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선택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이 인생을 바꿀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선택에는 언제나 감당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대의를 위해 내린 선택이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평생 그 선택에 매어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새겨진 기억은 영혼까지
어둠 속으로 끌어 들이고, 지난 시간의 후회는
앞으로의 삶에 잘못된 선택을
종용하기도 한다.
순간의 선택이 옳았는지 그릇되었는지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자신만이 아는
무거운 흔적 혹은 영광의 흔적으로 남는다.
전쟁 같은 매 순간 속에서
한 사람은 성직자의 모습으로,
한 사람은 의사의 모습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미숙한 실력으로 응급수술을 하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한 범준은 허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의료 봉사를 자청한다.
한편, 성직자로서의 사명이 투철한 박 신부는
복음과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파견된다.
그러나 그곳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하루아침에 시신이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곳에서의 삶.
의사로서 밀려드는 환자를 외면할 수
없었던 범준의 결정은
결국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온다.
그의 선택은 정의를 향한 것이었으나.
결론적으로는 잔인한 결과는 남긴다.
어제의 이웃이 오늘은 살인자가 되어
어린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죽음을 선고한다.
박 신부는 그들 속에서 희망과 절망,
그리고 인간의 잔인함과
극도의 이기심을 마주한다.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은
어떤 여운도 없이 잔인성만 남긴다.
서로 믿는 ‘하나님’의 존재는 박 신부에게
넘기 힘든 절벽처럼 다가온다.
성직자라는 자리보다
인간의 나약함이 더 강하게
그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바른 의사의 길을 가고자 했던 범준,
성직자로서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하고자 했던 박 신부.
이 두 인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레 질물을 하게 된다.
‘과연 지금 내가 가는 길은 옳은가?’
두 사람의 인생 속에서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 속에서
무고한 희생은 언제나 의미 없는 결과만 남긴다.
설령 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남겨진 상처는 여전히 아플 것이다.
결국 서로에게 겨눈 무기는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의미하게 사라져버린 아이들의 꿈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며,
인생은 결국 순리에 따르는 것이
현명함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전쟁과 신념,
그리고 인간의 선택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들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신은 어디에 있는가’를
묵직하게 성찰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긴 여운이 남으며,
삶의 방향과 신념에 대해
스스로 뭍게 하는 작품이다.