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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었을 무렵 여섯살이 많던 선배 누나와 술한잔을 했다. 이런 저런 이야
기를 하다가 서른이 되니 20대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선배 누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마흔에 가까워지니 자기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일 지도 모른
다. 하나씩 하나씩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늘어
나는 것일 지도 모른다. 평생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던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
에 대한 감정들이 조금씩 흐려지고 그러면서 이해하고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
게 된다. 그런 감정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20 30 40이었다. 물론 여자
들의 감정의 흐름과 변화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어도 그 흐름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의 반증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색다른 느낌으로
찾아온 영화가 바로 이 영화 20 30 40이었다.
보여주는 이야기의 진행 방법을 살짝 틀었다는 점에서 더욱 독특하게 다가오는 영
화이기도 하다. 20대 30대 그리고 40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여자가 주인공인 이 영화
는 대부분의 비슷한 영화들이 이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을 서로 연결하고 묶는
방법을 취하는 것에 비해서 끊임없이 이들이 서로 마주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도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스튜디어스인 30대의 주인공은 비행
기에서 20대의 주인공을 만나고, 공항에서 딸을 배웅하는 40대의 주인공을 만나지만
그렇게 스쳐지나갈 뿐이다. 마찬가지로 고민을 하며 방황하던 20대의 주인공은 40대
의 주인공이 운영하는 꽃집 앞에서 잠깐 쇼윈도를 통해서 꽃을 바라보고 서로 시선이
마주치지만 그냥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출근을 하는 30대의 주인공이 택시를 잡는
곳은 바로 40대의 주인공이 하는 꽃집이다. 이런 식으로 각각의 주인공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마주치지만 그들의 삶은 각각 존재한다. 단지 그들은
하나의 공간만을 공유할 뿐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이 영화를 비슷한 다른 영화
들과 다르게 만드는 부분이 된다. 즉 그들의 삶은 그렇게 철저하게 개인의 삶이며 각
자의 고민은 그 세대의 한 단면이기는 하지만 결코 그 세대를 모두 대표하지 않는다
는 것을 이야기한다. 물론 그들 각자가 각자의 방법으로 각 세대를 지나면서 그 비슷
한 고민을 했을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영역에 머문다. 그리고 이 영
화 20 30 40은 그 모든 이야기들을 개인의 영역에 가두는 방법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완전한 공감보다는 저런 삶도 있구나 하는 정도에서 멈추게
한다. 결코 정답을 주지도 않고 고민을 함께하자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쩌
면 영화를 보는 이들의 삶이었을 지도 모르는 하나의 가능성을 통해서 이 영화 20 30
40은 더 큰 울림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전해준다. 살짝 동성애의 감정을 느끼는 20
대의 주인공도,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30대의 주인
공도, 남편의 불륜으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40대의 주인
공도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영화는 거리두기를 통해
서 그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이야기를 멈춘다. 영화는
짧지만 인생은 길기 때문에 각자의 대답은 각자가 찾아야 하기 때문에 단지 하나의 가
능성만을 보여준다. 나이를 먹고 자라면서 한 번쯤은 만날지도 모르는 고민들을 보여
주면서 이렇게 고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에서 멈춘다. 이것이 정답입니다
라고 말하는 순간 영화가 주는 감동이 사라지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 순간
에 멈춘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영화 속 그녀들의 삶도 계속
된다. 나름의 고민을 갖고, 그 고민을 풀어가면서 그녀들도 우리도 살아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