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시민과 함께 읽는 여순사건 저자: 강성호, 권오수 외 3명 출판사: 선인 출간연도: 2025년 3월 4일 한반도 해방 이후 비극적으로 남은 역사 중 하나인 여순사건(여수·순천 10·19 사건)은 단순한 군사 봉기나 반란으로 치부할 수 없는 복합적 성격을 띤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군 제14연대 일부 병사들이 제주 4·3사건 진압명령을 거부함으로써 시작되었지만, 이후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이 광범위하게 발생하였고, 피해의 규모와 고통은 오랜 세월 동안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왔다. 『시민과 함께 읽는 여순사건』은 이러한 배경과 전개, 그리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체에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내용으로 증명해내며 당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군 내부의 이념적 갈등, 명령 체계의 혼란, 정부의 무차별 진압 등이 결합되어 지역 전체를 뒤흔드는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군사 명령을 거부한 병사들과 군경 간 충돌이 있었고, 이후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일이 잇따랐다. 피해 규모를 정확히 밝히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전라남도가 1949년 11월 집계한 사망자만도 11,131명에 이르렀고, 최근의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유족의 신고가 6,498건, 진상규명 신고가 193건이 접수 및 조사 진행 중인 것만 놓고 보더라도 대규모 희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겪은 깊은 트라우마이며, 국가적 책임이 따라야 할 역사이다. 여순사건은 제주 4·3사건,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묻는 중요한 지점이다. 다만 광주나 제주만큼 대중적 기억 속에 자리 잡지 못했고, 정식 조사나 제도적 보호는 늦게 이루어졌다. 그러던 중 2021년 6월 29일에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과 함께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신고 접수 기간이 연장되었고, 시행기관과 절차적 기반도 점점 마련되고 있다. 이는 지역 시민사회와 학계 및 유족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얻은 결실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부모를 잃거나 유년기를 영문도 모른 채 고통스럽게 살아야 했던 이들의 증언이다. 그들은 70여 년간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억울함과 고통스러운 삶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왔고, 책은 그 무게를 기록으로 남긴다. 말없이 묻혀 있던 상처, 잊히고자 했던 시간이 얼마나 깊은지를 생각하면, 단순한 연민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역사적 책임이 엄중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여순사건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전남, 전북, 경남 일부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진압 과정의 절차적 부적정, 명령 체계의 불투명성, 국가기관의 책임 회피 등이 동시에 드러났다. 사건 이후의 재판 절차와 군법회의의 운영 문제, 증빙 자료 부족 등은 유족들의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을 더욱 어렵게 하였다. 하지만 최근 특별법 제정으로 희생자 및 유족의 명예 회복 절차가 공식화되었고, 문제 해결을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을 이룬 것 같다. 이러한 변화는 인권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시대가 불허한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 시대가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국가 폭력 앞에서 약자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사회, 진실을 은폐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시민과 함께 읽는 여순사건』을 통해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엔 여순사건의 내용이 없거나 단 한 줄로 서술되어 있다. 여순사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참고 해 볼 수 있는 책이 출판되어서 참고 서적으로도 제격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대중적으로 많이 읽혀져 여순사건이 고통의 기록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권 감수성과 연대의 토대를 새롭게 세우는 계기가 되어 이 사건이 앞으로 더 많은 이에게 알려지고, 희생자들의 명예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애도하며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