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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삶에 대한 사진적 기록"...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만인의 삶에 대한 사진적 기록"...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내용보기
문득 문득 기억 나는 책이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가 ‘울림’을 주는 책들이었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을 나는 ‘비눗방울의 무게만큼이나 세상을 가볍게만 살 줄 알았던 20대’에 처음 만났었다. 그때 팍팍한 생활의 가난함과 고단함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최민식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
""만인의 삶에 대한 사진적 기록"...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내용보기

문득 문득 기억 나는 책이 있다. 곰곰 생각해 보면 모두가 ‘울림’을 주는 책들이었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을 나는 ‘비눗방울의 무게만큼이나 세상을 가볍게만 살 줄 알았던 20대’에 처음 만났었다. 그때 팍팍한 생활의 가난함과 고단함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최민식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처음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삶은 내게 ‘픽션’이 아닌 ‘논픽션’으로 다가왔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러니까 ‘모든 일에 지치고 흥미를 잃게 마련인 서른 살이 훌쩍 넘어’버린 2005년에, 새롭게 나온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을 서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똑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최민식의 종이거울에 비친 슬픈 얼굴의 주인공은 여전히 이 땅의 ‘그저 착한 아들 딸’, ‘등짝에 모진 짐처럼 지고 살아도/ 못나지 않은 백성’, 그러나 ‘가슴이 뜨거워 구린내 나는 자유를 마다한’ ‘당당한 백성’들이었다.

우선 먼저 든 생각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 연락이라도 온 것 같은 ‘반가움’이었다. 그러나 그 반가움은 이내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 최민식, 이 양반은 여태.......?” 하는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그것도 서럽도록 착한 인간이 거기 있기에 나의 카메라는 눈물을 삼키며 진실의 셔터를 힘차게 휘둘러 왔고, 더욱 전진할 것이다.”

그랬다. ‘팍팍한 생활의 가난함과 고단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느꼈던 당혹감의 실체는 ‘사진과 현실 사이의 시간 차이’가 아니라 ‘나와 현실 사이의 인식 차이’ 때문이었다.

세상과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는 데 내가‘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되자(그걸 무슨 수로 거부할 수 있겠는가?), ‘슬픈 얼굴을 담은 종이거울’은 ‘과거를 회복한 현실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내 눈은 세상과 현실의 남루함을 ‘애써’ 외면해 온 것일 뿐이었다.

브레히트는 어떤 책에서 ‘사진이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찍어내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실을 은폐하여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한 적이 있다. 나는 이말을 실체에 있는 이면(二面)의 이면(裏面)을 들춰낸 이면(異面)의 진실을 보아야 한다고 해석한다.

“세상을 위해 나의 사진은 사랑을 담으려 합니다.”라는 최민식의 말이 순도 100%의 진정성을 갖는 것은 “나의 카메라 워크는 절대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호기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통찰과 분노의 사회 고발인 것.”이라는 작가의 사진철학 때문이다. 그렇다. 최민식의 종이거울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최민식의 종이거울은 우리에게 세상의 진실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촬영해 온 작가는 “나는 오직 현실을 투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 앞으로도 사진에 생애를 걸 작정이다.”라고 쓰고 있다. 그렇듯 이 책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오롯이 한데 담겨 있다. 맞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종이거울’을 통해서 과거를 비춰 오늘을 읽게 하고 미래를 보게 하는 ‘한국 현대사책’이기도 하다.

책의 사진과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연대기 혹은 서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만인의 삶에 대한 사진적 기록’이라는 의미에서 또 다른 ‘만인보(萬人譜)’라 할 수 있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무엇보다 사진과 함께 바로 그 사진을 찍은 최민식의 글이 나란히 실려 있어서 좋다. 작가의 삶 이야기와 사진 철학에 대한 글이 모두 실려 있어 ‘한국 리얼리즘 사진미학의 대부’라 불리는 최민식을 이해하는 데 안성맞춤인 책으로 보인다.

이번에 새로 들어간 여러 편의 글 가운데 ‘디지털 카메라의 도전’ 역시 ‘찍는 것보다는 지우는 게 더 많은’ 요즘의 디카족과 이미지세대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읽어볼 만한 글이다.

‘사진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진실한 마음을 읽는다’는 최민식의 사진과 글은 결국 “인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랑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 말고 더할 다른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한 예의’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는 “그 서럽도록 인간”을 줄기차게 담아 온 ‘작가에 대한 예의’를 갖게 되었다. ‘자신과 타인과 역사에 대한 세 가지 믿음’을 갖고 있는 사진가에 대한 예의 말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세상 사람들과의 얽힘을 통해 이 세상에 제대로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기를!!

[인상깊은구절]
"나의 카메라 워크는 절대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이나 호기심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대한 통찰과 분노의 사회 고발인 것이다. 나의 사진은 고난과 시련을 겪는 인간으로서의 아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사진 속에 담겨 있는 인물의 고통에 직면하게 하였다. 이것은 비참하고 불쌍하다는 동정의 의미보다 인간이 누려야 할 삶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아픔이었다."

m****t 2005.01.0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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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들, 하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는 얼굴들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들, 하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는 얼굴들" 내용보기
수년 전 지방의 한 책방 책장에 꽂혀 있는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 처음 최민식의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여자아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에서 무언가를 떠먹고 있는 푸른색 표지의 책을. 그때 난 무심히 그 표지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고, 그 속에는 표지 사진과는 다르게 흑백사진이 한 컷 한 컷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들, 하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는 얼굴들" 내용보기
수년 전 지방의 한 책방 책장에 꽂혀 있는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 처음 최민식의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여자아이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에서 무언가를 떠먹고 있는 푸른색 표지의 책을. 그때 난 무심히 그 표지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책장을 넘겼고, 그 속에는 표지 사진과는 다르게 흑백사진이 한 컷 한 컷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흑백사진들..... 그리고 얼마 전 새로 단장한 같은 제목의 책 한 권을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게 되었다. 처음엔 같은 책을 재판했구나 했는데, 글들을 읽어보니 작가가 새로 찍은 사진들과 새로 쓴 글들이 여럿 실려 있었다. ‘사진 산문집’이라고 이름을 달고 나온 책들을 보면서 때론, 사진이 주는 ‘열린 의미’들을 보는 이로 하여금 찾을 수 있게 길을 열어두어야 할 텐데 하는 아쉬움도 따랐었는데,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이 사진을 찍은 작가가 직접 쓴 것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요즘이야 뭐 디카족이 많아, 순간순간의 풍경들을 쉽게 담아낼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슬픈얼굴’에서 느껴지는 깊이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맨살로 드러나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와 고스란히 느껴지는 슬프지만 빛이 보이는 최민식의 사진들...... 그의 사진들은 때론 상처로 보이는 것들이 ‘상처’로 남지 않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도 남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듯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6 2005.01.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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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도록 착한 이웃에 대한 작가의 사랑
"서럽도록 착한 이웃에 대한 작가의 사랑" 내용보기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사람을 담은 사진하면 의례 사람들은 최민식을 이야기 한다. 최민식은 벌써 50년 째 가난한 이웃을 사진에 담아 왔고 또 모순된 세상을 담아 왔다. 최민식이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때의(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모순 투성이다. 그 시기 최민식의 고민과 사진에 대한 입장이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에 고스란히
"서럽도록 착한 이웃에 대한 작가의 사랑" 내용보기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사람을 담은 사진하면 의례 사람들은 최민식을 이야기 한다. 최민식은 벌써 50년 째 가난한 이웃을 사진에 담아 왔고 또 모순된 세상을 담아 왔다. 최민식이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때의(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모순 투성이다. 그 시기 최민식의 고민과 사진에 대한 입장이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최민식은 참으로 고집불통이다. 오히려 그것이 최민식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아닐까 싶다. 그의 사진은 지금껏 단 한 차례의 변화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람과 세상을 담았으며, 그 사람과 세상은 흑백 필름 속 흑백 종이거울 속에 때로는 남루하게 때로는 처량하게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희망의 모습으로 담겨지는 것이다. 이러한 최민식의 고집은 작가 자신의 일관된 사진관과 사상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어떻게 찍는가' 보다는 '왜 찍는가'가 더 중요하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바뀌지 않았다. 작가는 사회의 대변자이며 목격자이며 증언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을 통해 역사를 조명하고 만들어 내는 작업과 별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는 주장! 요즘은 사진이 넘쳐나는 때이다. 인터넷에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어낸 사진들이 잔뜩 들어 앉은 블로그들이 지천이다. 또 왠만한 사람들이면 핸드폰도 디카폰을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이러한 사진의 범람은 세상에 대한 애정이 아닌 사람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기 위안적 성격이 더 강하지 않을까? 어쨌든 디지털카메라를 좋하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비록 흑백필름을 끼워넣고 다니는 한 노사진가의 이야기이지만, 비록 글은 무척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계의 문제도 나이의 문제도 아닌 마음의 문제이기에 꼭 권하고 싶다.
s*****e 2005.01.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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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간을 향한 개안(開眼)
"인간의 인간을 향한 개안(開眼)" 내용보기
1.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릴 때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하여 4년 전쯤에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가 요즘은 거의 딸아이 차지가 되었다.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놀려고 외출하는 경우에는 꼭꼭 챙기고 가끔씩은 학교에도 가지고 다닌다. 그걸 보고 나는 처음에는 만류했으나 요즘은 그냥 모른 척 놔두고 있다. 사 달라고 그렇게 조르는 핸드폰을 아직도 사주지 않고 있으니,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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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릴 때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하여 4년 전쯤에 장만한 디지털 카메라가 요즘은 거의 딸아이 차지가 되었다. 주말에 친구들과 함께 놀려고 외출하는 경우에는 꼭꼭 챙기고 가끔씩은 학교에도 가지고 다닌다. 그걸 보고 나는 처음에는 만류했으나 요즘은 그냥 모른 척 놔두고 있다. 사 달라고 그렇게 조르는 핸드폰을 아직도 사주지 않고 있으니, 디지털 카메라라도 실컷 가지고 놀려무나. , 이런 마음이 작용한 탓이다.

그렇다. 디카는 딸아이에게는 장난감이다. 제법 비싼 장난감이다. 그러니 딸아이가 디카를 가지고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도 재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가끔씩 들여다보면,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딸아이는 포토샵을 이용하여 더 짓궂게 편집해서 자기 미니 홈페이지에 올리곤 하는 눈치이다.

 

이처럼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진군해 들어오는 디카의 위세 앞에서 빛이 바래지는 것은 비단 아날로그식 필름 카메라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이문재 시인의 산문집에 보면, 요즘 한국의 신세대들은 선생님이 칠판에 써 놓은 것을 노트에 적지 않고 디카로 찍는다고 하니 말이다. 이 경우 디카는 펜이자 노트이며 또한 복사기인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요즘 젊은이들은 음식을 먹고 난 뒤에 거울을 보지 않고 대신 디카로 자기 치아를 찍어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디카를 거울로 사용하는 이러한 발상을 참으로 기발하다고 감탄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문재 시인은 이 풍경 앞에서 우리의 신체에 새롭게 장착된 눈을 떠올리며 탄식한다.

이렇게 디카로 찍어서 바로 확인해 보는 전자거울 속의 우리 얼굴에는 삶의 진실한 모습을 담고자 하는 진지함기다림이 조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얼굴은 확인하고 나면 바로 삭제되고 말 운명이니 얼마나 헛되고 덧없는 것인가!

 

이와 견주어 볼 때, 열정과 뚝심의 사진작가 최민식이 필름 카메라로 찍어 인화해서 보여주고 있는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은 너무나 다르다. 그 슬픈 표정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고, 인터넷의 홈페이지가 아니라 낡은 사진첩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 이 무슨 까닭인가 

그 까닭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당신 손에 들고 있는 디카를 잠시 옆으로 밀쳐두고 그의 책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2.

 

사진작가 최민식의 사진과 글을 담고 있는 책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사람 담은 최민식의 사진 이야기라는 부제가 잘 말해주고 있듯이 사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지금까지 모두 12권을 출판한 그의 개인 사진집들이 모두인간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듯이, 사람은 그가 50년 동안 사진 작업을 하면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주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100여 점이 넘는 그의 사진 작품들도 단 세 점을 빼놓고는 모두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국 코닥 사의 조사에 의하면 매년 만들어지는 사진의 90% 이상이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하니, 인물 사진으로만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뭐 그리 유별난 일이냐고 

 

하지만 그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최민식의 전 작품들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최민식의 카메라에 포착된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생생하고 압도적이어서 보는 이의 가슴으로 곧장 육박해 들어와 강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 그 면면을 한번 보도록 하자.

거리의 모퉁이에서 불편한 자세로 앉아 국숫발을 빨아올리고 있는 여자 아이, 제 나라의 번영을 말하는 선거 벽보 밑에서 막 잠이 든 가난뱅이, 지나온 삶의 굴곡만큼이나 깊고 거친 주름살들이 얼굴을 가득 덮고 있는 노인, 고무가죽으로 감싼 아랫도리를 질질 끌면서 사람들의 자비심을 구걸하고 있는 앉은뱅이, 커다란 보퉁이를 이고 지고 열차 칸에서 나오고 있는 시골 아줌마들……

열거하자면 한이 없는, 이렇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바로 이 책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얼굴들이다. 그 슬픈 얼굴들에서 우리가 충격을 받는 이유는, 그들은 우리가 애써 잊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며 동시에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최민식은 서른 살 무렵 사진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후, 단 한 순간도 그 얼굴들을 잊지 않았고 또 외면하지도 않았다.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인생이 끝나고 삶이 죽음으로 변화하는 그 순간에 당신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그리고 그때 당신은 인생을 어떻게 추억할 것인가 라고 물었다. 나는 오랫동안 소외받은 이들을 나 자신과 함께 나누어 왔다. 그들과 나는 섞여 짜인 직물 같은 것이었으며 그들을 제외한 어떤 제스처로도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전 중량의 힘으로 그들을 안았다. 그리고 그들 속에서 내 마음속의 빈 곳이 채워지고 안도를 느꼈음을 고백한다. (31)

 

이처럼 그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마치 섞여 짜인 직물인 양 한 몸처럼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어린 시절 그가 겪은 뼈저린 가난의 체험이 작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체험을 시대와 세상과 연결시켜 생각할 줄 아는 깨인 역사 의식, 그리고 고난과 괴로움 속에서 오히려 아름다움과 기쁨을 느끼는 역설적인 미의식을 그가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50년을 한결같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모습만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외길 인생을 살지 못했으리라.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고 있는 슈바이처 박사와 마더 테레사 수녀, 그리고 화가 밀레와 작곡가 베토벤의 삶과 예술도 그에게 이러한 인생관과 예술관을 심어주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어려움은 차라리 인생의 벗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삶은 고해(苦海).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될 때,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182)

 

진부할 수도 있는 이러한 깨달음은 몹시 소중한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에 바탕을 두고 삶과 세상을 바라보면 전과는 전혀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시선으로 다시 최민식의 사진들을 들여다볼 때, 종이거울 속에 떠오른 슬픈 얼굴들은 더 이상 슬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절망 속에서도 꼿꼿하게 피어 오르는 생명력과 가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가 책 끄트머리에 부친 글에서 적절하게 지적한 것처럼, 인간의 인간을 향한 개안(開眼)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게 눈뜬 우리의 시신경이 결국 가 닿는 곳은 머리가 아닌 가슴일 터이고, 그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휴머니즘, 더 쉬운 말로 하자면 사랑일 터이다. 그래서 최민식은 이 책을 펴내면서 세상을 위해 나의 사진은 사랑을 담으려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카메라와 선한 의도 그리고 숙련된 기술과 재능만 있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사진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재능이 있다고 다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한 치열함이다. 사진에 필요한 끈기와 집념으로 창작하려는 끈질긴 근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곧 사진가의 재능이다. (97)

 

김열규 교수가 계산해 놓은 최민식의 작업량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야말로 사진가로서의 진정한 재능을 갖춘 사람임을 알게 된다. 매일 36장짜리 필름을 15통씩 찍어댄 작가, 그리하여 한 달이면 1 6,200, 한 해면 자그마치 591 3,000장을 찍어대 작가가 바로 최민식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러한 작업을 한두 해가 아니라 50년 동안이나, 그것도 오직 사람이라는 하나의 주제에만 매진해 왔으니, 그가 찍은 사진에 인간의 혼이 담기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3.

 

이처럼 최민식은 단순히 사람의 겉모습을 찍는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넋까지도 포착해서 사진 속에 담아냄으로써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이것은 한평생 사람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을 파고 든 열정의 승리인 동시에 흑백 필름 사진만을 고집한 뚝심의 승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1967최민식스타 사진가로 선정이 되어 영국사진연감에 그의 사진들이 실렸을 때, 한 평자는 그를 두고 카메라의 렘브란트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의 흑백 사진들이, 어두운 창에 비치는 희미한 빛으로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던 렘브란트의 그림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 스스로도 흑백 필름이야말로 인간의 진실을 가장 잘 담아내는 사진 매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디지털 카메라가 아무리 위세를 떨치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그리고 흑백 사진으로 우리 자신과 이웃들의 얼굴을 찍어 나가는 그의 작업은 그가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찍은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이 그 슬픈 표정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기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얼굴들을 바라보며 나도 그들이 들려주는 서러운 인생 얘기에 맞장구도 쳐주고 웃기도 하면서, 그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그들은 바로 어린 시절의 나이며, 내 누이이며, 내 부모이며, 내 삼촌이며, 내 할머니이기도 하니 말이다.

 

나는 세상에서 잊힌 사람들을 찍는다. 볼품없이 일그러지고 불쌍한 자들이 곧 나라고, 생존의 무서운 슬픔을 느껴 보라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사는 외로움을 보라는 외침을 듣는다. 내가 전하는 것은 자신의 운명에 대결하여 씨름하고 있는 슬프고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다. 사진 속의 아득한 시절, 아득히 먼 사람들이 내 곁으로 와서 운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그들의 서러운 인생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 (160)

c*****t 2007.10.23.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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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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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여름,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내 책이 아니였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강 대강 사진만 훓어봤지만,몇몇 사진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   지난 가을, 이 책을 또 보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내 책이 아니였지만...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사진이랑 그의 글까지 차근 차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결심했다.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사지 않겠다고...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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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여름,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내 책이 아니였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강 대강 사진만 훓어봤지만,몇몇 사진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았다.

 

지난 가을, 이 책을 또 보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내 책이 아니였지만...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사진이랑 그의 글까지 차근 차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결심했다.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사지 않겠다고...

그리고, 이런 사진도 찍지 않겠다고...(찍을 능력도 안되겠지만..)

왜냐하면, 이 책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

 

 

이 불편(?)한 책을 새해부터 주문해서 읽고 앉았다.--;;

 

"씨팔, 인생... 너무 짠~ 하지 않냐?"

 

하며..아무런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화내며 지껄이고 싶었었는지.

 

 

#2.

그의 사진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사진속의 불편함이 껑충 껑충 뛰어나와서 춤이라도 출 것 같다.

 

최민식님의 사진에 대한 가치관,태도 역시 사진만큼이나 짠~하다.

 

 

위화의 '살아간다는 것'을 사진집으로 만든다면... 이런 책이 될 것같다. 아쉽게도 배경은 중국이 아니고, 우리 나라 대한민국이 되겠지만.   

YES마니아 : 로얄 c******m 2010.01.24. 신고 공감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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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시선을 가진 작가의 거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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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아버지와 우리의 어머니 또 우리의 아이들이 울고 웃는 모습으로 작은 거울속에 투영되어 우리의 삶 속에.. 또 다른 기억속에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그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 분명 쉽지 만은 않았을텐데 작가는 일생을 그들의 모습을 담기위해 분주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 책은 50년간 작가가 담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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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아버지와 우리의 어머니 또 우리의 아이들이 울고 웃는 모습으로 작은 거울속에 투영되어 우리의 삶 속에.. 또 다른 기억속에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그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 분명 쉽지 만은 않았을텐데 작가는 일생을 그들의 모습을 담기위해 분주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 책은 50년간 작가가 담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작가의 내면과 함께 옮겨져 있다.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이웃을 바라본 그의 감성이 놀랍기만 하다. 작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소망했으며, 외로움과 슬픔에 젖은 이들과 마주하며 함께 하기를 원했다. 가난한 자의 행복만큼 진실한 것이 없다고 믿었으며 그의 사진이 그 모든 사람들에게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고 생각해 왔다. 35mm의 작은 카메라를 들고 홀로 찾아나선 그 머나먼 여정이 언제쯤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여정의 종착역이 어디가 됐든, 언제가 됐든지 간에 작가가 원하는 모든것들이 또 다른 시선으로 그의 렌즈에 들어와 다시 볼 수 있는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사진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최민식 작가라면 한번 쯤은 들어 봤으리라 생각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일상의 모습과 사람들의 진솔한 내면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기억속의 추억도 꺼내어 볼 수 있길 바란다.
b********2 2005.01.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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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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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것들에 대하여>책에서 본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이, 그것도 서럽도록 착한 인간이 거기에 있기에 나의 카메라는 눈물을 삼키며 진실의 셔터를 힘차게 휘둘러 왔고, 더욱 전진할 것”작가는 이렇게 말했는데, 정말 책을 보면 작가의 말이 가슴에 팍팍 와닿는다~   여러 주제에 맞게 많은 사진들이 있고 작가의 글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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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것들에 대하여>책에서 본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인간이, 그것도 서럽도록 착한 인간이 거기에 있기에 나의 카메라는 눈물을 삼키며 진실의 셔터를 힘차게 휘둘러 왔고, 더욱 전진할 것”작가는 이렇게 말했는데, 정말 책을 보면 작가의 말이 가슴에 팍팍 와닿는다~

 

여러 주제에 맞게 많은 사진들이 있고 작가의 글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최민식 작가에게 한층 다가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것에 대하여>보다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좋은 사람에게 선물을 했더니 그도 이 책을 가장 맘에 들어 했다..

 

소장 가치는 최고인것 같다.


 

g********3 2007.10.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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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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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종이거울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재미있다. 가난한 농부만 그린 밀레의 정신으로 밀레의 그림을 닮은 가난한 서민들의 사진을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사진 뿐만 아니라 글에도 똑같은 그의 인생관과 삶이 녹아 있다. 외면하고 싶은 아픔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어떨 땐 똑바로 쳐다보기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게 한다. 하지만 사진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잊고 지내던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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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종이거울이라고 표현한 것이 참 재미있다. 가난한 농부만 그린 밀레의 정신으로 밀레의 그림을 닮은 가난한 서민들의 사진을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사진 뿐만 아니라 글에도 똑같은 그의 인생관과 삶이 녹아 있다. 외면하고 싶은 아픔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어떨 땐 똑바로 쳐다보기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게 한다. 하지만 사진 속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잊고 지내던 먼 친척이나 매일 스치듯 가까이 살고 있는 낯모르는 이웃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리고 힘들었던 시절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을 닮은 낯익은 얼굴과 꾸민없는 표정을 발견하게 되면 거부할 수 없는 정감을 느끼게 된다. 지은이는 자연보호와 독서를 권하기도 하고 겉멋만 추구하는 요즘 사진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외면한 채 살고 싶은 현실에 과감하게 카메라를 들이댄 저자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g***d 2005.1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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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노래하는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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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흑백사진은 시간마저도 지워버렸다. 사진 하단에 쓰여진 촬영연도가 아니었다면 사진의 나이를 알 수 없었으리라.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영원하듯, 지독할 정도로 들러붙던 가난 역시 영원했다. 그랬기에, 빛 바랠지언정 사라지진 않는 사진에 갇혀버린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1920년대 후반 태어나 지금까지 이 땅에 두 발을 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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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흑백사진은 시간마저도 지워버렸다. 사진 하단에 쓰여진 촬영연도가 아니었다면 사진의 나이를 알 수 없었으리라.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영원하듯, 지독할 정도로 들러붙던 가난 역시 영원했다. 그랬기에, 빛 바랠지언정 사라지진 않는 사진에 갇혀버린 과거의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1920년대 후반 태어나 지금까지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있는 사진 작가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남들보다 이른 시기에 카메라를 두 손에 쥔 그에게 담을 수 있는 세상은 ''가난'' 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라 하여 부자가 없었겠는가. 그의 사진 속 가난한 순간들의 노래는 다분히 그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이 한 마디의 질문을 던져놓고 고뇌했을 그가 택한 답은 다름 아닌 ''민중''이었다. 사진을 통해 그는 세상을 고발하려고 했다. 세상 곳곳 널려 있다 못해 너무 흔해서 어느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한다고 여겼던 존재들, 하지만 그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세상이었다. 경쟁에서 낙오한 인생이라고, 세상에 융화되지 못한 존재라고 그들의 삶은 정의될 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낮은 높이의 질을 지녔을지라도 그것 역시 하나의 삶임을 우리는 부정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는 두 눈 똑바로 뜨고 현실을 응시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어느 순간 존재감마저도 무색하게 만드는... 작가가 담은 것은 그런 광경이었다. 아무렇게나 바람에 흩날리다 못해 마구 엉켜버린 듯한 머리카락, 이미 닳을대로 닳아버린 천을 옷이라고 걸친 사람들. 혹자는 작가를 두고 가난한 이들의 영상을 팔아먹는다 매도하기도 했다. 혹자는 작가의 사진을 두고 지독한 호기심의 발현이라고 폄하하기도 했겠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아니었다면 어느 누가 그들을 주목했을까? 아울러, 그 역시 배웠노라고 했다. 사진을 통해 현실을, 우리에게 너무도 가까이 다가와 있는 가난의 실상을...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듯, 그의 사진 역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은 단순한 사회상을 뛰어넘어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 아닐까 한다. 사진을 찍으며 그는 숱한 가난과 만났을 것이다. 어느 가난이 조금 더 깊고 덜 깊고를 따지는 것만큼 바보같은 짓도 없으리라. 그런지라 셔터를 누르기 위한 만남 하나하나가 서글픔일 수밖엔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슬픔을 이겨내고 탄생한 것이 그의 사진이다. 슬픔을 담되 슬픔에 빠지지 않음으로써 완성될 수 있었던 사진들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삶이 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득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것이 서툴 수밖에 없는 이십대의 위치에서 어느덧 80을 바라보는 작가의 위치를 꿈꾸는 것은 삶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그의 사진이 담고 있는 진한 흑백의 대비만큼이나 굽었을 그의 삶을 오늘 난 부러워해 본다. 무언가에 미칠 수 있는 열정을 지녔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열정과 함께 하고 있는 그의 삶을...
이달의 사락 q*****2 2005.1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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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 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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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두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성(사회참여성)과 예술성(상징성) 이 두가지 중 어디에 더 중심이 있는지 아는 것이 사진 감상의 포인트일 것 같다. 박해를 많이 받아서 인지 문체는 뻣세고 거칠다. 사실주의 사진에 대해 신념이 강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애정의 강도로 이해가 된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난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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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두가지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성(사회참여성)과 예술성(상징성) 이 두가지 중 어디에 더 중심이 있는지 아는 것이 사진 감상의 포인트일 것 같다. 박해를 많이 받아서 인지 문체는 뻣세고 거칠다. 사실주의 사진에 대해 신념이 강했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애정의 강도로 이해가 된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모두 똑같은 인간이다 비판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안될까? 가족사에 제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퍼부었던 애정의 전제 조건은 가족을 만든이상 가족들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고 난 다음이라 생각한다. 유교를 잘못 이해한 폐단 중 하나는 내 가족에게는 소홀할 수 있지만 남에게는 홀대할 수 없다는 사고 방식이다.(다른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나를 비롯한 가족은 불행해도 상관없다는 식..오래가지 못한다. 오래 유지했다면 누군가 짐을 대신 져준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스타일의 사람들은 끝까지 자기를 고집한다는 것이다.왜? 고집이 바로 그 사람을 버티게 한 생명줄이었으니깐...) 그런 사람들은 흔히 밖에서는 성인군자요 집에서는 폭군 노릇하기 십상이다. 왜 수신제가 이후 치국평천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최민식 선생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 딸이 가난한 사람들을 팔아서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라고 심하게 말했지만 표현만 부드럽게 했다면 정곡을 제대로 찔를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현대인들은 가족이기주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가족 중심이다
d*******u 2005.0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