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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빌어올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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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하기 위해 동무들과 땅을 알아보러 다닌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귀농은 아득해 보입니다. 텃밭을 가꾸라며 그냥 땅을 내어주는 고마운 분도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스물다섯 이후 나는 늘 과적이고 과속이었다 과잉이었다 가끔 펑크가 나기도 했다 재생 타이어를 쓰기도 했다 마음은 늘 목적지에 가 있었다’(「내 뒷모습이 보인다」). 마음은 늘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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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하기 위해 동무들과 땅을 알아보러 다닌 지도 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귀농은 아득해 보입니다. 텃밭을 가꾸라며 그냥 땅을 내어주는 고마운 분도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습니다. ‘스물다섯 이후 나는 늘 과적이고 과속이었다 과잉이었다 가끔 펑크가 나기도 했다 재생 타이어를 쓰기도 했다 마음은 늘 목적지에 가 있었다’(「내 뒷모습이 보인다」). 마음은 늘 귀농이라는 목적지에 가 있지만 도시에 붙박혀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참 여러 겹으로 친친 묶여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까요. 아마 도시 생활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지요. 그런데도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배기량이 엄청난' '욕망'(「나의 딜레마」) 때문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삶을 강제하는 보다 근원의 힘이 도시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문재 시인은 그 근원의 힘을 '제국호텔'에서 찾습니다. '제국발전소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 시민은 시민이, 아니 생명체가 아'닐 정도로 그것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제국호텔에 연결된 '전원이 곧 삶'(「제국호텔 - 더이상 빌어올 미래가 없다」)인 셈입니다. 그리하여 '이곳 원주민들은 @에 모여' 삽니다. 제국이 통제하는 '디지털 정책은 완벽 완전'하여 '원주민들'은'잃어버린 감수성을 회복할 것'(「제국호텔 - 비밀번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프런트에서 왼쪽으로 이십 미터를 가면 스타벅스 / 오른쪽으로 다시 백오십 미터를 더 가면 맥도널드다 / 아침을 먹고 다시 돌아와 이메일을 연다 / 돈에서 건강, 여행에서 포르노까지 스팸, 스팸, 스팸 / 언제나 접속되어 있는 e-인간들'(「제국호텔 - 서부전선 이상없다」)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제국의'네트워크는 근본주의자들의 테러를 능가'하여 '혼자 외로운 아침'조차 '혼자 있을 수 없'(「제국호텔 - 9월 22일 아침, 외롭다」)습니다. 제국에 접속되어 '중국서 자란 고추 / 미국 농부가 키운 콩 / 이란 땅에서 영근 석류 /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토마토 / 적도를 넘어온 호주산 쇠고기 / 식탁'(「식탁은 지구다」)을 차리는 우리 원주민은 끝내 제국의 전원을 뽑을 수 없는 것인지요. 시인은 언플러그드로 사는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처음 며칠간은 휴대폰 벨소리가 수시로 들렸습니다 / 라디오조차 들을 수 없는 오지에서 벨소리가 환청으로 들린 것이지요 / 혼잣말을 할 때에는 손가락으로 무릎 위를 톡톡 치기도 합니다 / 전원(電源)에 연결되어 있던 삶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 환청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향기들이 기습했습니다 / 한 홉씩 코를 틀어막는 냄새들이라니요 / 아픈 몸은 후각에 흔쾌해지면서 한 칸씩 몸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서신」). '꾹 눌러 전원을 끈'(「격포에서」) 몸은 '그곳에서 멀어진 만큼' '활발'(「신새벽에 나를 놓다」)합니다. 가벼운, 그러나 '꼿꼿하게 홀로 선'(「파꽃」) 충만입니다. 파꽃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 꼿꼿하게 홀로 선 파는 속이 없다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05.03.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