하는 역사동화의 출현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는 시점이다. |
| 역사를 ‘사람이 가꾼 일들의 흐름’이라고 소박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역사의 주체를 강조한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도 그 흐름을 탈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니 만큼 사람은 역사의 객체이기도 합니다. 사람은 역사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역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물론 온몸으로 역사에 참여하여 역사를 적극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역사의 파랑을 비껴가며 역사와 무연한 듯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시간의 지배를 받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한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라고 하여 역사의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해를 삼킨 아이들』은 역사를 만들어 가는 동시에 역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는 존재인 사람, 그 중에서도 지낸 백 년 동안 한반도에 산 아이들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역사의 편에 서서 아이들을 작고 여린 존재로만 그리지도 않았고, 아이들 편에 서서 영웅 같은 존재로 그리지도 않았습니다. 튼튼한 역사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백 년 역사 속 아이들과 중요한 사건을 긴밀하게 하나로 엮은 이 작품은 우리 어린이문학사에서 드물게 뛰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비문학에 나오는 인물들을 패러디하여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이 작품이 갖는 역사 의식을 든든하게 합니다. 낱말 하나하나도 우리말을 살려 썼고, 문체 역시 우리 가락을 잘 살려 써 장엄하기조차 합니다. 그에 어울리는 판화도 자체로 큰 감동과 아름다움입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것은 손에 땀을 쥐며 긴장하다 한바탕 크게 웃어 제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문학 전통의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풍자와 해학이 작품 속에 잘 녹아들어 있으니 말입니다. 얼굴 가득 딱지 자국에 온갖 심술과 장난기가 자글자글 흐르는 곰보가 마을 대장이 되어 산 속에 주둔하고 있는 미야자끼 부대를 혼내준 「대장 곰보」, 여우난골에 혼자 남겨진 젊은 일본인 선생의 두려움과 상황이 바뀐 조선인들의 통쾌한 나날을 그린 「돈도나리」, 허봉달이 학교 안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 밖까지 유명하게 된 내력을 그린 「바보 허봉달」, 작가조차 뱅덕이를 뺑덕이라고 했다간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해야겠다고 의뭉을 떨며 뱅덕이의 씩씩한 모습을 그린 「울지 마, 뱅덕」 들이 그렇습니다. 곰보 부대가 이렇듯 하루에 서너 번씩 똥을 싸 대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 서로 새끼손가락을 건 다음 헤어지는 사이, 우연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더럽고 치사한 만큼 치밀한 곰보의 작전은 엄청난 효과를 보이는 중이었다. 산성 터에 진을 친 일본 군대 안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곰보가 똥을 싸 댄 첫날부터 열두 명의 군인이 설사병이 났다. 이윽고 사흘이 되지 않아 천여 명이 넘는 군인들이 배앓이를 했다. 그 가운데 반은 심한 열이 나기도 하고, 가려움증으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진물이 흘렀다. 제대로 손쓸 틈도 없이 모든 부대원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뒷간 앞에서 맴맴 돌았다. (88쪽, 「대장 곰보」) |
| 슬픈 역사를 김기정 이야기꾼 특유의 재치와 익살로 시원하게 풀어놓은 동화책이다. 창비로부터 상도 받은 작품이았다. 그러니 그 품질?이야 의심할 바가 없다. 그런데 잘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나만 느끼는 것일까? 약간은 직설적인 표현들도 눈에 띈다. 물론 해학적인 동화이고 우리 역사의 살아있는 이야기니 괜찮을 법도 하겠지만 단어 하나에 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아이들 반응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고 있나? 주관적인 느낌이겠지만 그리 좋아할 동화책은 아닐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어쩌면 역사적 배경을 학습시키는 것처럼 조금의 더 상식으로 제공해주면 오히려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아이들이 작가의 의중을 얼마나 이해하고 읽을까? 다른 동화 작품들과 분명히 차별되는 독특하며 신선하고 한국적인 동화가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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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간을 거쳐왔던 무수한 아이들의 등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고전적 내용들과 어투의 색다름으로 인해 낯설어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그렇게 읽어가게 된다. 이야기 속에는 과거의 우리들이 겪었던 사건들이 엇비친다. 그로인해 겪게 되는 이유없는 아픔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상처들..... 익살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 찡한 아릿함을 안겨 주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이 많음을 보면서 우리에게 그러한 상처가 많았음을 다시금 확인케 된다.
큰이가 산삼을 임금께 드리러 상경해서 겪게 되는 이야기로부터 심술과 장난의 대장이던 곰보가 자신의 산성터를 점령한 미야자끼 부대를 골탕 먹이는 모습,오돌또기의 왼손의 비밀을 확인하면서 저절로 한숨과 안도를 하게도 하고, 여우난골에 홀로 남겨진 일본 선생님의 고통과 우리들의 외침을 그린 돈도나리외에 바보 허봉달, 울지마 뱅덕등까지. 그 모든 내용들에 의지와 실천으로 대항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 보여져 뿌듯하면서도 안타까움을 갖게 된다. 역사의 진실의 한 측면을 동화로 확인하면서 과연 어떤 사명감을 갖고서 앞으로의 삶에 임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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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처럼 우리 나라 이야기를 묶어 놓은 이야기 책이다. 구수하게 읽어 내려가게 되는데 구한말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한국 근현대사 100년의 이야기가 있다. 도깨비들은 구한말의 외세를 비유하고 있으며, 해방과 함께 태어난 아이 돈도나리, 어려운 가족사를 가진 뱅덕 등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역시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동화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도 알 수 잇어서 좋은 도서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이는 다 읽었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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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