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사랑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술자리에서도 밥상 위에서도 심지어는 잠자리에서도.... 그렇지만 우리가 나누는 사랑 이야기는 그리 낭만적인 것도 가슴 따뜻한 것도 아닌 냉정하고 매정한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다. 처음에는 그 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비추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까맣게 숯덩이가 되어 가는... 그러다가 결국에는 깜깜하게 얼어붙은 돌덩이가 되어 버리는 '사랑' 이야기....
이런 우리의 '사랑 이야기'에 훈계를 주는 책이 바로 《독일인의 사랑》이다. 이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한 사랑에 대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의 세속적인 사랑이 얼마나 빛이 없는 지를 깨닫게 해준다.《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타인을 사랑하면서 아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실은 우리 자신을 위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를 위해서 타인을 사랑하고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으면 서로의 가슴에 상처만 주고 떠나 버리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작품은 먼저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은 성장해가면서 어느 정도 냉혹한 현실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어린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들. 즉,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타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족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어처구니없는(어른들의 시각에서 보면) 인정을 베풀기도 하는 '어린 공산주의자'로서 행동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이런 주인공에게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게 해준다.
주인공은 자주 놀러 가는 후작의 성에서 '마리아'를 보게 된다. 그녀는 어떤 불치의 병에 걸려서 오래 살지 못한다. 몸이 허약하여 주인공이나 다른 공자, 공녀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고 포근한 눈빛으로 주시할 뿐이다. 주인공은 '마리아'를 보면서 애처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싶어하고(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은(이것은 사람들이 그녀를 '천사'라고 부른 것에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아마 '사랑'이라는 감정의 시작이었으리라.
'마리아'는 그녀의 생일날에 주인공과 공녀, 공자들을 불러서 자신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반지를 하나씩 나눠준다. 주인공은 그런 장면을 보고 묘한 감정(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소외당했다는 감정)에 사로 잡혀 어색하게 있다가 '마리아'가 주인공을 보고 그녀가 끼려고 했던 마지막 반지를 주인공에게 건네준다. 주인공은 소년이었다. 그리고 '마리아'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전해주는 반지로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이 감정이 사랑을 확신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소년답지 않은 말을 함으로써 '마리아'를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이 반지를 내게 선사하고 싶으면 그냥 네가 갖고 있어. 너의 것은 곧 내 것이니까." 주인공이 한 이 말은 《독일인의 사랑》에서 말하는 '사랑'을 정의하는 문구 중에 하나이다. '너의 것은 곧 나의 것', '당신의 것은 나의 것' 그것은 소년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고 내뱉은 지극히 사랑스러운 고백일 것이다.
《독일인의 사랑》은 나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으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작품에서 나온 것과 같은 사랑을 할 수는 없으리라. 그리고 솔직히 작품에 나온 것처럼 '순수한 사랑'이 현실에서 완전히 존재하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비록 《독일인의 사랑》이 한낱 황당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나는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온 '사랑'과 비슷한 사랑을 한 번이라도 겪을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일생에 있어서 절대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리라.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더욱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혀주고 '당신의 것이 나의 것인, 나의 것이 곧 당신의 것인' 사랑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들이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귀에 못이 박힐 때까지... [인상깊은구절] "마리아, 이처럼 내 마음이 깨끗해진 순간에 있는 그대로 내 온 마음의 사랑을 고백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초지상적인 것을 이처럼 가까이 절감하고 있는 지금, 우리를 다시는 갈라놓지 않도록 영혼의 약속을 맺읍시다. 사랑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마리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아 당신은 나의 것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
|
사랑에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무엇이 사랑을 하게 만들고 사랑에 매달리게 하는 것일까?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냐고 묻듯이,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냐고 물어 보는 것과 사랑은 같은 것일까?
사랑을 하게 된다면, 아니면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의 대상의 존재만으로 사랑이 예정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아직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 난 지금까지 헛된 사랑을 해 온 것인데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들이 진실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제까지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했다는 데에 인생을 헛살았다는 느낌이 들고 그 다음엔 진정하지 못한 사랑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파 왔는데 진정한 사랑을 겪은 후에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격정의 상태가 나에게 찾아 올 생각에 말이다.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사랑도 예정되어 있고 존재해야 한다는 당위를 가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해 본다. 나에게 있어 "낯선 타인들" 조차도 각자의 운명적인 사랑이 기다리며 그 사랑들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하는 감상에 행복해진다. 설령 운명에 의해 나는 그런 사랑을 만날 예정이 없더라 해도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인간의 마음에 생겨나는 최초의 공포는 신에게서 버림받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생활은 그 공포를 몰아낸다. 바로 신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인간들이 외로움에 빠진 우리를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위로와 사랑마저 떠나면, 우리는 실로 신과 인간 모두에게서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
| 아련한 기억속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망각의 그늘도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을 가진다. 그윽한 안개 속을 걷는 듯, 파스텔톤의 동화를 그려내 듯 회상에 잠기면 마음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 '독일인의 사랑'은 이런 느낌을 갖게 한다. 일반적인 소설의 기법이 거의 없으면서도, 섬세하면서도 낭만적인 문체로 잔잔한 여운과 감동이 넘치는 것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는 너희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지만, 언제이고 내가 너희를 떠나더라도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래. 그래서 너희들 모두에게 반지를 하나씩 가져왔어. 지금은 이것을 너희들 검지손가락에 끼워 두렴. 그리고 너희들이 자라면 그 반지를 차례로 옮겨 끼는 거야. 나중에는 새끼 손가락에밖에는 맞지 않게 되겠지만 -. 그렇지만 평생동안 이 반지를 끼는 거야, 응?" , "이 반지를 내게 선사하고 싶으면 그냥 네가 갖고 있어. 너의 것은 곧 내 것이니까.".... 이유가 필요없는 사랑, 타산이 없는 사랑, 소유의 경계가 없는 사랑. 나의 것이 네 것이 되고, 너의 것이 내 것이 되는 사랑은 불멸이란 존재로 남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름답다. 그래서 소설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반지는 아주 오래된 종이에 싸여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미 오래 전에 써 놓은 그녀의 필적이 있었다. 어릴 적에 내가 그녀한테 했던말이었다.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당신의 마리아." |
| 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예쁜 책이다. '신은 당신에게 고통스런 삶을 주셨지만 그 고통을 당신과 나누도록 나를 당신에게 보내신 겁니다. 당신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어야 합니다. 한척의 배가 무거운 돛들을 감당하듯이 우리는 그 고통을 같이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고통이라는 돛이 인생의 폭풍을 헤치고 마침내 안전한 항구로 안내해 줄 겁니다.' '신의 뜻이 아니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네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지어진 그들이 그 뜻에 따라 서로를 사랑한다. 헤르만헤세의 책처럼 왠지 아련하고 동화처럼 설레이는 책. 말들이 너무 예뻐서 친구에게 편지하면서 많이 인용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
| 우연히 언니의 책꽂이 에서 발견한 책인데 읽고 나서도 참 맑은 책이구나..하는 느낌의 책이다.내용은..'나의 회상'으로 이루어 졌다. 그는 어려서부터 출입하던 어느 귀족의 집에서 '그녀'를 만난다.연약하고 병든 그녀이지만 아름답고 천사같은 그녀.그런 그녀와 나의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한편의 서정시-라고 생각한다..고백을 한 후에 그녀는 죽어버리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인다. 순수한 사랑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재밖에 남을 것없는 불꽃같은 사랑이 아니라 은근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랑..이것도 젊은 날의 단편일 될 뿐일 지라도 그 마음 만큼은 마음 한 구석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