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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한 송이가 다다미 위에 떨어지는 소리로 시작한다. 다이스케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 오른손을 심장에 얹는다.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 장면에 많은 것이 압축되어 있다는 것은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였다. 외부의 작은 충격 하나가 그의 심장을 자극하고, 그는 그것을 손으로 누르려 한다. 이 반복이 끝까지 이어진다. 다이스케는 서른 살의 무직자다. 아버지의 돈으로 꽃과 책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세상의 모순을 꿰뚫어보는 냉소와 섬세한 탐미적 감수성을 갖춘 지식인으로 자처한다. 하지만 그 고고함의 실체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다른 공포가 보인다. 노동이 자신의 순수성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두려움 ?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사유하고 탐미하는 것 외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능에 대한 공포를 에고가 허용하는 언어로 촘촘하게 덮어놓은 것이 아닐까. 작품 속에 흰색 꽃은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흰색은 다이스케의 고고한 정신을 표상하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닥쳐올 붉은색 세계에 대한 방어 체계의 색이기도 하다. 꽃 향기, 물, 고요한 공간 ? 다이스케는 이것들로 과잉된 신경을 정돈하고 자신의 흰색 세계를 유지했다.
중후반부에 다이스케가 미치요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이는 장면이 있다. 오래 억눌러온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그는 공간을 준비한다. 방 안에는 흰색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미치요가 들고 온 백합도, 수반에 꽂힌 은방울꽃도 모두 흰색. 바깥은 여름의 열기로 가득하지만 그 방은 감각을 정돈시키는 공간으로 꾸려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물이다 ? 다이스케는 가장 맑은 물을 주려 안달복달하고, 미치요는 꽃 향기 밴 수반 물로 충분하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자연의 순수성을 향한 두 사람의 온도차가 이 짧은 교환 하나에서 선명히 갈린다. 다이스케의 순수성은 결벽이고, 미치요의 순수성은 수용이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억눌린 심장을 품고 있다. 다이스케의 심장은 이성이 끝내 통제하지 못해 수시로 새어나오고, 미치요의 심장은 아이를 잃은 후 서서히 망가져 있다. 심장은 이 작품에서 '자연의 본능'의 다른 이름이다. 문명이 억압하려 해도, 이성이 통제하려 해도 끝내 버텨내는 것.
여름의 열기가 쌓이면서, 종종 등장하는 지진이 다이스케의 예민한 심장을 자극한다. 그러나 예민해 보이지 않고 무뎌보이기만 했던 서생 가도노가 던지는 한마디가 있다.
반딧불이는 어둠 속에서만 빛을 내는 존재다. 전등이 없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빛. 다이스케가 흰색 세계 안에서 지키려 했던 것도 그런 종류의 빛이었다. 근대화라는 전등이 켜지는 순간 보이지 않게 되는, 그러나 끝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가도노는 그것을 알고 말한 게 아니었지만 소세키는 그 말을 거기에 심어두었다.
아버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흰색 세계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무너진다. 탐미주의와 경제적 기반이 사실 같은 뿌리에서 자라고 있었음이 폭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냉소는 여유 위에서만 가능했고, 순수성에 대한 결벽은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자의 사치였다. 다이스케는 그것을 알면서도 몰랐던 것이다. 이 작품의 백미로써 붉은 비장미가 터져나오는 마지막 장면 ? 다이스케는 뜨거운 거리로 뛰어나간다. 빨간 우체통, 빨간 양산, 빨간 풍선, 빨간 전신주.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든다. 흰색이 마침내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이 해방처럼 읽히지 않는다. 미치요는 이미 사라져 있고, 불은 혼자 타오르고 있다. 다이스케가 그토록 억눌러온 붉은색은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를 덮친 것이었다. 메이지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전혀 세월에 침식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유하는 인간이 자본화된 세계와 충돌할 때마다 다이스케는 다시 출현한다. 구조가 이런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구조 안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을 읽는 정직한 방식이다. 메이지 시대에도 다이스케 같은 인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인간 표본들은 넘치도록 많다는 점에서 역사의 반복성과 인간 내면 작용의 패턴을 충분히 음미해볼 수도 있었다. 다이스케의 하얀색을 얼마나 품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의 붉은색과 온갖 어지러운 색상들이 훼손시킬 수 없는 내 안의 하얀색은 어디까지인지를 더듬어 본다. 그 하얀색이 풍겨내는 꽃향기는 우리 인생을 생활이 아닌 삶으로써 풍성하게 할 것임을 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창 밖의 붉은색은 거대해져 있는 시기이기에 이 작품이 내게 휘두르는 임팩트는 어떤 작품보다 강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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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케는 술의 힘을 빌려야만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그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진심을 털어놓겠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삼 이렇게 미치요를 대하고 보니 처음으로 한 방울의 알코올이 그리웠다. 몰래 옆방으로 가서 평소 마시던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청천백일 아래 평소의 태도로 상대방에게 공언할 수 있어야만 자신의 진심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이라는 장벽을 쌓고 그 엄호를 받고서야 대담해지는 것은 비겁하고 잔혹하며 상대방을 모욕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 관습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미치요에 대해서는 조금도 부도덕한 동기를 갖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 스스로를 비열하고 인색하게 만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다이스케는 미치요를 사랑했다. 00. 이거 내가 진짜 아끼고 좋아하는 책임. 진짜 얼마나 좋아하냐면 나쓰메 소세키를 싫어하게 될까 봐 다른 책을 못 읽었을 정도로. 01. 근데 이제는 좀 읽어 볼라고. 산시로도 읽고 문도 읽고 마음도 읽고 우미인초도 읽을 거다. 02. 나쓰메 소세키가 사랑한다는 말을 달이 아름답다는 말로 에둘러 번역한 이유가 궁금하면 그 후를 읽어 보면 됨. 03. 뭔가 힘은 없고 물 탄 것처럼 밍밍한데 난 이게 너무 좋다. 초독하고 시간이 좀 흘러서 이 부분이 왠지 너무 낭만적이었다고 기억되는 거임. 친구한테 보여 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담담한 문장이라 좀 민망했다. 04. 근데 나는 그래서 좋다. 05.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싶은 것, 이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랑. 06. 남동생이 있었다면 사랑은 다이스케처럼 하라고 말해 줄 거다. 그렇게 말해 줄 남동생이 없어서 아쉽진 않다. 07. 내가 또 제발 읽어달라고 매달려서 친구가 이 책 읽고 다이스케 나 같다고 했는데 한 5년 전에 읽은 기억으로 엥? 아니야, 대답했다. 이번에 다시 읽는데ㅎ 내가 소세키랑 친했으면 고소했을 거임. 한량으로 사는 것도 존나 나임. 08. 현암사 판(맞춤법 완벽)이 좋다고 하던데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내 취향으로 번역한 건 민음사 판 같음. 미치요는 웃으며 입지 않았다. 미치요는 웃으며 입지 않았다. 미치요는 웃으며 입지 않았다… 09. 그리고 뭔가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가 생각 났다. 뉴랜드 아처의 사랑은 마구 비웃으며 읽었는데 다이스케와 미치요의 사랑은 진짜 배덕감 1도 없고 너무 절절하게 읽힘. 히라오카 덕분이겠지. 네 다음 쓰레기 10. 하루키가 이거 읽고 오마주해서 노르웨이의 숲 썼다며. 아니 도대체 어디가 닮았지? 하고 읽다가 어느 부분을 오마주한 건지 알아버렸거든요… 싫어… 너무… 너무 싫어요… 11. 그냥 뭐 시대며 사회며 감안하고 읽긴 하는데 아무래도 눈썹이 올라가는 부분은 가끔 있음. 근데 참아 줄 만함. 난 진짜 존나 예민한 사람인데 믿어 봐 진짜 참고 읽어 볼 만함. 12. 예전에는 다이스케에게 온 마음을 주고 읽었는데 이번에는 미치요의 삶이 흘러들어오더라. 너무 불행한 결혼생활. 우메코의 체념도 그냥 넘길 순 없었음. 99. 할 말은 백 개도 더 있지만 힘들어서 이만 줄임. 100. 읽으세여 |
| 백년전은 지금과 다르다. 편지를 보내서 사람을 부른다.하고 싶은 말도 때와 상황이 맞지않으면 하지 않는다. 살아보지 못한 백년 전의 삶이 무척 고상하다. 소세키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것인가 . 우연히 나는 '문'을 읽고 난 후 역주행 하듯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누군가에게 권한다면 ' 그 후 '다음에 문을 읽는 것도 좋을듯 싶다. 문과 그 후는 주인공의 이름은 다르지만 마치 한 권을 두 권으로 나눈듯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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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스케는 대학 졸업 후 백수로 지내며, 집안의 경제적 지원으로 밥벌이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사는 인물이다. 그는 문명과 사회를 비판하고 먹고살기 위해 하는 노동을 저열한 행위로 보며 노동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면모를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아버지의 경제적에 기대 사는 처지의 무능력한 에고이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아버지가 제안한 혼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여유로운 생활을 그만둬야 할 처지에 놓이고, 그 결혼에 무관심할뿐더러 친구의 아내인 미치요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그는 결국 혼사를 거절하고 아버지와 형에게 버림받게 된다. 그제야 다이스케는 제 발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뜨거운 거리 속으로 걸어들어가는데.. 그 후엔 어떻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작품 내용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긴 다이스케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작품 속 인물의 고뇌와 갈등에 공감하며 읽게 돼서 지루함 없이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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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을 자처하던 지식인 다이스케가 뒤늦게 마주한 사랑을 통해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강렬했습니다. 사회적 관습과 개인의 진실한 감정 사이의 충돌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진정으로 '자신다운 삶'을 선택하기 위해 치르는 대가와 용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였습니다. |
| 나쓰메 소세키를 읽어보고자 한다. '산시로' 이후의 일이라서 '그 후'라고 하던가. 사실 이 고전은 내가 평하거나 논하거나 할 수 없다. 다만 느껴보고 싶었다. 고전, 명작, 인간을 또는 그 당시의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을. 게다가 그 옛스럽지 않은 문장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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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페이지. 뜰을 바라보니 상록수 교목으로 꾸려진 산울타리 꼭대기에 저물어 가는 햇살이 아직 아른거리고 있었다. 다이스케는 밖을 내다보며 앞으로 30분 안에 여행지를 정하기로 결심했다. 아무 때나 적당한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그 기차가 데려다주는 곳에서 내려 그곳에서 내일까지 지내고 지내는 동안 다시 세로운 운명이 자신을 붙들러 오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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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일의 문인이며 과거 천엔권 모델이었던 나쓰메소세키의 대표작이며 중기작인 그후.. 산시로와 문으로 이어지는 나쓰메소세키의 중기 작품이다. 현암사판은 번역도 매끄럽고 책또한 한지처럼되어 있어 전권의 수집욕을 자극한다. 책의 앞쪽에는 칼라로 사진을 채워넣어 나쓰메소세키의 일상과 이작품이 쓰여질때의 상황을 넣고있어 구성이 좋다. 소세키를 처음접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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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부까지는 시큰둥하게 읽다가 어느 지점부터 한 번에 수십 페이지씩 쓱쓱 넘기게 됐다. 갑자기 그렇게나 속도가 붙은 것은 소설의 결말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인데, 무엇보다도 내가 원하는 정착지가 확실했기 때문에 그 약속의 땅으로 어서 가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바램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심지어 어느 황량한 복판에 떨구어진 느낌이다. 과연 소세키의 책이 아니라면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계속 살아남았을지. 전에 읽은 그의 또 다른 이야기 마음과 대비되는 곳이 많았다. 어찌 보면 다이스케는 마음 속 선생님과는 극적으로 반대의 길을 택한 인물인 셈인데, 일로 가나 절로 가나 썩소가 지어지는 최후들이라 헛헛하면서도 피식대며 웃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