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위한 책에만 몰두하다보니 늘 길지 않은 동화나 그나마 길다고 해도 200여 페이지 정도의 책들을 읽기만 하다 클래식 보물창고의 제인에어는 은근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700여 페이지나 되는 두께감 때문이다. 물론 학창시절 제인에어를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었을 것 같다. 과거의 감동과 비교하기엔 시간차가 꽤 길지만, 책은 읽을때마다 감동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더구나 많은 경험과 세월을 겪고 나이가 들어 읽게 되는 고전들은 그 감동이 더 남다르다.
여성의 자아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적 없는 학창시절에는 분명 제인에어를 사랑에 빠진 한 여자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시 읽은 제인에어는 이 시대에도 자랑스러울만한 멋진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책속에 고스란히 녹여낸 작가 샬럿 브론테의 삶도 엿볼수 있었고, 왜 책이 나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도 이해가 된다. 외모를 중요시하고 순종의 미를 강조하던 19세기 영국뿐 아니라 지금도 어쩌면 잔존하고 있는 그 가치속에서 제인에어는 열정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나이와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을 쟁취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긴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기보다 문학작품이 가진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치 줄거리를 듣듯 간략하게 정리된 책과는 너무도 다른 디테일한 감동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1인칭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제인에어 자신의 모습은 늘 의연하고 힘든 어린 시절조차도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람마다 처한 현실에서 당당하게 맞설수 있다는것이 살아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제인에어는 숙모집에서의 어린시절과 로우드 자선학교에서의 학창시절을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제인에어의 사랑 마저도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엔 진실한 사랑이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우리는 종종 현실과는 다른 소설을 원하곤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더 멋진 외모를 가지고, 더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좋은 배경을 가지고,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와 같은 어린시절 동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인에어는 내안의 현실을 가진 주인공이다. 출중한 외모도, 뛰어난 배경도 그다지 멋진 남자를 만난 것도 아니지만, 오롯이 그녀의 의지와 열정으로 그녀의 삶을 만들어냈기에 감동은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희망의 메세지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고전속에 흠뻑 빠져있었다. 클래식 보물창고를 통해 만나는 반가운 고전들이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것 같아 기분좋다. |
|
누구나 자신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을 만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책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어린 세대에겐 세상에 눈을 뜨게 하고, 눈부신 성장을 거득하는 세대에겐 삶의 비밀을 엿보게 합니다. 또한 고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꾸려가는 성인들에겐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을 각성할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세대와 시대를 초월하여 평생을 동반하는 '내 인생의 책'이 될 고전만을 엄선하여 <클래식 보물창고>를 펴냅니다. (표지 中)
어린 시절에 읽던 고전과 어른이 되어 읽는 고전은 서로 다른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울림의 차이를 이해하면서부터 고전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인 에어>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읽어보게 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제인 에어>>는 원전에 충실한 보물창고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이다. 품격 있는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소장의 가치를 느끼게 하여 한 권 한 권 책장을 채워나갈 때마다 풍성함을 느끼게 하여 흡족한 시리즈이다.
샬럿 브론테는 어린 시절부터 기숙 학교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인 에어>>라는 뛰어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고,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여성의 삶을 바꾼 책으로 평가받으며 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의 손에 길러졌으며 자매들과 함께 기숙 학교에 입학했으나 그곳에서 두 언니를 영양실조와 폐렴으로 잃었고, 여러 가문에서 가정 교사로 일했던 그녀의 삶은 주인공 제인 에어의 삶에 그대로 녹아있다. 결혼만이 여성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에 한 여성이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지 보여주는 작품 <<제인 에어>>의 줄거리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고아로 자란 제인 에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단순한 연애 소설로 보지 않는다. 한 여성이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로 평가받는 이유인 것일 게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별 감정이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들도 남성들이 느끼는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며, 우리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자들처럼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 남성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여성들에게 그저 집에서 푸딩을 만들고, 스타킹을 짜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수나 놓으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일이다. 여성들이 관습을 깨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다고 할 때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본문 154p)
외로운 소녀가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제인 에어>>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듯한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모를 잃고 외삼촌의 집에 맡겨진 제인 에어는 외삼촌이 세상을 떠나자, 외숙모와 사촌들의 학대와 구박을 받으며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사촌 존의 폭력에 대들게 되고 붉은 방에 갇히게 되고, 두려움에 기절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인은 로우드 자선 학교에 가게 되게 되는데, 복종을 강요하고 배고픔과 추위를 견뎌야 하는 열악한 환경의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 제인은 친구 헬렌을 잃게 된다. 이후 제인은 템플 선생님을 의지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지만 템플 선생님이 떠나자 자신도 새로운 삶을 찾기로 한다. 그렇게 손필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던 제인은 주인인 로체스터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의 비밀을 밝혀지면서 제인은 그를 떠나게 된다. 절망에 빠졌던 제인은 요한 사제와 두 누이동생의 도움으로 마을 학교 선생님으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유산을 받게 되고, 요한 사제로부터 선교 활동을 함께 하자며 청혼을 받게 되지만, 제인은 로체스터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장님이 된 그를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립적인 삶과 사랑을 쟁취한 제인 에어는 19세기 영국 사회의 계급, 교육, 결혼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사회적 요구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용기 있게 대항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출판사 서평 中) 했다. 특히 로우드 학교는 교육과 종교라는 허울로 가난한 여성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성에게 법적인 권리가 전혀 없었던 신분이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여성이 꿈꾸는 행복한 미래가 전부였던 19세기의 시대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제인의 성장을 담은 <<제인 에어>>는 여성의 목소리가 살아 숨 쉬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
|
25년 전쯤 만난 이야기가 있다. 한 소녀가 어른이 되기까지를 적은 이야기였는데,
그 땐 그 소녀가 참으로 가엽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그 이야기를 다시 만났다.
"제인 에어(샬럿 블론테 지음, 한지윤 옮김, 보물창고 펴냄)"는 내게 추억과 공감
그리고 어려운 환경을 딛고 소녀에서 여자로 자라는 제인을 만나는 클래식 여행이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제인 에어는 외삼촌댁에 얹혀살게 되는데 외삼춘이 돌아가시자
숙모와 사촌들에게 학대를 받게 된다. 어느 날 찾아 온 낯선 이로 인해 로드 자선 학교로
가게 되는데, 그 학교 역시 가난과 추위, 굶주림으로 힘들었으나 제인 에어는 처음으로
헬렌이라는 친구도 사귀고,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템플 선생님 덕분에 우수한 성적을
내고, 미술, 음악 등에도 관심을 갖는 숙녀로 자라게 된다.
폐병으로 헬렌이 죽고, 템풀 선생님 마저 결혼 후 학교를 떠나자 제인 에어는 더 이상
그곳에서 선생으로 지내는 것이 무의미하다 여기고 직접 가정 교사 자리를 찾기 위해
광고를 내고, 손필드에 있는 로체스터의 집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제인 에어는 아델의 가정 교사로 일하게 되고, 조금은 독특한 로체스터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와 사랑이 커가면서 그가 결혼했었다는 사실과 그의 아내가 정신병자로
아직 저택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인 에어는 손필드를 떠나고, 로체스터의 아내가
불을 질러 로체스터가 불구가 됐음에도 제인 에어는 그와 결혼을 하고,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고 로체스터의 몸도 조금씩 회복이 된다.
이 책은 중학생 이상과 함께 읽으며 제인 에어의 일생을 따라가며 불우한 성장기를 지나
그녀가 그녀 자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행복을 찾아 꿋꿋하게 걸어 갔는지 함께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녀가 불우한 자신의 환경을 비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일도 사랑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점점 자신이 처한 환경들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을 응원하고, 고난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에 박수를 보낸다.
|
|
'제인 에어'라는 이름이 줄리엣이나 스칼렛, 테스처럼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각인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만난 적 없어도 알고 있는 듯한 그녀.
내가 '제인 에어'를 읽은 건 아마도 중학생 때 아니었던가 싶다.
뭐, 기억나는 건 여주인공이 안 예뻤다는 것, 남자 주인공도 그리 멋있지 않았다는 것, 미친 여자가 나온다는 것 정도.....
20년의 시간이 더 흘러 다시 만난 <제인 에어>는 너무 두꺼웠다!!!
650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 앞에서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내가 알고 있던 '제인 에어'는 뭐였던가, 허망했을 정도로.
그 충격 덕에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제인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기야, 첫장부터 '이런 부분이 있었던가?'할 정도로 내 기억이 희미하기도 했다.
마지막에 가면 알게 되듯, 이 이야기는 결혼 10년차에 접어든 제인 에어가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며 쓴 수기이다.
감상적이지 않고 이성적이며, 성실하고 정확한 '제인 에어식 화술' 때문에 1인칭 시점인데도 3인칭 시점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이야기의 작가는 아마 문학사를 통틀어 전례가 없을 정도로
'주인공이 전혀 사랑스럽지 않고 절대 예쁘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별 감정도 없고, 남성보다 모든 것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에
가난한 여성이 그나마 인정받을 수 있었던 두 가치마저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녀의 결점은 그녀 자신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서 '자아'의 버팀목이 된다.
순종적이지 않고 어린애답지 않다는 이유로 학대에 가까운 냉대를 받아야 했던 숙모 집에서의 어린 시절, 독선적이고 편견에 가득 찬 교장 아래서 가혹한 억압을 받았던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의 학창 시절을 거쳐야 했던 제인 에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가시밭길 같은 인생의 구비구비에서 보석 같은 존재들을 선사받는다.
따뜻한 성정을 지녔던 하녀 베시, 훌륭한 인품을 지닌 템플 선생님, 하느님의 선을 믿고 가르쳐 준 친구 헬렌이 그녀가 절망과 우울에 빠질 때마다 그녀를 일으켜 세워 준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픈 열망으로, 홀홀단신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떠난 손필드에서
제인은 운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 땅의 지주이며, 자신의 고용주인 로체스터는 제인의 내적인 아름다움과 지성을 알아보고 사랑하지만, 그 시대 남성의-이 시대 남성들 또한 은밀히 간직하고 있을- '속박'과 '지배'의 그늘을 지우지 못한 사랑이다.
꿈처럼 부와 지위와 사랑을 얻게 된 결혼식날, 그녀를 로체스터에게 숨겨진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양심과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난다.
아무 것도 없이 떠돌다 길에서 기진하여 죽기 직전에 구원받고, 우연히도 자신의 가족을 만나고 유산도 받게 된 제인은 눈이 먼 데다 불구가 된 로체스터를 찾아가고, 진정으로 동등한 동반자, 완전한 '반'으로 그와 함께 행복을 일군다.
외적인 면에서 제인 에어는 전혀 부러워 할 거리가 없는 여인이다.
2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여성의 가치 기준'으로 언급되는 외적인 조건들에서 자유롭기란 얼마나 힘든가? 그러나, 그녀의 강한 정신력과 확신, 도덕성, 성실함, 진실과 선에 대한 열망은 평생을 매진해도 얻기 힘든 가치들임을 우리는 안다.
이것들이 결국,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의 딸에게 선사하고픈 선물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