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중반쯤 ‘소년중앙’은 내게 한 달간의 목마른 기다림이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큰누나와 형이 가져다주는 ‘소년중앙’은 단순히 잡지 이상의 것이었다. 내가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제목으로 ‘내일의 죠 Champion Joe’를 처음 접했던 것도 바로 그 책이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일본 만화인 줄도 몰랐고, 일본 만화를 베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최근에 와서야 알게 되었지만 내게 권투라는 운동을 알게 한 만화였다. 그리고 권투에서 제일 무서운 공격이 ‘크로스 카운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시절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만나는 ‘내일의 죠 2 (극장판)’은 내게 추억어린 영화이다. ‘내일의 죠 2 (극장판)’는 어린 시절의 만화와는 조금은 달랐다. 극장판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보았던 것이 원작의 설정을 일부 바꾸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 만화에서는 카를로스가 아닌 동양 챔피언 레오 맨발(맞나?)과 시합을 하고, 마지막에 챔피언 벨트를 차지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DVD를 보며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만화의 마지막 장면은 경기를 끝낸 뒤 자신의 코너에서 미소를 머금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는데, DVD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고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나온다. 아마도 그 당시의 만화에서는 주인공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허리케인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는 대사는 그대로인 것 같다. ‘내일의 죠’ DVD는 요즘의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상당히 거칠다. 아무래도 권투라는 운동의 특성상 일부러 그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않은 듯도 하다. 그렇지만 권투 경기장에서 자신의 전부를 걸고 대결하는 선수들의 모습과 관중들 무엇보다도 허리케인 죠가 보여주는 삶의 열기는 제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불태우고 하얗게 재가 되고 싶다는 죠의 말이 상당히 인상 깊다. |
|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이름을 드높힌 명작 중의 명작. 그 누구도 최고라는 이름을 아끼지 않는 불후의 명작. 어떤 미사여구로도 감히 그 범위를 측정할 수 없는 이 작품. 그것도 할인행사로 인해 겨우 3,900원.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는 분이라면 일단 구입을 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두 장 구입해서 하나는 선물하세요. ^^ 특전영상인 논 크레딧 오프닝과 엔딩이 2% 부족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벗어난 그 무엇이 작품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을까요? 압축 프로그램으로 꼭 맞게 compact하게 압축해둔 듯한 느낌이 드는 DVD네요. DVD 표지에 붉은 색의 권투 글러브 한쌍이 보이는 DVD가 장식장에 꽂혀 있는 집이라면, 이미 애니메이션에 빠진 한 명의 팬이란 걸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내용에 대해선 두말 하면 잔소리며, 훌륭한 작품에 흠을 낼까 걱정되어 생략하겠습니다. 절판되기 전에 망설이지 말고 꼭 구입하십시오. 오늘 밤 우리 모두 불타오르는 겁니다. 새하얗게~~~ |
|
쓰레기 같은 영화들이 멀티 플랙스 극장의 수많은 개봉관을 지멋대로 장악하고 꾸역 꾸역 돈을 집어 삼키며 영화를 생각을 갖고 본 것인지 의심이 가는 영화평들이 영화 광고를 메우는 세상이 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런 명작 애니메이션을 상기 영화표의 거의 반값에 평생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잘 모를 일이다.
본인은 고등학생 때 허리케인 죠를 TV를 통해 본 세대다. 감질맛 나게 띄엄 띄엄 봐서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 났었는데 1년 쯤 전에 여기서 구매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김종서 형님의 이름도 묻지마라~ 로 시작하는 노래가 아닌 느끼하고 걸죽한 일본노래다. 처음엔 좀 이질감을 느끼게 되지만 곧 많이 듣던 노래임을 알게 되고 원곡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낱 샐러리맨임을 잠시 망각하고 괜히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인상깊은구절] 구절이라기 보다는 사장님 따님이 죠에게 고백하는 장면, 영화를 안 봤어도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봤을 마지막 장면 ㅜㅜ |
| 정말 오랜만이다...내일의 죠를 다시 보다니. 그림은 오래되서 매우 낡았다. 이야기는 신파 그 자체다. 하지만 뭔지 모를 흡입력이 있다. 마지막 호세 멘도사와의 15회전 장면은 마치 '록키'를 보는 것 같다. 록키를 썼던 실베스타 스텔론이 혹시 이 만화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 같던 호세 멘도사를 붙잡고 싸움을 지속한 죠..15회전이 끝나고 지고 만다. 호세 멘도사의 머리는 하얗게 지새버리고.."나는 이미 죽었어야 옳을 죠와 싸우고 있어. 도대체 이 놈은 누구란 말이지?" 호세 멘도사는 극도의 공포를 경험한 것이다. 하얗게 재가 되어버리게 다 태워버린 죠는 링 구석의 자기 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띈 채 숨을 거둔다. 오랜만에 죠를 다시 본 것..투박하지만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