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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 속으로 빠져든다. 의외로 빨리 읽히고 재미있는 시들. 시 속에 빠져들기 전까지, 시는 그냥 감상적이어서 별로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잘 쓴 시들은, 오히려 재미있다.
"그가 나를 버렸을 때/나는 물을 버렸다/내가 물을 버렸을 때/물은 울며 빛을 잃었다-'낙타의 꿈'중에서"
누군가가 나를 버리고 나는 물을 버리고 물은 상처받고. 이런 표현들이, 오히려 재미있는 것은 아마도 언어가 주는 상쾌함이리라. 정결한 언어가 주는 시적인 상쾌함은 나에게 이 시집을 끝까지 읽게 하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때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주곤 했을 때/어둠에도 매워지는 푸른 고추밭 같은 심정으로/아무 데서나 길을 내려서곤 하였다 - '길에 관한 독서' 중"
그냥, 느낌이 좋아, 그리고 읽는 게 즐거워서 시를 따라 간다. 내용이 주는 상징적 의미는 깊이 생각하지않는다. 그건, 나중에 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많이 알았을 때 따져 볼 일이다. 그저, 시적 언어가 주는 상쾌함, 상쾌한 시가 주는 즐거움, 그 길을 따라 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시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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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연이에게서 선물받은 시집
- 이문재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그가 참으로 고독하고 세상의 어두움이란 어두움은 다 짊어지고 가는 어른 같은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의 시에는 길, 죽은 사람이 쓴 책, 저물다 등과 같은 단어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시집의 색을 논해보라 한다면 짙은 회색이라 하겠다.
- 그는 오랫 동안 한 곳에 쭉 머무르며 거주하지 않고 이리저리 이사를 많이 다닌 모양이었다. 옛 집을 버리고 새로운 공간으로 가야만 하는, 전학 가기 싫은 어린 아이의 냄새가 난다.
- 축축함, 질퍽함 그 위에 이문재 시인은 발자국 하나라도 자신의 자욱을 남긴다.
- 시를 읽는 독자의 마음에도 그의 발자국이 새겨지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