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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는 독일의 대부분의 교회가 나치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버렸을 때에 고백교회를 조직하여 끝까지 순수한 복음을 지켜나갔던 위대한 신학자이자 목회자이다. 나치 정권이 그를 히틀러 암살조직에 가담한 죄목으로 체포하여 사형을 시키기 전까지 그는 나치 정권에게 타협하지 않았으며, 끝까지 자신의 조국과 조국 교회의 순결과 거룩을 위하여 투쟁하였다.
<윤리학>, <행동과 존재>, <신도의 공동생활>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친구 에버하르트 베트게가 편집하여 출간한 <옥중서간>도 그의 생각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미국 유니온신학교로 초빙받아 미국에서의 신학교수 생활을 제의받기도 하였으나, 본회퍼는 조국이 사악한 지도자와 정권에 의해 침몰해 가는 것을 보고 그의 조국으로 다시 돌아와 나치 저항운동과 비밀신학교 운영을 통한 진실한 목회자 양성에 힘을 기울였다.
나치 정권의 불의에 대항하여 폭력 투쟁의 길을 선택한 본회퍼의 용단은 1970-80년대 군사정권 치하에 있던 한국의 젊은 지성인들에게도 많은 통찰과 도전을 제공해 주었다. 그의 "비종교적 기독교", "성숙한 세계", "비밀훈련" 등의 개념은 후대 신학자들에게 신학 사상의 발전의 화두를 던져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짧은 생애로 말미암아 스스로는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본회퍼의 대 나치 투쟁이 마치 한국이 일제치하에 있을 때에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하였던 한상동, 주남선을 비롯한 고신파 운동과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상동과 주남선이 정작 일본총독부의 직접적인 박해보다는 그들에게 아부하고 충성하려 했던 친일파 목사들에게 더 시달림을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본회퍼와 그의 고백교회운동 역시 독일의 주류교회와 목회자들에 의해 배척당하고 시달림을 많이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의한 정권를 판단한 지식과 그들에 대항할 용기가 없었던 자들은 자신들의 무지와 비겁함을 만회하기 위해 지혜롭고 정의로운 자들을 더 앞장서서 박해하고 고발하고 탄압했던 것이다. 고신파와 본회퍼의 교회개혁운동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투쟁의 길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몇 달 만 본회퍼가 더 살아남았다면 전쟁의 끝을 볼 수 있었을텐데, 그가 젊음의 때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하지만 영성과 행동이 일치된 그의 신학과 삶을 통해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살아가게 된다면 그의 희생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우리는 오직 이 세상의 삶을 철저히 사는 것을 통해서만 믿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