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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경험이 좀 된다. 그 중 하나가 학원 강사나 과외 선생이었는데, 강사나 선생의 직함을 붙이기에도 송구할 정도로 능력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 그저 돈을 좀 벌겠다고 무작정 한달이고 두달이고 혹은 그 이상이고 벌인 일이었다. 그래서 같이 돌이켜보는데 나도 지금쯤은 족히 성인이 됐을 '누군가의 그녀'라는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겠지, 절대. 책속의 그녀는 주인공 준희의 그룹과외선생이다. 묘령의 여인. 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릴만한.
주인공 준희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치근대고 대시하고 그녀와 엮이길 시도하는데, 그 시도가 참으로 어설프고 또 보고있자면 자신도 그녀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낯뜨겁고 부끄러운 어린애의 치기만이 느껴져 읽다 민망한 적이 많다. 그녀에게 자신만만하게 데이트를 신청했다가도 막상 거리에서 만나 밥을 먹으려 해도 어른스러운 장소에는 불편함을 느끼고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를 편하게 느끼기도 하고, 금방이라도 어설픈 스킨쉽을 할 것처럼 굴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해보라고 해도 도리어 당황하며 놀라기 일쑤다. 준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설정이 좀 극적이고, 실제 십대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나치게 순수하달까.
[ "기형도의 <오래된 서적>이라는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지.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내 인생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한때 꽤 좋아했지." ]
라는 말을 하는 성인 여자라면 문득 어느 순간 사춘기 소년의 마음에 박힐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더불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페이지를 꼽아둔 부분이기도 했다.
준희가 하는 이런 부끄러운 행동들은 어머니의 부재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읽히는 면이 있는데, 십년 전 쯤 나온 책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글쎄 요즘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부재한 대상을 다른 누군가에게 투영할까 싶은 마음이 든다. 게다가 그렇게 어설프게 '작업'을 거는 '시도'들을 할지도 모르겠어서 현실성이 결여된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했다. 과외 선생님에게 부재한 모성을 기대하는 십대 소년이라, 오히려 준희가 진짜로 과외 선생님을 대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과 욕망을 느꼈다는 것이 더 진짜 같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세상과 내가 많이 더럽혀져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어딘가 균형이 좀 부족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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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의 4번째 책. 도서출판 바람의 아이들은 2004년 1월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로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유아들을 위한 알맹이 그림책, 저학년을 위한 돌개바람, 고학년을 위한 높새바람, 청소년을 위한 반올림으로 컬렉션이 나뉘어 있다. 주인공 김준희는 평범한 남학생이다. 대개의 중학생들이 그렇듯 과외를 받고,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서에도 눈을 뜨고, 대학은 갈 수 있을 지 걱정한다. 그런데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그녀'가 있다. 나보다 20살이나 많은 나의 그녀. 그녀는 바로 논술 과외 선생님이다. 준희의 어머니는 바로 논술 과외 선생님 나이인 32살에 병으로 일찍 죽었다. 어머니는 미인이셨지만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지금껏 직장이 없이 떠도는 인생이다. 할머니는 준희를 보살펴 주시지만 준희는 만족스럽지는 않다. 마음놓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바로 나의 그녀다. 논술 선생님은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남자답게 다가가고 싶다. 데이트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그녀와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속상하다. 논술 선생님은 나에게 <데미안>을 추천해준다. 알을 깨고 나와라. 준희는 결국 알을 깨고 나온다. 오랫동안 자신을 좋아해준 여자친구도 보게 되고, 가수가 되고 싶어 집에서 가출한 정준희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준희의 아버지도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한다. 할머니께서는 매우 기뻐하신다. 어쩌면 준희의 이야기는 오늘날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무턱대고 공부하고, 무턱대고 사랑하고, 무턱대고 어울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인생의 나침반이 되는 어른이 있을까? 아마 준희의 고모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훌륭한 급여를 받는 것이 인생의 다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미래를 강요받고 있을 것이다. 보라빛 표지의 매혹적인 나의 그녀는 그런 준희에게 꿈을 꾸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현실을 알려준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데미안>을 청소년 버전으로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