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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좀 잘된 책을 보고싶다.
"번역이 좀 잘된 책을 보고싶다."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문체`````` 거기다 같은 번역가라서 좀 위험하다 싶었다, 몇 몇 책에서(소담출판, 김난주씨 번역의 에쿠니 가오리 소설) 발견되는 오타가 눈에 많이 거슬리던 차에 친구(원서를 읽는 친구) 에게 물어보니 오타도 많지만 그것은 번역가의 잘못이 아닌 출판사 몫이고, 그것은 수정이 될 수 있고, 독자들이 읽다가 알아차릴
"번역이 좀 잘된 책을 보고싶다."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문체`````` 거기다 같은 번역가라서 좀 위험하다 싶었다, 몇 몇 책에서(소담출판, 김난주씨 번역의 에쿠니 가오리 소설) 발견되는 오타가 눈에 많이 거슬리던 차에 친구(원서를 읽는 친구) 에게 물어보니 오타도 많지만 그것은 번역가의 잘못이 아닌 출판사 몫이고, 그것은 수정이 될 수 있고, 독자들이 읽다가 알아차릴 수 있으니 별문제는 아니라고, 그런데 문제는 오역이나 성의 없는 번역이 문제. 에쿠니 가오리의책중 몇 몇책에 번역이 잘못된걸 발견한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울준비는 되어 있다 에서 사이가 좋았다 라는 부분이 사이가 나빴다 라고 번역이 되어 있대나? 그외에도````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원서로 본다고. 에그```원서로 읽고싶은 마음이여`````` 거기다 짧은 소설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려니````참. 이번에 발견한 번역의 문제는 3가지. 58p 슈노케링-스노클링 아닌가요? 둘이서 바다에서 슈노케링을 했다는데````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인터넷검색끝에 내린 결론은 스노클링인듯. 이건정말 화가나는 번역이다. 99p 쿄진-거인이나 자이언츠(야구단 이름중에 하나인것 같던데```)팀이라고 하면 되는 듯 생각됩니다만 잘모르겠습니다. 쿄진팀 팬인 사람도 있다.란 장면이 나오는데, 왜 쿄진팀 팬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지도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좀 특이하다 거나 좋지않다는은 뜻으로 쓰인듯한데```` 야구의거인팀이라면 자이언츠 팀이 일본에도 있는것 같으니 좀 이해가 갈 수 있게 일본 고유명사 가 아니면 일어 발음으로 쓰는것은 좀 ````` 그리고 239p 관세수가 무엇인지요? 엄마랑 놀았던 장면의 회상에서 관세수라는것이 나오는데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역주; 이런식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한데``` 아쉽다.

[인상깊은구절]
많은 구절이 인싱깊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문장 하나 하나에 의미를 두고 릭는 경우가대부분이다. 그래서 그 담백함을 즐기려고 그녀의 소설을 읽는사람들이 나를 포함 내 주위에는 많다. 그런데 이런 무성의 한 번역은 어디서 나오는지? 출판사의 재촉에서 나오느 번역가의 피곤함의 산물인지? 한동안 쏟아져 나온 그녀의 소설이 그런 기우를 갖게 만든다. 원서를 구해서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p*****a 2005.01.02. 신고 공감 1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의 종류는 많지만...
"사랑의 종류는 많지만..." 내용보기
사랑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다울 수 있을까?사실.. 불륜을 소재로 한 내용이었다면 읽지 않았을거다.그들은 사랑이라고 항변할지 몰라도 옆에서 보는 나는...그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서른여덟의 나는 화가이자 스카프와 우산 디자이너이다.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다.여동생과는 따로 살고 나는 애인을 두고 있다.그에게는 아들과
"사랑의 종류는 많지만..." 내용보기

사랑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다울 수 있을까?
사실.. 불륜을 소재로 한 내용이었다면 읽지 않았을거다.
그들은 사랑이라고 항변할지 몰라도 옆에서 보는 나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서른여덟의 나는 화가이자 스카프와 우산 디자이너이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 있다.
여동생과는 따로 살고 나는 애인을 두고 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고 유부남이자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주인공 여자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절망이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사랑은 왜 절망일까?
그 해답은 바로...  두 남녀에게 사랑은 허용되지 않는 욕심이기 때문이다.
본인들은 그게 사랑이라고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세상앞에 사람 앞에 그 사랑이 과연 떳떳한 사랑일까?

그래서 책의 제목이 웨하스 의자인 모양이다.
웨하스는 금방 부서질것 같은 얇은 과자가 여러겹 붙어 있다.
그 과자 사이 사이에 부서지지 않게 달콤한 설탕 혹은 크림 같은게 켜켜이 발라져 있다.
달콤하지만 언제 부서질지 모를 위험한 사랑.
그래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사랑은 파격적이고 위험하고 달콤한 모양이다.

결코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
앉는 즉시 깨지고 부서지는 달콤한 의자...
그녀는 그 달콤함을 외면하려 하지만 그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죽음 앞에 다가갔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을
불륜이란 치졸한 언어로 가늠할 수 없는 이유라 말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사랑이라 외쳐도 내가 보기엔 불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이니까.

누군가의 아픔으로 만들어진 사랑이 과연 사랑인지...
두사람에게는 사랑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고통인 그들만의 사랑이 바른 사랑인지...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불륜을 소재로, 불륜을 미화하는 듯한 내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내용이었다면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았지 싶다.
조금은 잔잔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은 담담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은 한발짝 물러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글이 좋아서 간만에 찾아 읽었는데...
마음만 어지럽다.

그녀의 책.. 호텔 선인장을 검색해보고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고 난 후 읽어야겠다.
연속으로 불륜을 읽고 싶지는 않으니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1.06.13. 신고 공감 5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행복의 상징...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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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 읽었다. 에쿠니의 나름 최신작!! 음...최근 느낀건데...에쿠니 소설은 몰입이 된다. 그 책만 죽어라 읽는 것도 아닌데 옴니버스마냥 끊어지듯 몰입된다. 상황이 이해되는 것도 아닌데, 느낌은 거의 완벽하게 전해진다...웨하스 의자..행복의 상징..너무 반듯하고 예쁜 웨하스 의자..그러나 누구도 앉을 수 없다. 그 의자...누군가를 가둬둘 생각이라면..그 사람이 전부이게
"행복의 상징...그러나" 내용보기
이번 주말에 읽었다. 에쿠니의 나름 최신작!! 음...최근 느낀건데...에쿠니 소설은 몰입이 된다. 그 책만 죽어라 읽는 것도 아닌데 옴니버스마냥 끊어지듯 몰입된다. 상황이 이해되는 것도 아닌데, 느낌은 거의 완벽하게 전해진다...웨하스 의자..행복의 상징..너무 반듯하고 예쁜 웨하스 의자..그러나 누구도 앉을 수 없다. 그 의자...누군가를 가둬둘 생각이라면..그 사람이 전부이게 해줘야한다! 처음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면서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반짝반짜빛나는을 읽었고, 호텔선인장을 읽었다...새롭다는 생각보다는 생소하다는 생각이 강했지만...낙하하는 저녁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었던건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으면 아주 가볍지만은 않지만 그 책 하나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당분간 생각할 수 있다...그것만큼 기쁜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오래도록 잔상이 남는것도 감동이 남는것도 아니지만 책하나를 꼬박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만난 남자들은 과일같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r*******1 2005.02.0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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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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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말했다.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 라고 말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     사랑은 절망이다.   홍찻잔에 곁들어진 각설탕은 홍차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애인이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이 마치 각설탕 같았다. 애인은 여자의 전부였다. 여자는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애인이 없는 상태의 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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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말했다.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 라고 말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

 

 

사랑은 절망이다.

  홍찻잔에 곁들어진 각설탕은 홍차가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다. 애인이 없는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이 마치 각설탕 같았다. 애인은 여자의 전부였다. 여자는 자신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애인이 없는 상태의 자기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국 여자는 애인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런 여자에게 절망일 수밖에 없는 사랑.

  여자는 중년의 독신이었다. 하지만 애인은 유부남이었다. 그 둘의 사이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둘의 사랑은 절망일 수 밖에 없다.

 

  웨하스 의자는 여자가 좋아하던 과자였다. 여자에게 행복이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난 과자로 여자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의자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였다. 그녀에게 행복을 상징하던 웨하스 의자는 절대 앉을 수 없었다.

 

 

  함께 음악을 듣고 함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맛있는 음악을 먹고 함께 사랑을 나누는 애인과 여자는, 몸 이상만큼 솔직한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7년을 만났다. 늘 설레이고 늘 그립고 늘 보고싶은 사랑이다. 하지만 여자는 알고 있다. 헤어져야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절망은 곧 사랑이다

  엄마 아빠에게 언제나 꼬마일줄 알았던 여자는 중년의 독신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여자에게는 애인과 동생과 일이 전부였다. 아니 애인이 전부였다. 여자는 꿈을 꾼다. 엄마 아빠와 함께 파티를 하는 꿈을 꾼다. 그 곳에 동생은 있어야 하면 안되는 존재였다.

여자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인에게 이별을 말한다. 죽음은 언제든 오는 것이다. 여자는 다만 애인과 헤어질 때가 온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음에서 돌아온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애인과 여자는 다음 휴가를 계획한다. 아무도 그들을 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불륜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때문에 아프고 사랑때문에 행복하고, 사랑은 절망이고 절망이 사랑이다. 주부들이 보는 드라마에서 꼭 등장하고야 마는 '불륜'을 여자의 시선으로 여자의 생각으로 그렸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이 있던가, 에쿠니 그가 그려놓은 여자와 애인의 사랑은 욕심이 난다.

 

 

 

"더 가까이와"

나는 말했다.

"당신이 멀리 가버리면, 난 다 잊어버리니까"

그 말의 의미에, 나 자신이 두려워진다.

 

j*****g 2009.12.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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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처럼 약하고 무른 것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처럼 약하고 무른 것"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와는 인연이 없는 건지 1월부터 3월까지 읽다 말아서 ‘읽은 책’ 목록에 올리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소란한 보통날』도 반 정도 읽다가 말았고, 『달콤한 작은 거짓말』, 『부드러운 양상추』, 『홀리가든』, 『장미 비파 레몬』 등등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뭐가 문제인 걸까?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여자들 중 에쿠니 가오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던데, 왜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처럼 약하고 무른 것"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와는 인연이 없는 건지 1월부터 3월까지 읽다 말아서 읽은 책목록에 올리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다. 『소란한 보통날』도 반 정도 읽다가 말았고, 『달콤한 작은 거짓말』, 『부드러운 양상추』, 『홀리가든』, 『장미 비파 레몬』 등등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뭐가 문제인 걸까?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여자들 중 에쿠니 가오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던데, 왜 나는 공감이 안 되나 모르겠다.
일단 재밌다는 생각이 들거나 공감가는 부분이 있거나 혹은 아주 작품성이 뛰어나거나어떤 이유가 있어야 계속 읽게 되는데, 읽다 보면 그 작품보다 더 재밌는 책이 읽을 것 같아 끝까지 다 못 읽게 된다. 10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읽은 책은 무한에 가깝다면, ‘아니다싶은 책은 빨리 접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

 

『웨하스 의자』가 여느 책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10년 전쯤 예뻐하던 여자 후배가 좋아하던 작품이라는 점. 똑똑하고 논리적이고 자기 주장도 명확하고 사람들도 잘 챙기고 선배들에게도 깍듯하고 에너제틱한 그 친구가 좋다라고 이야기할 정도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닌가싶으면서도 중간에 덮지 않고 계속 읽었는데 바로 다음 문장이 가슴을 둔탁하게 쳤다.

 

예를 들면 비둘기 사브레의 노란 깡통, 아몬드 로카의 선명한 분홍색 깡통, 어렴풋한 줄무늬 시걸 깡통, 신사 숙녀 그림이 있는 모듬 캔디 깡통.

과자보다 과자통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대개가 누구에게 받은 것이고, 예쁘고 귀엽고, 나중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어서 소중하지, 처음 내용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렸을 때의 내 욕망 중에서, 식욕은 아마 순위가 아주 낮았으리라. 밥은 먹어야 하는 어떤 것이지, 절대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p.117)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그건 그 작품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작가가 환기시키는 어떤 추억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이 환기시킨 나의 유년시절처럼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작은 원기둥 같은 통에 색색들이 담긴 사탕을 팔았다. 그 깡통이 너무 예뻐서 외갓집만 가면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가게로 가서 그 캔디를 샀다.

사탕을 먹으면 이가 상하기 때문에 사탕을 먹이지 않기도 했지만, 어차피 내가 원하는 건 사탕이 아니라 통이라는 걸 아는 엄마는 그 사탕을 사주지 않았다. 그게 아이들을 현혹하는 상술이라는 걸 엄마는 잘 알았으니깐. 엄마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어린 마음에 그 사탕통이 왜 그리 예뻐보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캐러멜 통. 이 작품에서 프랑스 캐러맬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작은 성냥곽보다 조금 더 큰 종이박스가 예뻐서 먹지도 않을 캐러맬을 사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역시 엄마는 안 사주니깐 외갓집 갈 때마다 외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가게에 가서 말이다. 그래서 외갓집 가는 게 참 좋았다.

 

대쪽 같이 꼬장꼬장하시고 서슬이 퍼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했던 외할아버지였지만 첫 손주였던 내게만은 그저 외할아버지였을 따름이다. 잘 놀아주고 짓궂은 장난도 서슴지 않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

내용물이 무엇인가 보다는 예쁘고, 귀엽고, 나중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어서 소중했던 그 과자통들. 그게 낭비라는 걸 알면서도 손녀딸에게 흔쾌히 그런 과자들을 사주었던 게 외할아버지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크고 따뜻했던 외할아버지의 손. 저 문장이 환기시킨 것은 바로 그 유년의 추억이다.

나는 마저 이 작품을 읽기로 했다.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잘은 모르겠지만 고학력(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의 도시에서 태어나 생활하는 젊은 여성들이 아닐까 싶다.  아마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정서일 수도 있겠다. 역으로 도시에서 생활하는 고학력의 젊은 여성들이 에쿠니 가오리에 공감한다는 건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어떤 건조함, 서늘함, 불안, 공허 같은 것들을 일상에서 느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공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분위기와 감정 등을 캐치한다.

 

절망과 친한 덕분에 나의 생활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p.22)

 

나는 자신을, 어둠에서 너무 오래 머무는 더부살이처럼 느낀다. 혹은 밤의 숲에 몸을 숨긴 무기력한 야생 동물처럼. (p.37)

 

내게 인생이란 운동장 같은 것이다. 입구도 출구도 없고, 물론 어딘가에는 있을 테지만, 있어도 별 의미가 없다. 무질서하고, 전진도 후퇴도 없다. 모두들 그곳에서, 그저 운동을 할 뿐이다. 나는 그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p.76)

 

왜일까. 나는 어른인데, 때로 어린애의 시간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p.86)

 

모딜리아니의 그림.

엄마는 모딜리아니를 좋아했다. 그가 그린 여자를. 불행해 보여서 마음에 든다고 했다. 목이 길고, 안구가 없는, 불행해 보이는 여자들. (p.101)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 (p.130)

 

순간 순간 살면서 이런 감정에 직면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결국 작가와 독자 사이의 어떤 교집합, 그러니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서나 경험 등이 있을 때 독자는 그 작가나 작품에 매료되는 듯하다. 에쿠니 가오리가 한국 내에서 고정적인 팬층을 가질 수 있는 이유도 혼자사는 삶에 익숙하면서도 누군가를 끊임없이 원하는, 그러나 그 관계 사이에 갇히면 답답함을 느끼며 또다시 자유를 느끼는 이중적이고 모순된 감정 상태를 느끼는, 그런 도시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둘 다 충분히 어른이어서 자신에게 어리광을 피워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리광을 부린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p.59)

 

나는 애인 덕분에 이 세상에 겨우 발을 붙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기묘한 감각이다. 애인이 전부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애인과 함께 있는 내가 전부라고 느낀다. 나는 그것을, 외롭다고 해야 하는지 충족돼 있다고 해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럽다. 옳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옳지 않다고 생각해야 하는지 몰라, 그만 생각을 포기한다. (p.141)

 

한가지 확실한 점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에쿠니 가오리가 떠올리는 추억은 따뜻함이 있다는 것. 겨울 밤 작은 방을 환하게 밝히는 노란 불빛처럼. 그러나 그 시절을 동경은 할 지언정 엄마처럼은 살 수 없는 것이 그녀들이 삶의 지점 지점에서 충돌하는 모순일 수 있겠다. 연애에서도 결혼에서도 사랑에서도 일에서도어른이 되면 저절로 엄마처럼(어릴 때 보았던 엄마의 모습처럼 충만하고 완벽하게 행복한) 될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데서 오는 당혹감.

 

세 살인가 네 살 때, 나는 줄리앙과 똑같은 조끼가 있었다. 엄마가 살색이 가까운 분홍 실로 짜준 것이다. 엉겅퀴꽃 수가 놓여 있었다.

엄마는 재봉도 잘하고 뜨개질도 잘했다. 요리도. 식물을 키우는 것도. 나는, 나도 어른이 되면 엄마처럼 되리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잘하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p.122)

 

그래서 절망하기도 하고 순간 순간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도시 여성들이 계속 삶을 이어가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선택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더이상 자살은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으니깐. 스스로가 별쓸모 없는 각설탕 같이 느껴진다면 산다는 게 크게 가치 있는 건 아니니깐. 삶이 무의미하다면 더 이상 살 이유가 무엇일까?

 

산다는 일에 취약한,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처럼 약하고 무른 것, 언제든 쉽게 깨어질 수 있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의 실체일 수 있겠다. 삶의 근원적 불안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미세한 균열에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점 말이다.

 



c*****g 2013.04.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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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곳으로의 진화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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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에쿠니 가오리를 접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서이다 그 이후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 되어버려 그녀의 책은 모두 다 읽었다 그래서 이번 신작도 굉장히 반갑게 읽었다 그런데 '웨하스 의자'라는 그녀의 신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초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느님의 보트'와
"더 높은 곳으로의 진화하는 과정~~" 내용보기
처음에 에쿠니 가오리를 접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를 통해서이다 그 이후 에쿠니 가오리의 팬이 되어버려 그녀의 책은 모두 다 읽었다 그래서 이번 신작도 굉장히 반갑게 읽었다 그런데 '웨하스 의자'라는 그녀의 신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초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하느님의 보트'와는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그녀 특유의 짧은 문장과 그러한 문장들로 이어지는 잔잔한 내용은 여전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미묘하게나마 다른 점이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가 꿈꾸는 사랑과 연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점점 평범한, 그러면서도 그 속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이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에쿠니 가오리 당사자가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통해서 한 단계 성숙해진 탓이 아닐까? 이번 작품은 그녀의 작품의 변천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추구한 작품인 것 같다 물론 그 속에서 그 동안 느껴왔던 감정은 변함없다 그 점이 그녀의 매력이다 한 번 에쿠니 가오리에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슬픔.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에 대해, 빈틈없이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앞에 엄연히 있을뿐. 나는 이 집에서 그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웬만큼 잘 맞는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되기 힘들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j 2005.01.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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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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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눈물이 그렁~거리다 주르륵 흘러내렸다. 꼬맹이의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벌써 몇 번이나 읽었는데도..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데도.. 나 역시 꼬맹이의 절망 앞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일개 여자 스파이로 다시는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의지가 있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것이.. 죽는 것이 아닌, 죽어갈 수밖에 없는... 꼬맹이의 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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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눈물이 그렁~거리다 주르륵 흘러내렸다.

꼬맹이의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벌써 몇 번이나 읽었는데도..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었는데도..

나 역시 꼬맹이의 절망 앞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일개 여자 스파이로 다시는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의지가 있어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것이.. 죽는 것이 아닌, 죽어갈 수밖에 없는... 꼬맹이의 현실이다.

그 현실은.. 절망이다.

 

p.144

"부족한 거 없어."

나는 말했다.

"당신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애인은 미소를 띠고,

"그거 다행이로군."

하고 대꾸했다. 내 안에서, 설명이 안 되는 위화감이 생겨나고, 나는 하마터면 웃어버릴 뻔한다. 아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29일__

 

 

어쩐지 나는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참담한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체념적인 기분..

 

다 커버린 꼬맹이처럼 내게도 가끔 '절망'이 찾아오곤 한다. 지독한 외로움을 동반하고서.. 내게 말한다. 이런데도 견딜 수 있겠어??

그런 날엔.. 소리내어 엉엉~ 울고 싶지만, 내 뜻과는 달리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절망이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게 수면제 한 알을 먹고 잠들어 버린다. 그렇게 눈과 귀를 막아버리면, 때때로 절망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순순히 물러나준다. 다행히도..

 

달콤해 보이지만,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웨하스 의자'..

그 의자가 꼬맹이에게 맞는 행복이라 꼬맹이는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 나도 어쩌면.. 내 행복도 그런 게 아닐까~ 불안해 한다. 너무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갖을 수만 있다면.. '웨하스 의자'를 갖고 싶다. 그리고 냉동고를 사야지. 아님, 투명한 냉동고를 만들어야지. 그리고는 내 '웨하스 의자'를 넣어 두고두고 지켜내야지..

 

 

p.44

몇 번의 죽음. 나와 동생을 둘러싼, 갑작스러고, 친근하고, 그리고 위엄 있는.

나와 동생은 죽음은 평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은 언젠가 우리를 맞으러 베이비 시터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신의 철모르는 갓난아기인 것이다.

 

p.49

내 아틀리에는 잡다한 온갖 것들이 널려 있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그래서 내게는 다른 어떤 장소보다 편안한 곳이다. 아마도 분위기의 문제이리라. 이 방의 분위기는, 나의 체온과 심장 박동수와 피의 농도와 감정의 파도에 호응한다. 문을 열어놓아도, 신기하게 아틀리에의 공기는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 젤리처럼 엉겨, 가만히 그곳에 머물러 있다.

 

p.71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p.132

나는 갑자기 두려워진다. 그래서 다음에 애인을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고 새각한다.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 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줘야 한다고. 자유 따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2012년 12월 5일--

YES마니아 : 로얄 j*******7 2012.12.0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삶과 죽음, 그 역설적 의미
"삶과 죽음, 그 역설적 의미" 내용보기
에쿠니 가오리입니다. 저는 그녀가 쓴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쉽고 편안하거든요.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로 흔히 그녀를 소개하는 글에는 ‘감성작가’라는 말이 붙어있어요. 아마도 그녀가 쓴 글 속에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교훈 보다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감성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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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쿠니 가오리입니다. 저는 그녀가 쓴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쉽고 편안하거든요.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로 흔히 그녀를 소개하는 글에는 ‘감성작가’라는 말이 붙어있어요. 아마도 그녀가 쓴 글 속에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교훈 보다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감성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편안하고 쉽게 쓰인 문체에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일본소설을 깔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꼭 소설이 어려워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감성작가면 어떻고 칙릿이면 어떻고 장르소설이면 어떻습니까.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 아닌가요? 꼭 그렇게 무거운 책을 쓰는 작가만 고집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야 이 책을 추천해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먼저 이 책은 1장부터 51장까지 자잘하게 나뉘어있습니다. 240페이지 가량 되는 책에서 이렇게 많은 수의 장이 나오려면 한 장에는 몇 페이지 할애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시겠지요? 처음에는 저도 꼭 소설의 흐름이 장을 바꿔가면서 뚝뚝 끊기는 것 같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법에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여자는 불쑥 불쑥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생각에 잠겨있다가도 누군가 그녀의 방을 방문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쏠리기도 합니다. 사람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책의 구성이에요. 원래 사람이라는게 항상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생물은 아니잖아요? 이리 건너뛰고 저리 건너뛰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을 하다가 문득 지금과 관련도 없는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사람을 참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정신없는 것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 다듬어진 느낌? 하지만 본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흐름을 잘 표현하고 있답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는 언제나 절망과 외로움, 슬픔, 죽음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이런 어두운 단어들이 반복적으로 나와요.

 

슬픔.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에 대해, 빈틈없이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앞에 엄연히 있을 뿐. 나는 이 집에서 그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웬만큼 잘 맞는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되기가 힘들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 일처럼 바라본다. (130p)

 

  그녀는 이런 어두운 단어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읽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들에게만 말해줍니다. 마치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그녀 마음속에 있는, 그녀만 아는 또다른 존재인 양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것이 기쁘기도 하고 때로는 버겁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죠. 그녀는 삶이라는 것에 갇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사랑을 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그이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자신에 갇혀있는 거라고. 애인이 없는 삶은 그래서 삶이 없는 것이고 즉 죽음과 연계됩니다. 애가 있고 가정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 사랑에 매달려 이렇게 저렇게 삶에 끌려 다닙니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나 생각해오던 죽음을 꿈꾸지요. 애인이 없는 삶을 그려보지만 애인을 사랑하기에 그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마음은 ‘웨하스 의자’로 나타납니다.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71p)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71p)

 

  그녀는 살고 싶은 걸까요, 죽고 싶은 걸까요? 그녀의 내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독자도 모릅니다. 그녀는 죽고 싶기도 하고 살고 싶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시겠죠?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아, 정말 세상 살 맛 안 난다고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있음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런 이중적인 모습을 그녀 안에서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목욕하면서 하얀 몸뚱이를 보고 살아있음에 안도하고 기뻐하기도 하지만 애인과의 헤어짐을 생각하며 죽음을 그리기도 합니다. 책 전반에 걸쳐 나오는 이런 역설적인 마음이 꼭 제 마음 같다고 느끼며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애인과 헤어지고 죽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접해오던 터라 죽음은 그저 어떤 시점에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것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오게 되어 있으니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죽음은 찾아오지 않고 애인이 그녀를 다시 찾아오죠. 굶어서 거의 죽어가던 그녀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다시 삶이라는 곳으로 가두어 놓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싫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함께 휴가 계획을 세우며 책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그 뒤로 그녀는 삶을 긍정하며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끊임없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어느 날 찾아온 죽음에 그렇게 가버렸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네요. 죽음을 슬퍼하지 못하는 것은 안 된 일이지만 그녀는 죽음을 슬퍼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슬퍼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니까, 죽음은 곧 자유라고 생각하니까 그편이 그녀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을까요?

 

“잘 들어. 나는 죽으려고 했던 게 아니야. 다만 죽어가고 있었지. 병원에 가서도, 당신을 만나서도, 이렇게 식사를 하면서도, 그것은 변함이 없어. 나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 그건 슬픈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슬퍼하지마, 믿어.” (242p)



s*******2 2009.07.1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책 - 웨하스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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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스타일의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된다는 말은 많은 독자들도 그녀의 감성에 동감하며 살아간다는 말이 아닐까.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고독함.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지만 난 외롭다. 역설적인 문장이다.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이며 사랑조차도 고독함을 잊기 위해서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고독하다가 아닐런지.. 사람은 변하고 또 그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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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스타일의 소설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이 된다는 말은 많은 독자들도 그녀의 감성에 동감하며 살아간다는 말이 아닐까. 인간 본연의 외로움과 고독함.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지만 난 외롭다. 역설적인 문장이다.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이며 사랑조차도 고독함을 잊기 위해서 하지만 결론은 그래도 고독하다가 아닐런지.. 사람은 변하고 또 그래야만 하지만 나중에 내 가치관이 바뀌어도 지금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그녀만의 스타일이 있으며 책 한권을 다 읽고나면 한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가슴이 뜨겁다. 그녀의 소설을 설명하기에는 소설의 담긴 분위기가 강해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녀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하는 편이 나을런지도.. 따뜻하지만 동시에 차가운 이야기책. 읽고 난 후에도 무언가 계속 생각하게끔 하는 책.
s********3 2005.08.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녀가 선택한 웨하스 의자
"그녀가 선택한 웨하스 의자" 내용보기
나는 자신을, 애인의 인생의 사랑방을 빌려 더부살이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낀다. 그의 옵션으로. 그의 인생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처럼. p.112   그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가 2001년에 쓴 「웨하스 의자」의 주인공이다. 중년에 접어든 삼십대 후반인 그녀는 애인은 있지만 결혼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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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신을, 애인의 인생의 사랑방을 빌려 더부살이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낀다. 그의 옵션으로. 그의 인생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격리되어 있는 것처럼.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있는 것처럼. p.112


  그녀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그녀는 에쿠니 가오리가 2001년에 쓴 「웨하스 의자」의 주인공이다. 중년에 접어든 삼십대 후반인 그녀는 애인은 있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여자다. 직업은 화가. 하지만 주 수입원은 스카프와 우산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사귄지 6년 된 애인은 골동품점과 헌책방을 운영해 경제적으로는 윤택한 편이지만,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있다.


그녀는 절망과 고독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자신은 마치 홍찻잔에 곁들여진 각설탕처럼 여겼다고 말할 정도로 어릴 적부터 말이 없는 어린애였는데 말 없는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 역시 또래와 함께 있는 것보다 어른과 함께 있는 것을 훨씬 좋아했다고 한다.

아마 ‘어른스러운 아이’라는 얘기를 들었겠지. 그러나 그녀는 어른스럽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어른’으로 자랐다.


그녀는 그녀의 엄마와 다르게 음식을 할 줄 모른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면 애인이 음식을 만들어 준다. 애인이 없을 적엔 심지어 동생의 남자친구가 밥을 짓는다. 그녀의 애인은 목욕탕에 껴 있는 곰팡이를 제거해준다. 보통의 성인 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그녀는 하지 못한다. 그녀는 혼자서는 밥을 잘 챙겨먹지 않는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가 혼자서도 밥을 잘 챙겨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배가 고파서이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든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녀는 애인을 사랑하고 그가 없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온전히 그를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는 그 이상의 것을 얻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를 부양하고 가정을 꾸릴만한 정신적인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녀는 예민하다. 그리고 자유를 사랑한다. 학교생활을 싫어했던 것,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자유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가 좋아하던 과자로 만든 웨하스 의자. 위태롭지만 달콤하다. 그녀의 생활이 그렇다.

부인과 아이가 있는 애인을 온전히 가질 수 없어 외로움을 느끼지만, 어쩌면 고독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인지도 모른다. 투박하고 단단한 건빵,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조강지처가 건빵 의자에 앉아야 한다면 그녀는 기꺼이 위태로운 것을 알면서도 웨하스 의자에 앉을 것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좀 더 예민하다. 그래서 보통 사람보다 천진

난만 하고 때가 덜 묻었다는 느낌을 받는 때가 많다. 그만큼 순수해야 할 수 있는 게 예술인지도 모르겠다. 창작을 하는 것 자체가 無에서 有를 창조해내는 고통스런 작업일 것이므로. 그녀 역시 예민하고 천진난만하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섬뜩하다. 알면서 부리는 어리광. 그래서 더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모르면서 부리는 것은 어린아이의 것이겠지만 알면서 이러는 것은 어른의 것이기 때문이다.


애인과 있을 때, 나는 세계에 부족함이 없다고 느낀다. 바다에 있든 거리에 있든. p.65

우리는 자유롭고, 그리고 갇혀 있다. p.62


그녀는 다 갖은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것도 갖지 못한다. 그녀는 갇혀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 애인의 정부이기 때문이리라. 유부남과의 사랑이 아닌, 일반적인 연인과의 사랑이었다면 그녀는 이토록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으리라.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갇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야. 인생은 황야니까.”

히스클리프?"
동생이 말을 돌린다.

“그래. 폭풍의 언덕이지."

동생은 잠시 생각하고서, 하지만,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샛길이란 게 있잖아. 모두가 다녀서 자연스럽게 생긴, 좀 더 걷기 쉬운 길이 분명히 있잖아.”

나는 그만 웃고 만다.

"그래, 그렇지.”

라고 대답하고서, 생각한다. 나는 애써 태어났으니, 스스로 샛길을 만들고 싶다고. p.165


그녀는 스스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샛길을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길로 가면 편안하고 안락하겠지만 좀 더 걷기 쉬운 새로운 길을 만든다. 그 길은 혼자 만들기는 어렵지만 분명 살림을 하고 아이를 뒤치다꺼리 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소설은 두 사람이 카프리로 여름휴가로 떠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소설 속의 ‘그녀’를 곰곰 살펴보면 아마 그 후에도 둘은 그대로 일 것 같다. 나이를 더 먹어서도 스스로 식사를 차려먹지 않고, 화장실 곰팡이 청소를 하지 않을 것이며 허브차를 즐겨 마시고 애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애인의 몸을 거부하지 못하는.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고 그녀가 선택한 인생의 샛길과 가장 잘 어울릴 것이므로...

YES마니아 : 로얄 h******6 2011.05.0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