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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달중이를 만나다- 한국식 철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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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나는 2년간이나 고등학교에서 윤리와 사상을 공부했고, 덧붙여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논술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다른 고등학생들보다는 조금 많은 철학책을 뒤적거려봤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퇴계 이황은 멀고 낯선 윤리책 속의 인물일 뿐이었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퇴계 이황을 묻는다면, 틀림없이 경, 사단칠정, 이기론 등등의 공허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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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나는 2년간이나 고등학교에서 윤리와 사상을 공부했고, 덧붙여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논술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다른 고등학생들보다는 조금 많은 철학책을 뒤적거려봤다고 자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퇴계 이황은 멀고 낯선 윤리책 속의 인물일 뿐이었다. 지금의 고등학생들에게 퇴계 이황을 묻는다면, 틀림없이 경, 사단칠정, 이기론 등등의 공허한 개념만 쏟아져 나올 것이다-물론 그나마라도 나와준다면 다행일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 아니 어쩌면 학생 아닌 사람들까지도 이황의 사상을 껍질밖에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설명하라면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황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개념을 정립했는지,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하는 것은 누구도 신경쓰려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지폐 속의 인물일 뿐이니까.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 라는 철학소설은 그런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책이었다. 특히 '달중이'라는 인물이 나와 매우 닮아 있어서 달중이의 안동 체험을 내가 직접 체험한 것처럼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이 '퇴계와 안동에 심드렁한' 사람들의 귀를 서서히 트이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영국 여왕의 안동 회화 마을 방문, 연예인 류시원의 본가 이야기(개인적으로 류시원을 안좋아해서 별로 효과는 없었지만-_-) 등으로 '안동'이라는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달중이가 듣게되는 퇴계에 대한 여러가지 일화들은 퇴계를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인물로 느껴지게 했다. 수절이 강요되는 관습을 거부하고 과부가 된 며느리를 개가시킨 퇴계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런 시아버지의 앞에 차마 나서지는 못하고 객주 주방에 숨어 시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며느리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다. 철학소설이라고 해서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황의 사상 얘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황의 사상을 세세히 설명하기보다는 그 원리와 이치만을 가볍게 짚어줌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황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을 쓰신 분의 의도가 보다 많은 사람이 퇴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하게 만드는 거였다면 그 의도는 정확히 들어맞은 것 같다. 독자에게 철학 개념을 집어넣어주려고 과욕을 부리지 않는 소설 형식의 글은 매끄럽고 담담하다. 물론 중간중간에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는 것은 잊지 않는다. 또한 기존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해석이 군데군데서 돋보인다. 이황의 사후 치러진 7000명 규모의 과거 시험에는 채제공이 남인의 위세를 과시하려 했던 의도가 숨겨져 있다든가, 배순이라는 대장장이 제자 한 명만을 가지고 이황을 평등교육 주의자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든가 하는 지적은 무척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은 어느 연령대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지만, 특히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생들이나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윤리를 배우고 있거나 앞으로 배울 학생들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황의 철학 개념들이 쉽고 재미있는 예를 들어 풀이되는 한편, 그 철학적인 생각들이 칸트의 선의지와 같은 다른 사상가들의 이야기와도 연결되면서 철학에 대한 큰 흐름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달중이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방향과 가치를 논하는 인문학적인 고찰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식 철학소설인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는, 조선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였던 퇴계 이황의 지혜를 듬뿍 나눠주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경은 한마디로 주일무적이다." "주일무적이요? 그거는 또 뭐예요?" "주일무적이라는 거는 한마디로 마음이 한결같아서 다른 데로 달아남이 없다는 뜻이라. 내가 지금은 여기 와서 이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원래 내는 대장장이나 한가지다. 대장장이 알제? 그래. 내는 대장장이 아이가? 대장장이한테는 풀무불에 달군 쇠를 망치로 꽝꽝 쳐서 그걸로 쇠스랑을 만들고 호미를 만들 때는 다른 생각 없이 오직 그 일에만 전념하는 거. 그기 경이라."
YES마니아 : 로얄 a*****e 2005.01.20. 신고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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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성실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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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가나를 외우고, 토플시험을 치고,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해 왔던 ‘그냥 공부’에 분명 빠진 것이 있다는 달중이와 같은 생각에 이번 계절학기 수업으로 철학강의를 선택했다. 물론, 학점을 얻는다는 목표도 있지만 말이다. 명색이 인문학도이면서 철학이라고는 고등학교 시절 윤리시간에 마구잡이로 암기했던 것 조차 희미해지는 나였다. 자고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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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가나를 외우고, 토플시험을 치고,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해 왔던 ‘그냥 공부’에 분명 빠진 것이 있다는 달중이와 같은 생각에 이번 계절학기 수업으로 철학강의를 선택했다. 물론, 학점을 얻는다는 목표도 있지만 말이다. 명색이 인문학도이면서 철학이라고는 고등학교 시절 윤리시간에 마구잡이로 암기했던 것 조차 희미해지는 나였다. 자고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벗들과 토론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학문이라고 말씀하시는 퇴계선생을 달중이의 신비한 경험을 통해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철학은 나에게 결계 같은 것을 치고 잔뜩 어려운 척 폼을 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은 류시원, 대장금, 해리포터 등 현실과 맞닿은 소재로 친근하게 퇴계선생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영화’황산벌’과 같은 재미난 발상으로 어릴 적부터 한번은 꿈꿔봄직한 타임머신을 이용해 나를 철학의 입구까지 태워주었다. 이제부턴 달중이가 아닌, 나 성실이 책을 통하여 퇴계선생을 만난 이야기를 들어 볼까??? 퇴계 선생님께. 선생님.천원짜리에 새겨진 모습이 실제와 다르다 할지라도 전 거기서 선생님을 뵈어왔고 지금도 뵙습니다. 저는 2005년에 살고 있는 대학교2학년인 여학생입니다. 훗날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을 남긴 안동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많은 상처를 냈던 이웃나라 일본이라는 곳의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편지를 쓰는 지금은 선생님 후손인 이육사 선생님이 그토록 원하시던 광복을 이루었고 눈부신 경제성장도 이루었으며 월드컵이라고 하는 거대한 행사에서도 4강까지 진출하는 등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일본과도 많이 호전된 관계로 지내고 있구요. 이런 사회 속에서 저는 선생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받고 배운 것을 앞으로 더 배워갈 것을 적어 보려 합니다. 선생님이 사시던 때라면은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우고 거기에 계집이 이러고 있으니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요즘은 달중이의 말처럼 국제관계가 중요해졌거든요. 남녀평등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구요. 선생님께서 배순이라는 천민제자를 두었다고 해서 평등교육을 실천하셨다고 꼭 볼 수 는 없지만 정말 시대적인 한계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당시 열린 사고를 하셨던 분이니 지금의 시대적 특징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수양이 이루어지는 心을 바탕으로 敬을 실천하라는 말씀, 도덕적으로 늘 자기를 갈고 닦으면 자기완성을 하라는 말씀, 평생 실천해야 한다는 것. 곱백번을 들어도 틀리지 않음이 분명하지만 말씀대로 사람마음 즉 인심은 악에 물들기 쉬운지 방학이라는 틈을 타 굳게 했던 결심들은 그새 또 해이해지고 맙니다. 학문이라는 것이 이론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실천 안 하는 제 모습이 보인다면 혼내주세요. 그래도 지금까진 몰라서 실천을 못했으니 귀엽게 봐주실꺼죠? 앞으로는 敬, 그러니까 主一無適의 정신, 마음이 한결같아서 다른 데로 달아남이 없는 오직 전념하는 그 정신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제 마음에 뿌리에 물을 충분히 주어서 어질게 살아갈 수 있는 제가 되겠습니다. 모든 것에 열심히 하는 그런 성실이 되겠습니다. 꼭 실천할게요. 넘어온 밤 열매를 한 개도 주워먹지 않고 옆집에 줄 만큼 선생님처럼 경우가 바르진 않습니다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할게요. 성학십도를 보면 1에서 5장은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6에서 10장은 일상에서 마음의 착한 본성을 길러야 함을 보임으로써 우주와 인간의 통일,즉 인간은 만물과 벗하며 살아야 한다는 배움을 받는다고 하죠.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되는, 인간이 닮아야 하는 질서인 자연을 벗삼아 늘 올바른 마음을 가지려 정진할게요. 어느 경우에나 그 자체로 순수한 가여이 여기는 측은지심,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 겸손한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비지심, 사단을 지니고, 기쁘고 성나고 슬프고 두렵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망하는 상황에 따라 정당성이 달라지는 칠정의 감정을 잘 다스리도록 할게요. 선생님은 사단은 理를 위주로 하고 칠정은 氣를 위주로 한다고 보셨죠. 이 견해는 처음과 달리 사단과 칠정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는 원리만 바뀌지 않은 채 기고봉 선생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죠. 나이에 상관없이 학문(여기서 학문은 단순한 이론이 아님이 맞겠죠?)을 토론할 수 있었던 상대가 있다는 것에 고인의 유계와 대가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세심하게 묘갈명을 지어 줄 상대가 있다는 것에 전 매우 부러웠답니다. 휴대전화를 비롯 메일이며 메신저며.. 연락할 길은 더 빠르고 편한 것들이 넘쳐 나는 세상입니다만 13년간이나 편지를 주고받을 벗은 흔하지 않은 세상이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누군가에게 저도 그런 벗이 생긴다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벗과 토론하는 학문의 한 방법도 가능하겠지요.仁義禮智라는 도덕이 바로 인간의 본질이라는 성즉리설.. 그 우리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리발설..사람은 누구나 자발적으로 도덕을 실천할 수 있는 양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교육과 교화를 중시하고 있죠.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 그러나 요즘은 잔인한 사건들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사 정말 본성은 기르기보다 잃기가 더 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내부의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이상적 사회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성리학의 수용을 불러왔는데 곧 우리사회에도 새로운 사상의 등장하는 것일까요??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라고 까지는 못하지만 이상적인 삶을 위해 요즘 well-being이라는 붐이 불고 있답니다. 왠 쌩뚱맞은 소리인가 싶기도 하시겠지만 관심의 표현이 사상의 수용을 불러온다는 맥락에서 비슷하다 싶어서 말씀 드리는 거에요. 전 방학에 계절학기를 하는 동안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여기서 번 돈으로 이번 여름 혼자 국내여행을 하려고 하는데요. 달중이 때문인지 선생님 때문인지 도산서당, 지금의 도산서원에도 가 볼까 합니다. 서울서 부산까지 자전거로 움직이고 제주도를 거쳐 오는 것이 목표였거든요. 천하를 다니며 견문 잘 넓히고 올게요. 혹 뵐 수도 있을까요?? 헤헷..주일무적.. 이 네 글자를 진심으로 품고 방학을 보낸다면 전보다는 어진 성실이 되어있겠지요. ‘고맙습니다’는 일본어로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랍니다. 이만 줄일게요. 서당에서 마당 쓸고 싶은 성실이 올림. 해이해진 신념을 다시금 굳히게끔 도와준 퇴계선생의 가르침에 감사하면서..
s*******5 2005.08.08.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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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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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나로선 내 전공이 아닌 철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상당한 고충이다.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필요한 부분은 빠지지 않고 나와있는...그런 책이 필요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상당히 만족함'이다. 딱딱하게 학문적 측면에서만 퇴계를 다룬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와 함께 퇴계의 사상을 다루어주었기 때문에 수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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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나로선 내 전공이 아닌 철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게 상당한 고충이다.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필요한 부분은 빠지지 않고 나와있는...그런 책이 필요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는 '상당히 만족함'이다. 딱딱하게 학문적 측면에서만 퇴계를 다룬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이야기와 함께 퇴계의 사상을 다루어주었기 때문에 수업시간용으로는 아주 적격이다. *^^* 뭐...아이들에게 읽어보라 추천도 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백운동 서원이 소수서원이 되었다느니, 도산서원이 원래는 도산서당으로 불렸다느니 하는 부분은 국사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원문 그대로 읽어주었더니 아! 그렇군 하는 표정으로 재밌어했다. 재밌어하며 들었겠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들고 올 여름 안동으로 휴가지를 결정해볼까도 싶었다. 어쩔 수 없는 사학과라서 그런지, 이 책을 들고 안동을 여행하면 구석구석 숨겨진 곳도 잘 찾아다니며 음미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상서당, 퇴계 종택, 병산서원...열화민박도 한번 가보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안동지방 답사를 떠나려는 사람, 고등학생 수준의 퇴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더 깊고 심도있는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아무래도 좀 약하지 싶지만.
d*******h 2005.07.0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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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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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흐르는 강물만 쳐다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더욱이 따스한 햇볕이 내려와 등에 살며시 안기던 구월의 나른한 오후. 나도 모르게 정해진 목적지 없이 떠난다. 혼자면서도 혼자가 아닌 책을 벗 삼아 떠나는 나만의 여행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달중이’가 되어 어느덧 ‘아안도옹’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날, 주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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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흐르는 강물만 쳐다보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더욱이 따스한 햇볕이 내려와 등에 살며시 안기던 구월의 나른한 오후. 나도 모르게 정해진 목적지 없이 떠난다. 혼자면서도 혼자가 아닌 책을 벗 삼아 떠나는 나만의 여행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달중이’가 되어 어느덧 ‘아안도옹’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겨울날, 주변의 권유로 인해 대한민국 정신 수도라고 불리는 ‘안동’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 가게 되면, 막연한 두려움, 적막함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름 모를 옛날 건물을 보며 낯설지만은 않은 가까움을 느끼게 되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을 가진 뒤 어느덧 나도 모르게 병산서원과 같은 호흡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끌려온 곳에서 우연히 들린 병산서원. 지금 돌이켜보면 병산서원에 들리게 된 것은 퇴계 이황선생님에게 다가갈 운명이라는 걸 암시했던 걸까?

퇴계 이황선생님의 제자, 서예 류성룡을 모시는 서원에 가면서부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았던 친척 형처럼 대해준 민규, 쌀쌀맞긴 하지만 살갑게 대해준 미영이, 병산서원까지 오게 해준 여러 어르신들까지.

민규가 “그카믄 행님 니는 1000원짜리에서 마당쇠도 못 봤겠네?”라고 얘기해주면서 관심이 생긴 도산서원. 도산서원을 품고 있던 천 원짜리를 바람에 날려서 잡으려고 하다가 내가 50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갔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도덕책과 국사책에서 배운 퇴계 이황 선생님을 만날 줄이야.

500여 년 전 과거로 돌아갔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만약 배씨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나 같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 수 있었을까? 배씨 아저씨 아니 배순 아저씨가 나중에 퇴계 선생님의 유일한 천민 제자였다는 걸 안 순간 아. 역시 퇴계 선생님 제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멀리서나마 퇴계 선생님을 볼 수 있던 건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

배순 아저씨가 퇴계 선생님하고 대화했던 부분 중 엿들었던 부분이 생각난다. “스승님, 학문이라는 기이 한갓 책을 읽는 데 있는 것이 아이다아입니꺼? 마땅히 천하를 두루 다녀 견문을 넓혀야 하고, 의리 또한 혼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스승과 벗의 도움과 깨우침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꺼?”라고 배순 아저씨가 묻자, 선생님께서는 “그렇네, 자네 말씀이 맞네. 책만 읽는다꼬 그기 학문이 아이제. 천하를 다니면서 견문도 넓히고, 벗들을 만나서 토론도 하고, 기카는 기이 학문이제. 자네 말씀이 맞네. 하지만 뭣보담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장 긴요하니 그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네.”라고 답하셨다.

그 당시에 얼핏 들어서 반쯤 알아듣고 반쯤 못 알아들었지만 방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시 오늘날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학문이라는 것이 이론적인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때 퇴계 선생님과 배순 아저씨가 한 말씀들 중에서 심(心)과 경(敬)이 생각난다. 학문이라는 것은 이론이 정밀한 것보다 그 인격적 완성이 중요한 것이고, 마음이 수양이 이루어지는 바탕이 되는 것이라는 것. 경은 또한 수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는 것.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늘 도덕적으로 자기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이며, 도덕적으로 자기를 완성해 나가야한다는 점. 경이라는 게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실천해야 할 태도라는 점까지.

이러한 말씀들을 들었을 때도 어려웠지만, 지금에서와 다시 생각해봐도 마음을 수양하기 위해선 평생을 노력해야 하는 거 같다. 참 퇴계 선생님께서는 몰라서 실천을 못 하는 것은 괜찮지만 알면서 실천을 못 하는걸. 참된 삶이 아니라고 하셨다. 아. 난 알면서도 실천을 못 하는 것도 되게 많았는데. 엄마한테 학원 안 갈려고 아프다고 핑계된 것도 나쁜 일이겠지. 앞으로 알아야할게 더 많다는 걸 생각하니까 여태껏 제대로 실천 하지 못 하고 공부하지 못 한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국사책과 도덕책에서 아는 것과는 달리 퇴계 선생님은 여러 분야에 대해서 학문적 조예가 깊으셨다. 혼상이라는 걸 두고 성학십도(星學十道) 중 첫 번째 그림인 태극도에 설명해주시면서, 성학십도는 성리학을 압축적으로 정리해서 나타낸 것이며,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 그림까지는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고, 여섯 번째부터 마지막 열 번째 그림까지는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의 착한 본성을 길러야함을 나타낸 점까지. 우주와 인간의 원리를 통일한 위대한 사상이 성리학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선비들은 한문만 읽을 것 같았는데 자연 과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였다. 내가 알고 있던 선비들은 선비들의 일부분만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로 돌아와서 문회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지만, 체육 선생님에 한의사에 건축사까지 하셨다고 들었다. 아픈데 가 있는데 퇴계 선생님께 약이라도 받을걸.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였다. 도산서당이 퇴계 선생님께서 직접 설계하셨다니, 선생님은 음... 정말 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분이셨다. 그리고 보니까 선생님께서는 조선시대의 천재셨구나.

신분계급이 존재하던 조선시대에 배순 아저씨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누군지도 모르는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신, 시대를 앞서나가는 평등 교육을 주창하신 분이셨다. 기고봉과 편지로 논쟁한 것을 보면 나이가 한참 어린 기고봉의 의견을 듣고 퇴계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스승처럼 대했다라고 문회 선생님께 얘기해주셨는데, 퇴계이황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포용력 그리고 넓은 아량과 함께 선생님께서 만드신 예얀향약이 다른 향약과 달리 신분보다는 연령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요즘 같으면 서울대학교 총장까지 지내신 기득권이셨는데, 그런 점을 이용하지 않으시고 제자를 양성하시는데 전념하신거 보면 말 그대로 ‘성인군자(聖人君子)’이셨다.

과거로 나도 모르게 돌아가고 또 나도 모르게 현재로 돌아왔다. 지금은 도산서원이 되어버린 도산 서당을 거닐면서, 잠시 동안 함께 했던 퇴계 선생님, 배순 아저씨와 함께 있는 거 같았다. 도산 서원을 둘러보면서, 배순 아저씨의 동생인 영길 아저씨를 만나자 배순아저씨가 옆에 있는 듯 했다. 문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성리학의 기, 리는 쉬우면서도 어려웠다. 문회 선생님께서 기라는 건 눈에 보이고 형체로 드러나고 운동하는 것을 말하고, 리라는 것은 움직임과 작용이 생기게 하는 어떤 법칙이나 원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좀 더 공부를 해야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거 같다. ‘주기론’과 ‘주리론’은 역사책과 도덕책에서 얼핏 듣기만 하였는데, 문회 선생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얘기를 좀 더 하면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이 나왔다. 퇴계 선생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리발설(理發說)’은 도덕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떠나서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이 드러난 것이라는 점을 듣고 나니,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고 그것이 본성이라고 생각하니 리발설이 쉽게 이해가 되었다.

이러한 성리학이 시대가 지나면서, 사림들의 정치 장악 이후에 인간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처음의 그 정신이 사라지고 이론적 논쟁만 남게 돼서 공소하게 느껴졌다.

퇴계 선생님 같은 분이 조선시대에 몇 분만 계셨어도 우리나라의 역사가 달라졌을 텐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책을 벗 삼아 떠나는 나만의 여행이 끝이 났다.

여행을 뒤돌아보면,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성리학과 퇴계 이황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도덕책과 국사책에서 많이 봤던 성리학에 대한 친숙한 단어가 나오면서, 한 번 더 성리학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항상 천 원짜리 지폐 속에서 봤던 퇴계 이황이 보다 친근해졌고, 내 인생 멘 토가 되었다. 내가 퇴계 선생님처럼 살 수 만 있다면서 얼마나 행복하고, 멋진 삶이겠는가!

철학의 문제를 기피하는 달 중이와 같은 청소년들과 나와 같이 삶의 무게 눌리기 시작한 대학생들에게 철학이라는 한 줄기 빛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해 주는 책이었다. 성리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달 중이가 여행을 하며 경험하게 되고 느끼는 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이해가 더욱 쉽게 하였다. 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리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리학과 퇴계 선생에 대한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이 책과 함께 성리학과 퇴계 선생님에 대한 여행을 했다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를 것이다.

간접적인 경험보다 직접적인 경험이 기억에 더 오래 남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책 속 주인공인 달 중이와 혼연일체가 되어 여행을 하게 되므로, 간접경험이 아닌 직접 경험을 하게 되므로 철학과 거리감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좁히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된다.

c****o 2009.1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