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섹슈얼리티에 관한 한 모두가 공범인 사회..
"섹슈얼리티에 관한 한 모두가 공범인 사회.." 내용보기
한국사회와 성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정치영역에서의 성폭력과 성희롱은 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처음 성희롱이라는 말을 우리에게 알려준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터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건은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어이가 없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섹슈얼리티에 관한 한 모두가 공범인 사회.." 내용보기

한국사회와 성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사회의 모든 부문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정치영역에서의 성폭력과 성희롱은 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처음 성희롱이라는 말을 우리에게 알려준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터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건은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어이가 없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희롱사건으로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기도 했다. 왜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성희롱이, 그것도 사회지도자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저질러지고 있는 걸까?

 

이 책은 이처럼 우리사회의 가정, 직장, 사회를 불문하고 모든 영역에 퍼져있는 섹슈얼리티의 실태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보고서라 할 만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성희롱 혹은 성추행 사건은 그 뿌리가 어디에 닿아있는지, 그리고 우리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관음증 및 점점 대담해지는 성문화는 어디에서 기원하고 있는지를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실상은 어떠할지라도 합법적인 성관계는 오로지 부부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는 부부간의 사랑을 논하는데 있어서 성관계를 떼어놓고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부부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부부간 성관계에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부가 소통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성적인 친밀성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결혼내 성관계가 꼭 안전하기만 한 것일까? 섹스리스 부부, 부부강간, 혼외정사가 빈번한 한국사회에서 결혼제도 중심의 성규범의 존재는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결혼 밖의 성을 선택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사회는 그 동안 성폭력의 구도를 명확히 하고, 위험한 성을 근절시키기 위한 제도와 법을 만드는데 많은 담론을 쏟았지만, 그렇다고 특히 나아진 것도 없지만,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부부관계 내의 섹슈얼리티는 안전한 성역으로 생각하여 관심이 없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기에 그것은 오로지 부부 사이의 문제, 가족문제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부부 사이에도 성정치학은 존재한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결혼제도와 경제적 문제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적배타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흔히 부부로서 산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성적배타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러기 가족은 부부가 자녀 양육 공동체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명목 하에 부부간의 정서적, 성적 친밀성을 무시하는 가족형태이다. 그런 삶을 선택하는 순간 배우자의 성적배타성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있어 성매매는 조직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인식된다. , 그들은 집단적으로 성을 사고 파는 것을 놀이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외성관계에 대해서 배우자가 보이는 반응도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남성들은 자신들의 논리와 생각대로 결혼관계 안과 밖을 넘나들지만,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여성들은 대체로 묵인한 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약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정내 성적 불평등 관계가 직장과 사회에까지 이어지고, 그것이 바로 성정치학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모든 기업은, 그것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혹은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지를 불문하고, 보수적이고 남성중심의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런 위계적인 조직문화의 특성은 조직생활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는 상사가 어떤 시간에, 어떤 요구를 해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조직문화가 유발하는 성차별적인 조직의 행태 및 성을 상품화하고 비인간화하는 조직내 놀이문화의 특성을 직장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퍼센트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다고 한다. 이것은 달리 말해 조직 내에서 여성이 소수라는 이야기이며, 이는 남성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의 기본전제가 된다고 한다. 성별에 따른 조직내 직무분리는 여성의 일을 가치절하 시키고 있으며, 성별 임금의 차이 역시 성차별의 주요한 내용이 된다. 또한 한국내 조직에서는 이러한 성적차별 외에도 연령에 따른 차별과 복종문화가 조직의 주요한 원리로 작동될 때가 많다. 이러한 원리가 한국사회에서 일반 성인의 가장 대표적인 놀이문화인 음주와 가무로 연결될 때 어김없이 성정치학은 발동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가정과 조직 내에서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성차별은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니 권력을 가진 슈퍼 갑들에 의해 섹슈얼리티는 마침내 한국사회에서 말 그대로 갑의 상징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슈퍼 갑은 누가 뭐래도 고위공직자 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성희롱 사건은 언론에 드러난 것만 해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성희롱 사건은 밖으로 드러나는 순간 언론의 갑 질을 통하여 한낱 가십거리로 되고 만다. 오히려 피해자가 숨죽이고 가해자는 당당하기만 하다.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피해자는 도리어 일자리를 빼앗기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갑과 을의 정치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바로 이런 섹슈얼리티 정치학이 먹고 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기에, 을은 피해자임이 분명하고,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철학자, 심리학자 혹은 페미니스트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단지 개인적인 감정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산물인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또한 인간의 섹슈얼리티는 인간을 존중하는 인권의 시작에서라야 비로소 안전하고 즐거울 수 있는 관계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의 조직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섹슈얼리티 정치학은 바로 이러한 자각 없이 가부장적인 위계질서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동조와 방관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개개인의 자각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바로 정의가 제대로 서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처벌받고 피해자가 보호받는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섹슈얼리티의 정치학은 덜 위험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밖으로 드러내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는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저자는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태반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갑을 정치학의 논리 속에서 묻혀지고, 오로지 피해자 혼자만이 그 고통을 안고 가는 현실에서,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것의 위험성을 직시해야 할 때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서, 그리고 내 가정에서는 이러한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한번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k*****1 2014.09.25. 신고 공감 12 댓글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