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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 1
지금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김훈이 한국일보 기자 시절 박래부 (현재 한국일보 수석논설위원)와 함께 1986년부터 3년 가까이 한국의 대표 소설과 시의 문학 현장을 답사하고 쓴 문학기행을 연재한 적이 있다. 당시 둘의 부장은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장명수씨였다.
김훈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은 신문지면에 문학기행을 만들어 가면서 그 힘든 세월을 견디어 내었단다. 그것만이 치욕과 슬픔을 밥처럼 장복했던 그 참혹한 시절을 통과해 가는 자신들의 성실성이며 꿈의 실천이었단다.
날마다 회전하는 칼날처럼 목에 와닿는 마감의 칼을 피하지 못한 채, 때로는 지겨운 밥벌이에 울음과 광기가 한꺼번에 폭발할 것만 같아서 자리를 박차고 술로 몸을 활활 태워야 할 때도, 그들은 그 불가능한 길을 향해 앉은뱅이 무릎걸음으로 겨우겨우 기어 나갔다고 한다.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라고 불리는 김훈이 어떻게 자신의 소설 속에서 삶과 현실 속의 허무와 폭력을 아름다운 언어로 다듬어 낼 수 있었던 가에 대한 답을 그의 문학기행을 통해서 엿볼 수 있으며, 또한 아직도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래부의 글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총 25개의 문학기행 문들로 각각 이루어진 상-하 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과 시들의 작가와 함께 한 그들이 맨발을 들이대며 삶의 맨살을 찾아내는 과정은 지난하고 눈물겨운 노동의 열정의 산물이었으니, 김훈의 말대로 알아듣는 말을 향해서 몸을 던질 줄 아는 자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글의 마지막에 실린 평론가의 말대로 밥벌이는 분명 지겨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물겹게 애쓰며 일해서, 결국 밥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김훈 산문의 미학이며, 이는 밥이 애초부터 아름답거나 추한 것이 아니듯이, 우리의 삶과 현실은 그것 자체로 아름답거나 추하지 않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아름답게도, 또 추하게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로 가득찬 요즘 신문을 읽는 불행한 우리들을 위한 선물인 셈이다.
[인상깊은구절] 사람이 왜 허무해지는지 아니? 삶이 하찮기 때문이야. 마음을 누를 극진한 게 없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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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허풍기가 있는 아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쓴 글 모음집"이라며 크리스마스 선물로 일요일에 준 책이 바로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라는 책이다.
제목만 본 나는 "내 나이에 왠 동시?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책인가?"라는 시큰둥한 반응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표지에 실려 있는 동시 한 구절이 그런 인상을 진하게 한 것 또한 사실이다.
"팍팍한 80년대에 그래도 소득이 있었다면 87년의 6월 항쟁과 이 글뿐"이라는 아빠의 설명에 다시 눈길을 가다듬고 보니 버스 광고에서 눈 익은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 아저씨!"
그 때는 "점잖지 못하게 책광고를 왜 버스에 붙였을까?" 하는 회의가 앞섰었다. 이 책의 띠지에 그 아저씨가 웃고 있었다.
나는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용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박경리님의 토지의 고향 평산리를 찾은 박래부님의 글인데, 가보지 않은 시골마을이 눈에 보이듯 선하게 그려져 있었다.
"기행문을 이렇게 생생하게 쓸 수 있구나!"
땀 냄새가 행간에 배어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 글은 내 나이에 정지용님이 쓰신 "향수"의 고향 충북 옥천을 찾은 김훈님의 글인데, 같잖은 내 선입견에 대해 죄송하다는 마음이 절로 나왔다. 그분의 글은 너무 영롱하여 마주하기 힘들만큼 눈이 부셨다.
1970년에 초등학교 3학년이 썼다는 "비료지기"라는 시를 읽고는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하고 비료를 지고 오는데, 하도 무거워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친구들은 놀리기까지 한다. 하늘을 보니 제비가 가벼운 몸짓으로 창공을 날고 있다. 얼마나 부러웠을까. "제비는 푸른 하는 다 구경하고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수려한 문장을 다 제껴놓고 초등학교 3학년이 쓴 글에서, 묵직한 책의 제목을 뽑은 출판사의 안목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룻밤에 다 읽고서도 책을 내려놓기가 아쉽고 아까웠다. 두 권으로 나온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에게 기다림의 기쁨을 준 책이다.
"와, 참 좋은 책!"
재작년 논술시험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에게 1년을 벌게 해주었을 텐데, 오호 통재라. [인상깊은구절] 무진은 사람들의 일상성의 배후, 안개에 휩싸인 채 도사리고 있는 음험한 상상의 공간이며, 일상에 빠져듦으로써 상처를 잊으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강요하는 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괴로운 도시이다. (김승옥님의 "무진기행"을 기행한 김훈님의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